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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 저출산, 엄마선수가 없다①

금메달 따기보다 어려운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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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 저출산으로 위기를 맞은 분야는 한두 개가 아니다. 스포츠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선수 지원자를 못 구하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 경쟁력은커녕 종목 존폐를 걱정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스포츠계 자체는 어떨까.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위해 결혼한다”는 남자 선수와 달리 여자 선수의 결혼·출산 비율은 일반인에게 한참 미치지 못한다. 어렵게 결혼해 임신한 여자 선수의 경우 죄책감을 강요받는다. 그 현실을 들여다 봤다.

임신 초 국제대회 출전, 불안에 떨어

지난달 25일 실업연맹회장배 사격대회가 열린 창원국제사격장. 만삭으로 10m 사대에 선 금지현(23) 선수가 공기소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큰 종목은 아니지만, 5㎏ 가까운 소총을 들고 샤프심 굵기인 지름 0.5㎜ 표적을 조준하는 일은 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국내 톱3 실력자인 그는 이날 19위에 그쳤다. 그는 “임신 36주 차로, 예정일(5월 24일)이 한 달쯤 남았다”며 “표적에 명중하면 배를 어루만지며 ‘세담(태명)아, 얌전하게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빗나가면 ‘네 탓이 아니야’라고 반복해서 속삭인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위해 임신 계획이 없었던 금 선수는 지난해 10월 카이로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았다. 그는 “임신 초기 태동이 없어 불안해 이집트행 기내에서 한숨도 못 잤다. 두바이 경유에 비행 시간만 13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5위로 2024년 파리올림픽 쿼터(출전권)를 따냈다. 그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소속팀인 경기도청에 타격이 있을까 봐) 죄책감이 들었다”며 “소속팀에 먼저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청은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딴 ‘실력자’인 그와 지난 1월 재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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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 49㎏였던 체중은 20㎏ 늘어 69㎏이 됐다. 불러온 배 때문에 소총 3자세 중 복사(엎드려쏴)와 슬사(무릎쏴)는 할 수 없다. 입사(서서쏴)만 하는 10m 공기소총밖에 출전할 수 없다. 심한 우울증도 겪었다. 임신 전에도 허리 디스크 증세가 있어 신경 주사를 맞고 출전했는데, 임신 후에는 이마저 불가능했다. 만삭에 사대에 선 금 선수를 향해 일부 다른 팀 지도자는 “배 속 아기가 불쌍하지 않냐” “쟤 또 나왔네”라고 대놓고 핀잔했다. 그럴 때면 “병원에서 괜찮대요. 나쁜 말은 태교상 금지예요”라며 받아넘긴다. 그는 올해 단체전에서 은메달 3개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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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대표였던 금 선수는 만약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열렸다면 출전했을 텐데,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돼 지난 3월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렀다. 임신 7개월 차였다. 7명 중 7등에 머물러 2연속 아시안게임 출전은 무산됐다. 그는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배 속 아이에게 ‘임신 초기 (출산을) 망설인 건 엄마가 못나서였지, 네 탓이 아니야. 넌 짐이 아니라 복덩이야’라고 말한다”고 했다. 태명(세담)은 먼저 출산한 사격 국가대표 정미라 선수가 지어줬다. ‘세상의 사랑을 다 담아 널 사랑해’란 뜻이다. 그는 “출산한 뒤 20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내 성씨(금)처럼 금메달을 따 세담이에게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출산휴가(3개월)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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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5~35세 일반 여성의 혼인 비율은 33.7%(2020년 기준)다. 비슷한 연령대인 여자 선수는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중앙일보가 여자 국가대표(동·하계 올림픽 종목 중 2023년 국가대표 확정 종목 기준)와 여자 프로농구·배구선수 61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기혼자는 37명으로 6.6%다. 그중 아이가 있는 선수는 7명(1.1%)에 불과했다. 여자 국가대표 387명 중 기혼자 18명이며, 투기 종목은 레슬링 오현영(34)이 유일하다. 자녀가 있는 선수도 5명뿐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담아, 올림픽 금 따서 안겨줄게”

‘여자 선수 출산율 1%’라는 말에 금지현 선수는 “예상했던 수치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임신하면 팀에서 잘릴 수 있어’ 눈치보는 여자선수가 많다”고 전했다. 출산을 경험한 국가대표 7명의 평균 결혼 연령은 27.4세, 첫 출산 시점은 30.9세였다. 대회 등과 겹칠 경우 약으로 생리 시기 등을 조절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생리가 불규칙하고 통증이 심한 선수도 많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성 보호를 위한 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36조2항)하지만, 많은 분야가 그렇듯 스포츠에서도 이는 현실과 거리가 먼 법 조항일 뿐이다.

김정효(체육철학) 서울대 외래교수는 “육체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퇴보하고 2세를 낳은 시기는 정해져 있다 보니 양쪽이 충돌한다”며 “여성 선수는 신체자본을 극대화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순간까지 유예시킬 수밖에 없다. 필드를 떠나면 재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생리휴가를 보장하듯, 여성 선수도 기본부터 시스템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지금껏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인 스포츠 분야부터 잘 된다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린·김효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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