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아니었어? 전지현도 반한 지리산 황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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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서 내려다본 지리산 능선과 섬진강의 물줄기. 일출 무렵의 풍경이다. 아침 해를 받아 대지에 붉은 기운이 물들었다. 드라마 ‘지리산’에서도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다. 백종현 기자

어설픈 CG와 과도한 PPL이 도마에 올랐지만, 지리산의 압도적인 풍광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tvN 드라마 ‘지리산’을 특별하게 하는 건, 결국 지리산이라는 막대한 공간이다. 그 거대한 무대가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드라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달리 여행을 부추기는 수려한 풍경이 많이 보인다. 산과 사람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레인저가 주인공인 덕분에 지리산 곳곳이 화면에 담겼다.

천왕봉, 뱀사골 … 열달간 풍광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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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를 새긴 정상석이 보인다. [사진 tvN]

‘지리산’은 지난해 9월부터 열 달간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만들었다. 국립공원공단이 최초로 전담 TF까지 꾸려 전폭 지원한 작품이다. 국립공원공단 드라마제작지원단 권욱영 단장은 “실제 국립공원 레인저가 따라붙어 드라마 촬영지 섭외는 물론 대본 감수까지 도왔다”고 말했다.


낙석 사고나 계곡이 범람하는 장면은 CG지만, 지리산의 풍광 대부분은 진짜다. 주인공 서이강(전지현)과 강현조(주지훈)가 조난자를 수색하는 대목에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915m)이 등장한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비문을 새긴 정상석 앞에서 주지훈이 산 아래를 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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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와운마을의 지리산 천년송. 전지현과 주지훈이 머물렀던 곳이다. [사진 남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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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지대가 있는 제석봉(1806m)도 단골 출연 중이다. 중산리~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중산리 코스(7㎞, 약 5시간)’는 가장 대표적인 천왕봉 산행 코스다. 탐방 경험이 있다면 친숙한 장소가 여럿 보일 테다.


레인저들이 조난 현장으로 내달리는 장면은 뱀사골에서, 지리산 능선의 그윽한 풍광과 국립공원 차량이 산길을 질주하는 장면은 노고단(1507m) 일대에서 찍었다. 뱀사골은 피아골과 함께 지리산의 단풍 명소로 꼽힌다. 올가을은 11월 중순까지 단풍을 볼 수 있다. 뱀사골 인근 와운마을 언덕에는 지리산 천년송(천연기념물 424호)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서이강이 위로가 필요할 때 즐겨 찾았다는 그 소나무다.

레인저, 어디 가면 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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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을 발견하는 후미진 숲으로 등장한 이끼폭포.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막고 있는 장소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레인저 막내 이다원(고민시)이 백골을 발견하는 개암폭포. 원시림 같은 풍경 때문에 CG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리산 이끼폭포에서 촬영했다.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반인은 출입이 안 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특별히 선보이는 비밀의 숲이다. 빼어난 풍경 덕에 무단출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레인저에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드라마 덕분에 레인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재난구조 활동 뿐 아니라 탐방 해설, 자연자원 조사, 대피소 관리 등 국립공원 전반의 일을 책임진다. 전국 국립공원에 약 2500명이 배치돼 있다. 탐방안내소, 대피소, 탐방로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6년 경력의 김병부 레인저는 “비법정 탐방로 출입, 흡연, 자연 훼손 등이 가장 흔한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에서는 길바닥의 도토리 하나도 함부로 주워오면 안 된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어서다.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산다. 70여 마리를 헤아린다. 드라마에 나온 전남 구례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도 실재하는 공간이다. 반달가슴곰이 동면에 들어가는 12월 전까지 하루 3회(20명씩) 무료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이 필수다.


레인저의 근무지로 등장하는 가상의 해동분소는 남원 흥부골 자연휴양림에 세트가 보존돼 있다. 현재의 해동분소로 나오는 뱀사골 탐방안내소에서는 15일부터 특별 전시관을 운영한다. 주지훈 배우가 입었던 판초를 비롯해, 각종 촬영 소품과 유니폼, 등산 장비, 차량 등을 전시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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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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