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0%의 확률 뚫어낸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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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확률을 뚫었다. 우승을 이룬 여자배구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환하게 웃었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3-25, 25-23, 23-25, 15-13)로 이겼다. 역대 1·2차전을 모두 진 팀은 우승한 적이 없으나, 도로공사가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김종민 감독으로선 2017~18시즌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전 "우린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아니면 그냥 팬들의 기억 속에 남기느냐. 그것은 5차전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 감독의 말처럼 기적이 완성됐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적을 일군 선수들한테 너무나 고맙다.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다.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들에 '살살 해라, 천천히 해라'는 말도 하고 싶었는데 눈빛들이 살아 있어서 채찍질하고 끌고 갔다"고 했다. 이어 "워낙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다 보니 상대가 어떤 페이스고 어떤 리듬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은 13-12로 앞선 상황에서 박정아가 3인 블로킹을 상대로 공격이 실패한 뒤 비디오 판독을 두 차례 연속(인-아웃, 터치아웃 여부) 써 판정을 뒤집었다. 김 감독은 "(흐름을)끊고 가려는 의도도 있었다"며 "사실 그냥 누른 거다.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그 각이면 3인 블로킹이라 맞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진짜로 보는 순간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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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신한 순간이 언제인가'란 질문에는 "끝날 때까지 못했다. 14-13까지도 그랬다. 마지막엔 정아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이걸 때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정아에게 저쪽도 움직이는 수비가 안 되니 가볍게 위에서 빨리만 때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3세트에서 19-23으로 뒤졌지만, 연속 6득점을 올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민 감독은 "경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상대가 범실하면서 우리 흐름으로 넘어온 거다. 그 세트를 특별히 잘한 건 없었던 거 같다. 선수들에겐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있으니 범실을 줄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카타리나 요비치를 선발했으나, 시즌 도중 캣벨로 교체했다. 캣벨은 챔프전 활약을 펼치며 MVP를 수상했다. 김종민 감독은 "처음부터 캣벨을 염두에 두긴 했는데. 무릎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길게 시즌을 소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에서 뛸 때 체크를 했는데 경기를 안 뛰었다"고 웃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 도전할)가능성이 있으면 캣벨로 바꾸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로 가려고 했다. 선수들이 기회를 만들어줘서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자부 대한항공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된 김종민 감독은 도로공사에 온 지 2년 만에 우승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김 감독은 "첫 번째 땐 우승 후보로 지목이 됐고, 전력도 좋았다. 그때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올해는 처음부터 우리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선수들과 저는 마음 편하게 준비했다. 챔프전도 '우리는 잃을 것도 없고,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겠나'고 했다. 수비 열심히 올리고 버티자고 했는데 잘 버텨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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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는 올 시즌 뒤 주축 선수 5명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김 감독은 "가장 어렵습니다…"라고 쓴웃음을 지은 뒤 "다 같이 가고 싶다. 도공에서 7년째 하고 있는데, 세터만 바뀌었지 그대로의 멤버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팀을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 위치에서 잘하면 더 강해지는 힘이 있다. 조직력으로 하는 배구라 누구 한 명 빠지면 쉽지 않다. FA는 선수의 자유이기 때문에, 구단에 잡아달라고 요청은 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시즌 중반까지 고전했다. 가장 힘든 순간을 묻자 김 감독은 "초반에 박정아 선수 몸 상태가 안 올라왔다. 중요한 경기에서 자꾸 페퍼저축은행에게 잡히고, 4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최고의 위기였다. 선수들이 똘똘 잘 뭉쳐서 헤쳐나왔다. 흥국생명을 이겼던 게 분위기 전환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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