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부르는 인싸들의 동굴 사진 맛집, 이렇게 찍는다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해식동굴. 입구가 양쪽으로 나란히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좌우 대칭 구도의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jinu_behappy |
광명동굴도 아니고, 만장굴도 아니고, 성류굴도 아니다. 광산 시절의 향수나 지질학적 역사 때문이 아니라, 그저 ‘사진빨’ 하나로 소셜미디어에서 성지가 된 동굴들을 모았다. 이른바 ‘인생샷을 부르는 인싸들의 동굴 사진 맛집’이다.
인생 사진이 그냥 만들어질 리 없다. 가는 법, 사진 구도 등을 미리 챙기자. 동굴에서 역광으로 찍는 사진은 표정보다 포즈가 훨씬 중요하다. 몸의 윤곽이 잘 보이도록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 자세를 잡는 것도 요령이다. 사진 보정 툴을 활용하면 보다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주의사항도 꼼꼼히 챙기자. 장소가 협소하거나 가는 길이 험한 장소도 있다. 일부는 밀물에 동굴에 잠겨 물때표 확인(국립해양조사원이나 바다타임 등의 홈페이지 참조)이 필수다. 실제로 제주도의 갯깍주상절리의 동굴, 논산 반야사의 협곡 동굴 등은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거제 근포동굴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해식동굴. 입구가 양쪽으로 나란히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좌우 대칭 구도의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jinu_behappy |
거제도 남쪽 끝 포구 근처의 작은 어촌 근포마을(저구리)에 자리한 땅굴.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포진지용으로 파놓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길이는 30m에 이른다. 반세기 넘게 방치돼있던 것이 근래 1~2년 사이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국구 명물로 떴다. 인스타그램에 ‘근포동굴’ ‘근포마을땅굴’ 등을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2만개를 훌쩍 넘긴다.
GO로케 – 거제도 근포마을 동굴(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447 주변)
인생샷을 위한 팁 – 일출‧일몰이나 만조‧간조에 따른 영향은 없다. 인적 드문 시간에 찾는 게 관건인데, 되도록 평일을 노릴 것. 주말 하루 500명 이상이 찾는다. 근래 거제시에서 관광 편의를 생각해 화장실을 설치하긴 했지만, 주차공간이 넉넉지 못하다.
태안 파도리 해식동굴
고성 상족암 동굴. 만조 때는 물에 잠기기 때문에 간조 1시간 전후로만 입장할 수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nayoung__i |
충남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에 숨겨진 해식동굴. 파도리(波濤里)는 ‘파도가 거세 지나기 어려운 곳’이라는 뜻에서 지명이 유래했다. 실제로 오랜 시간 파도에 침식돼 형성된 해안 절벽과 파식대가 해변 북쪽에 널리 발달해 있다. 파식대 너머로 5분가량 돌아 들어가면 해식동굴을 만나게 된다.
GO로케 – 태안군 파도리 해식동굴(파도리해수욕장 북쪽의 파도캠핑장에서 가깝다)
인생샷을 위한 팁 – 다른 곳과 달리 동굴 두 개가 나란히 뚫려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입구에 한 명씩 서서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구도를 잡는 것도 요령. 서쪽으로 동굴이 나 있어 일몰 풍경도 아름답다. 만조 때는 진입로가 잠긴다. 간조 2시간 전후로만 출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경남 고성 상족암 동굴
제주 성읍리 녹차밭 한가운데 자리한 일명 '녹차동굴'. 입구 주변의 나무와 풀이 풍성하게 보이도록 구도를 잡아야 그림이 산다.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어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사진 이신영 제공 |
경남 고성 상족암 군립공원에 있다. 사진이 목적이라면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 쪽에 차를 대고 진입하는 편이 수월하다.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선착장에서 15분이면 동굴에 닿는다. 공원 입구에서 출발해 해안길을 따라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40여 분 걸어 들어가야 하지만, 남해안의 절경을 감상하기엔 더 좋다.
GO로케 - 경남 고성 상족암(주차는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에)
인생샷을 위한 팁 - 상족암 일대는 고성에서도 꽤 이름난 일몰 명소다. 동굴 안에서도 해가 잠기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만조 때는 진입로가 잠긴다. 간조 1시간 전후로만 출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제주도 성읍 녹차동굴과 탱귤탱꿀
채석강 해식동굴. 왼쪽은 '카메라360' 앱의 필터를 이용해 은하수 사진으로 보정한 모습이다. 오른쪽처럼 팔의 윤곽이 잘 드러나도록 포즈를 잡는 것도 인생 사진을 남기는 방법이다. 백종현 기자 |
제주도는 크고 작은 굴을 수없이 거느리고 있다. 한라산 동쪽 자락인 표선 산간에 위치한 성읍리 녹차마을. 초록이 끝없이 펼쳐진 녹차 밭 한가운데 이른바 ‘녹차동굴’이 숨어 있다. 다른 동굴에 비해 입구가 크고 굴이 땅속을 파고들 듯 형성돼 있어 독특한 구도의 동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GO로케 –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 녹차밭(성읍리의 카페 ‘오늘은 녹차한잔’에서 약 10분 거리)
인생샷을 위한 팁 – 입구 주변의 나무와 잡풀이 풍성하게 보이는 구도를 찾는다. 동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땅이 질퍽한 편이다. 모자, 편한 운동화 등을 착용하는 편이 좋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양봉장 ‘탱귤탱꿀’ 뒤편 숲의 땅굴도 근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마이걸 유아의 ‘숲이 아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그 신비로운 동굴이다.
GO로케 –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탱귤탱꿀’
인생샷을 위한 팁 – 1. 빛이 드는 곳에 의자를 두고 앉는다. 2 빛을 응시하며 ‘신비감 넘치는’ 표정과 포즈를 취한다.
전북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널려진 일몰 명소다. 해 질 녘 동굴 안쪽에서 바다 밑으로 잠기는 해를 담을 수 있다. 채석강은 북쪽의 공영 주차장이 입구 노릇을 하지만 이곳이 동굴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다. 격포 유람선 주차장 쪽에 차를 대면 해식동굴이 있는 파식대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GO로케 – 전북 부안 격포 유람선(격포 방파제)
인생샷을 위한 팁 – 동굴 입구 쪽 바위 위에 서거나 걸터앉으면 자동으로 포즈가 완성된다. 밀물 때 진입하면 동굴이나 갯바위에 고립되는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간조 2시간 전후로만 출입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 동굴 안이 어둡고,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아 각별히 조심해 진입해야 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