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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5)

벼락치기 골퍼의 비애…골프는 왜 18홀인가

by중앙일보

첫 라운딩을 앞두고 급하게 벼락치기로 골프 규칙과 매너 등을 공부했다. 골프가 어떤 운동이고, 골프 스코어는 어떻게 매겨지며, 골프를 칠 때는 이런저런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식의 내용을 빠르게 습득했다. ‘골프는 정규 타수보다 적게 치는 게 유리하다’, ‘버디라는 게 좋은 거다(?)’ 정도로만 이해한 채 시작했는데 알아야 할 게 많았다. 골프는 가장 적은 횟수로 홀에 공을 집어넣는 게임이라는 걸, 뉴스에서 어떤 골프 선수가 몇 언더파로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하는 게 정해진 횟수보다 적게 넣었다는 의미라는 걸 이해해 나갔다.


골프는 18개 홀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18개의 구멍, 즉 홀이 있다. 18번 공을 홀 안에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18개 홀은 파3, 파4, 파5 홀로 구성된다. 어떤 홀은 3번 만에 어떤 홀은 4번 만에, 어떤 홀은 5번 만에 홀에 공을 넣어야 한다는 것, 정해진 타수 안에 공을 넣으면 파(Par)라고 한다. 5번 만에 홀인(Hole in)을 해야 하는데 더 적은 타수로 홀인 하면 언더파(Underpar), 더 많은 타수로 치면 오버파(Overpar)가 된다. 일반적인 골프장에선 18개 홀 중 파3홀 4개, 파5 홀 4개, 파4홀 10개가 있다. 이를 다 합치면 (3×4)+(5×4)+(4×10)=72가 나온다. 72타를 치면 이븐파(Evenpar)라고 하는데, 72타보다 적게 칠수록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라운딩에 나가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골프복을 집에서부터 입고 나가야 하는지, 골프채는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골프공은 몇 개나 챙겨야 하는지, 준비물은 어떤 걸 챙겨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검색과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고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도 더해져 첫 라운딩 가기 전날엔 긴장되고 떨려서 잠도 설쳤다.


골프는 매너가 더 중요하다, 동반자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그린을 밟으면 안 된다, 첫 라운딩에서는 공이 뜨기만 해도 성공이다 등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조언과 잔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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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18개 홀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18개의 구멍, 즉 홀(Hole)이 있다. 18개 홀은 파3, 파4, 파5 홀로 구성된다. [사진 서지명]

첫 라운딩에서부터 ‘너무 즐거웠어요’라는 사람을 못 보긴 했지만 이제 겨우 1개 홀을 쳤는데 ‘아,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헛스윙만 여러 번, 공은 내 맘처럼 앞으로 가기는커녕 잘 뜨지도 않았다. 공이 그저 떠서 앞으로만 가주면 좋을 것 같았다. 채를 쓰지 않고 그냥 공을 손에 쥐고 앞으로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가만히 있는 공을 채를 휘둘러 치면 되는데 왜 자꾸 허공에서 휘두르는 것인가.


이런 헛스윙을 몇 차례 하다 보면 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겨우 맞았다 싶을 땐 겨우 앞으로 몇 미터 나가 있었고 그마저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허공으로 가기 일쑤였다. 가만히 있는 공을 앞으로 보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여러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니 마음은 더 급해졌고 어깨는 갈수록 경직됐다. 공은 더 산으로 갔다. 이렇게 18개 홀을 돌아야 한다고 했다. ‘이 짓을 앞으로 17번이나 더 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어떤 홀은 100m 내외로 좀 짧기도 하고 어떤 홀은 300~400m로 무척 길었다. 짧은 홀은 공을 3번 만에 넣어야 하는 파3홀이다. 대게는 파4홀이었는데 4번 만에 공을 넣어야 한다. 스코어는 이미 관심 밖이고 동반자와 뒤 팀, 캐디 등의 눈치를 살피며 7번 아이언을 들고 뛰어다니기 바빴다. 초보자에게 파5 홀은 정말 말도 못 하게 길었다. 다음 홀이 파5홀이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공님, 그저 무사히 앞으로만 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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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자료사진. pixabay

처음으로 라운딩을 나간 날, 나는 셀 수 없는(Uncountable) 경기를 치렀다. 아마 모든 홀에서 더블파(double par) 이상을 했다. 파의 2배가 더블파(double par)인데 4번 만에 홀컵에 공을 넣어야 하는 홀인데 8번 이상 친 경우다. 우리말로 ‘양파’라고도 한다. 이땐 더 이상 라운드하지 않고 홀아웃(Hole Out)한다. 그 이상은 셈을 하는 수고조차 하지 않는다.


18홀을 그렇게 온몸으로 뛰고 나니 체력도 바닥나고 영혼도 탈출했다. 5시간쯤 지났으려나 체감상으로는 억겁의 시간이 흐른 듯했다. 골퍼로의 삶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라는 생각이었고, 골프의 골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나지 않는 첫 라운딩이었다.

■ 골린이 Tip


Q : 골프는 꼭 18홀 라운드를 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정규 골프 코스는 18홀로 이뤄진다. 어째서 10홀도 20홀도 아닌 18홀인걸까. 초창기에는 골프장의 위치나 넓이, 지형에 따라 홀의 수가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로열 앤드 에이션트 클럽(R&A)의 18홀 코스가 기준이 되면서 18홀이 일반화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R&A와 미국골프협회가 발간한 규정집에 따르면 ‘한 라운드는 18홀을 의미하고 별다른 예외조항이 없을 경우 이를 따른다’고 정의하고 있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