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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운영중단' 차범근축구교실, 용산서 새출발…정몽규 도움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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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역사를 지닌 차범근축구교실이 용산아이파크몰 풋살장으로 터전을 옮겨 운영을 재개한다. 뉴스1

지난 1988년 국내 최초의 유소년 축구클럽으로 출범해 34년의 역사를 이어 온 차범근축구교실이 다시 일어선다. 1997년 이후 25년 간 사용한 전용 훈련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운영을 중단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대체 부지를 확보하며 운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3일 “차범근축구교실이 오랜 기간 터전으로 활용한 서울시 용산구 소재 이촌축구장을 떠나 용산HDC아이파크몰 내 야외 풋살장에서 새출발한다”면서 “1400여 명에 이르는 기존 등록회원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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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촌축구장에서 열린 '차범근축구교실 굿바이 페스티벌' 행사에서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차범근 감독(맨 오른쪽). 뉴스1

총 7개 면을 운영하는 용산아이파크몰 풋살장에서 차범근축구교실은 주중 3개 면, 주말 2개 면을 전용 공간으로 배정 받아 활용한다. 추후 풋살장 측과 논의를 거쳐 활용 공간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차범근축구교실이 아이파크몰에서 새출발하는 과정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배려가 있었다. 축구계 관계자는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감독이 축구교실 운영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정 회장이 아이파크몰 풋살장 임대 협상 과정에서 도움과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국내 유치를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틈틈이 풋살장 임대 논의 과정을 챙겼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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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장에 동석해 대화를 나누는 차범근 감독(왼쪽)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뉴스1

아이파크몰은 정몽규 회장이 운영하는 HDC그룹의 본사 건물이기도 하다. 최상층에 위치한 정 회장의 집무실에서 풋살장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과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은 “건물을 설계할 당시 ‘내가 일하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축구하는 장면을 언제든 직접 볼 수 있도록 디자인해달라’고 주문해 설계도에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차범근축구교실은 지난달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 중단을 전격 통보해 축구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997년 이후 23년간 훈련장으로 활용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촌축구장의 사용 허가 기간을 연장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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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축구교실 운영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 [사진 차범근축구교실 인스타그램]

차범근축구교실은 지난 2005년 이촌축구장에 현재와 같은 4개 면의 크고 작은 그라운드와 관리동을 지어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다. 이후 공개 입찰을 통해 3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입찰 경쟁에 나선 A법인이 감정가(9700만원)의 3배에 이르는 3억50원을 써내 차범근축구교실(2억5300만원)을 제치고 해당 공간의 사용권을 확보했다. A법인은 추후 비슷한 형태의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다.


차범근축구교실측은 1400여 명에 달하는 회원이 기존 스케줄을 유지하며 축구를 배울 대체 공간을 급히 구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일단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9일엔 회원들과 함께 이촌축구장에서 차범근축구교실 굿바이 페스티벌도 개최했다. '일단 멈춤' 하려던 계획을 바꿔 대체 부지 찾기에 올인한 건 ‘차범근축구교실’이라는 깃발 아래 회원들이 느끼는 자부심과 열의가 기대 이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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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축구교실은 오랜 기간 활용한 이촌축구장을 떠나 용산아이파크몰 풋살장에서 새출발한다. 뉴스1

9일 만난 차범근 감독은 “현역 은퇴를 준비할 무렵 국내에 유소년을 위한 축구 아카데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독일식 시스템을 적용한 축구교실을 만들었다”면서 “최근 들어 전국 방방곡곡에 다양한 형태의 축구교실이 성업 중인 것을 보고 ‘이젠 내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회원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축구교실의 거점을 옮기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많은 회원들에게 혼란을 끼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이번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 ‘제2의 창립’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더욱 체계적인 시스템과 훈련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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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촌축구장에서 열린 차범근축구교실 굿바이 페스티벌 당일 그라운드를 누비는 어린이들. 뉴스1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