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출전하는 토머스 현수 에드먼 '외할머니, 저 한국신문 나와요'

[이슈]by 중앙일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는 한국 국적이 아닌 최초의 야구 국가대표 선수가 출전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루수 토머스 현수 에드먼(28)이다. WBC 출전을 앞둔 에드먼을 14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캠프인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만났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WBC는 해당국가 국적이 아닌 선수도 부모나 조부모의 혈통, 출생지에 따라 출전 가능하다. 한국은 2017년 4회 대회까지 한 번도 한국계 혈통인 선수를 뽑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고의 팀을 꾸리기 위해 여러 선수를 접촉했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에드먼이 30인 명단에 포함됐다. 에드먼은 "한국인이 아닌 선수로는 최초로 한국 대표가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드먼은 한국계 이민2세인 어머니 곽경아씨와 미국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서 태어났다. 야구코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형과 함께 야구를 시작한 에드먼은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 6라운드 지명됐고, 2019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엔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2루수)를 수상하는 등 메이저리거로서 입지를 다졌다. WBC에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함께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에드먼은 "평소대로 시즌 준비중이다. 난 보통 11월 타격과 송구 연습을 시작한 뒤, 힘과 속도를 끌어올린다. 최근 타석에도 서기 시작했다. WBC가 되면 준비가 돼있을 것이다. 꽤 정신없는 스프링 트레이닝이 될 테지만 WBC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에드먼은 당초 소속팀 훈련을 하다 대회 직전 일본에서 치러지는 평가전을 앞두고 합류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금 이른 시점에 한국에서 합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나라를 방문하는 셈이다. 에드먼은 "한국 팬들의 관심 덕분에 용기를 얻는다. LA에 사시는 외할머니가 한국 신문을 보시고 나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해주셨다. 한국 SNS 팔로워들도 많이 생겼다"고 웃었다.


한국 대표팀에서 옛 동료도 만난다. 2년간 세인트루이스에서 같이 뛴 김광현이다. 그는 "KK(김광현)를 다시 볼 생각에 설렌다. 그는 좋은 동료였다. 김하성(샌디에이고)과도 몇 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볼티모어에서 뛴 김현수도 알고 있다. 내년에 미국으로 오려는 선수 리(이정후)에 대한 뉴스도 들었다. 한 팀이 될 수 있어 신난다"고 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드먼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내야수 외에도 외야수로도 뛰고, 빠른 발에 뛰어난 야구 센스까지 지녔다. 그는 "나는 많은 방법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 우선 발이 빠르고 매 타석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내 장점"이라고 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대결한다. 공교롭게도 일본 역시 세인트루이스 외야수 라스 테일러-다쓰지 눗바를 선발했다. 눗바는 일본인 어머니, 영국과 독일 혈통이 섞인 네덜란드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재 국적은 미국이다.


둘은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동료들도 이들을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 대표로 나서는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는 "한국과 일본 대표팀에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미국 대표팀으로 함께 뛰면 좋았을 것 같다. 이들과 맞붙고 싶고, 그들을 이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우리는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웃었다.


3루수 애런 아레나도는 "국가를 대표해서 뛴다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자부심이 생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도 특별하지만,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또 다르다. 에드먼은 대단한 선수다. 같이 뛰고 있지만, 플레이를 보면 놀랍다. 한국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눗바는 한국 취재진에게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미안하다. 우리가 한국을 이길 것"이라는 농담을 건넨 뒤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컵스는 강력한 라이벌이다. WBC에서는 컵스 소속인 스즈키와 내가 한 팀이 되고, 에드먼은 한 팀 동료에서 적이 된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에드먼도 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눗바와 나는 서로 이기기 위해 트래쉬 토크(상대를 자극하는 말)을 주고 받고 있다. 1년 내내 얘기할 수 있는 공통점이 생겨 들뜬다. 도쿄에서 눗바와 경쟁하는데 한국이 일본보다 더 높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가장 경계하는 선수로 오타니 쇼헤이를 꼽은 에드먼은 "그는 MLB 최고의 선수다. 오타니의 모국인 일본 도쿄에서 그가 경기하는 걸 볼 수 있어 설렌다. 스즈키와 다르빗슈 유도 경기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좋은 팀을 꾸렸다. 매우 자신있다. 미국도 이길 수 있다. 미국과 대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에드먼은 소속팀에서 쓰던 19번을 고우석에게 양보하고, 11번을 쓰기로 했다. 에드먼은 "솔직히 등번호를 그렇게 신경쓰진 않는다. 여기서 19번을 달고 있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내 경력에는 다양한 번호가 있었다. 나는 특정한 한 가지 번호를 정해놓지 않았다. 스탠포드대 1학년 때 11번을 썼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쓴 적이 있다"고 했다.


에드먼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안녕하세요"란 한국 인사를 건넸고, 최근엔 어플리케이션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 취재진에게도 필요한 한국어가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현수 파이팅!'이라는 문구를 한국 팬들에게 선물했다.


주피터(미국)=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2.20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