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50만원 VS 15억' 월드컵 최고 가성비 "돈으로 살 수 없는 군인정신 있다"

[이슈]b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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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군인 팀 김천 상무 공격수 조규성(오른쪽)과 권창훈이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둘은 축구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사진 김천 상무]

“페널티킥이 나오면 최고참인 상병 조규성 선임이 1번으로 찹니다. 저는 페널티 박스 근처에도 못 가고 있습니다(웃음).”(권창훈 일병)

“명분이 있습니다. 지난 1월 축구대표팀 아이슬란드 평가전 때 제가 얻은 페널티킥을 권창훈 일병이 찼는데 못 넣었습니다. 그 이후로 근처에 못 오게 하고 있습니다. 하하.”(조규성 상병)

25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프로축구 군인 팀 김천 상무 공격수 조규성(24)과 미드필더 권창훈(28)을 만났다. 조규성이 권창훈보다 4살 어리지만 입대가 빨라 선임이다. 군 복무 기간은 18개월로, 전북 현대에서 뛰던 조규성은 작년 3월에 입대했고, 수원 삼성 소속이던 권창훈은 9개월 늦은 작년 12월에 입대했다. 권창훈은 “입대 전에 축구대표팀에서 만난 조규성 선임에게 존댓말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 드렸다. 진심이었다”며 웃었다. 깍듯이 ‘조규성 선임’이란 호칭을 쓰는 권창훈은 매일 오전 6시 아침 점호 때 ‘상무가’를 부른다고 했다.


조규성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4경기 연속골을 포함해 총 7골(9경기)을 터트려 득점 공동 선두다. 윙포워드 권창훈은 지원 사격하며 김천을 6위(3승3무3패)로 이끌고 있다. 민머리인 김태완 상무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감독)와 ‘관물대(군에서 소지품을 보관하는 선반)’를 합해 ‘관물대올라’라 불린다. 조규성은 “감독님이 맨시티의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한다. 뒤로 공을 돌리기보다 상대가 정비되지 않았을 때 빨리빨리 전개하길 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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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군인 팀 김천 상무의 조규성(오른쪽)과 권창훈. 손가락으로 각자 계급인 상병과 일병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 김천 상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조규성은 ‘벌크 업’을 했다. 조규성은 “전북 클럽하우스 시설은 최고 수준인데 헬스장은 이 곳이 더 좋다. 사실 고등학생 때 키는 1m88㎝인데 체중이 76㎏에 불과해 ‘멸치’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입대 후 체중이 79㎏에서 84㎏가 됐고, 근육량이 4㎏ 늘어 힘이 붙었다. 최근 몸이 무거워져 1.5㎏ 정도 줄였다”고 했다.


권창훈은 “조규성 선임이 몸만 크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경기장에서 몸을 잘 쓸 수 있게 만들더라. 제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라 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 못 일어날 뻔 했다”며 “조규성 선임은 키가 큰 편인데도 공을 부드럽게 접고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기술을 쓴다”고 했다. 그러자 조규성은 “권 일병은 ‘축구 도인’ 같다. 전우들이 ‘진짜 축구 아니었으면 뭐할래’라고 말할 정도다. 축구 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된다. 권 일병은 제가 원하는 대로 원투패스를 딱딱 넣어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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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군인 팀 김천 상무 공격수 조규성(오른쪽)과 권창훈. [사진 김천 상무]

조규성은 토트넘 공격수 해리 케인에 빗대 ‘K-케인’이라 불린다. 조규성은 “토트넘 경기는 ‘인강(인터넷 강의)’처럼 모두 챙겨본다. 난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는데, 케인이 하프 라인까지 내려와 (손)흥민이 형과 연계 플레이를 하는 걸 따라하려고 노력한다. 또 독일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영상도 찾아본다”고 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절 레반도프스키를 상대해봤던 권창훈은 “레반도프스키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하고 있다. 어느 순간 거기에 가있다. 조규성 선임이 비슷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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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조규성(가운데)은 지난 1월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뉴스1]

둘은 축구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조규성은 지난 1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과 7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최종예선에서 0골에 그친 주전 공격수 황의조(보르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권창훈은 지난 2월 시리아와 8차전에서 벼락 같은 왼발 중거리슛으로 10회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는 ‘축포’를 쐈다.


둘 다 손흥민(토트넘)과 호흡이 좋다. 조규성은 “흥민이 형은 ‘대한민국 일등 선수’다. 흥민이 형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버텨주고 리턴해주려 한다”고 했다.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권창훈도 “흥민이 형이 폭발적인 슈팅과 마무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 창출과 수비적인 부분을 도우려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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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권창훈이 지난 2월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고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창훈은 대표팀에서 득점 후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조규성은 “권 일병이 골을 넣고 중계 카메라를 못 찾아 제가 위치를 알려줬다. 권 일병이 워낙 경례를 ‘칼 각’으로 해서 저도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했다”고 했다. 외신 기자가 의아해하며 권창훈에게 세리머니 의미를 묻기도 했다. 권창훈은 “전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당연히 경례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성은 “전 9월이면 전역한다. 만약 둘이 함께 월드컵에 출전해 골을 넣는다면, 권 일병과 세트로 ‘충성 세리머니’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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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 소속팀 맨유에서 주급만 3억8000만원을 받는다.[신화통신=연합뉴스]

둘 다 입대 전 억대 연봉을 받았지만, 권창훈은 입대 후 일병 월급 55만원을 받는다. 상병 조규성의 월급은 61만원이다. 카타르월드컵 에서 한국과 같은 조인 포르투갈의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급은 24만 파운드(3억8100만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5억2400만원이다. 권창훈 월급의 2770배에 달한다.


권창훈은 “연봉이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 한국축구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겼듯, 축구는 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으로 강해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군인 정신이 있다”라고 했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독일 선수단의 몸값 1조원이 넘었지만, 몸값 1000억이 안된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당시 충남 아산 무궁화에서 의경으로 복무하며 월급 30만원을 받던 주세종이 손흥민의 골을 어스스트했다. 연봉 255억원을 받던 독일의 토니 크로스를 울렸다.


조규성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도 상무 소속 육군 병장이던 이근호 선수가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었다. 모든 선수들이 간절하지만, 아무래도 군인 출신이 나라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규성

24세

김천 상무 공격수

A매치 9경기 2골

현재 월급 61만원


권창훈

28세

김천 상무 미드필더 겸 윙어

A매치 34경기 10골

현재 월급 55만원


브루노 페르난데스

28세(포르투갈)

맨유 공격형 미드필더

A매치 42경기 8골

현재 월급 15억2400만원

문경=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2.10.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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