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찾은 천직, 시니어모델 '서우' 이야기

[라이프]by 전성기

바야흐로 코리아 열풍 속에서 언젠가 K-시니어모델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싶다는 여자가 있다. 생업에서 퇴직 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매 순간 도전하고 있는 시니어모델 ‘서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델 활동명이 ‘서우 (瑞雨 ) ’입니다 . 어떤 의미인가요 ?

제 본명이 “남궁근순”이에요. 사람들이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 해서 부르기 쉬운 예명을 찾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의 딸이 제 프로필 사진을 보더니 “서우”가 잘 어울린다고 하더군요.


“서우”는 풍년이 들게 하는 비, 즉 가뭄 속의 단비를 뜻해요. 뜻이 마음에 들고 어감도 좋아서 “서우”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됐어요.   

출처: 포토그래퍼 박성근 (인스타그램 @sungkeun.p)

시니어모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화장품 판매,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잠시 쉬는 기간을 가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카르멘 델로피체라는 유명한 미국 시니어모델을 봤는데 정말 너무 멋졌어요. 주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고요. 나중에 나도 저런 시니어모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죠.

시니어모델을 제안한 형부의 모델 시절

하루는 온 가족이 모여 같이 TV를 보고 있는데 시니어모델 김칠두 선생님이 나왔어요. 그때 형부가 제게 시니어모델에 도전해보면 어떻겠냐 물었어요. 형부가 모델이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저는 제가 모델 할 정도로 키가 크지도 않고 인물도 좋지 않아서 불가능하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형부가 다음 날도 다가와서 “걷는 자세가 좋으니 진짜 가능성이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왔는데 형부의 제안이 귓가에 맴맴 도는 거예요.


마침 집에만 있는게 너무 무료하기도 했고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던 차에 잘됐다 싶었어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내가 즐거워하고 질리지 않으면서 밤새도록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 시니어모델이 딱 저를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 죽기야 하겠어! 한 번 시작해 보자”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SNS 팔로워가 무척 많네요. 시니어모델을 하기 전부터 팔로워가 그렇게 많았나요 ?

아니요, 시니어모델을 시작하기 전에는 SNS를 그저 외국에 있는 아이들의 소식을 확인하거나 제 개인 일기를 남기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그때는 팔로우가 이렇게 많지 않았죠.


시니어모델 아카데미에서 매주 한 번씩 포토 수업을 해요. 열심히 찍은 사진을 그냥 버리지 말고 기록하자는 생각에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시작했어요.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올린 게 지금에 이르게 된 거예요.

SNS를 잘 운영하는 서우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 

저는 SNS에서의 소통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에 SNS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모를 때는 그냥 사람들 계정을 돌아다니면서 웬만한 글은 다 읽고 댓글까지 정성껏 남겼어요. 또 누군가 제 계정에 댓글을 남기면, 답글도 꼭 적어줬고요. 지금도 하루에 20분은 시간을 내서 사람들이 올린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줘요. 그렇게 온라인 상에서 서로 소통하다 보니 지금은 1,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어요.

출처: 포토그래퍼 박성근 (인스타그램 @sungkeun.p)

시니어모델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나요 ? 

제 나름대로 즐거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당장 내 앞에 닥친 일을 보면서 “아, 이걸 내가 헤쳐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것들이요. 처음 포토 수업을 받을 때는 카메라 공포증 때문에 벌벌 떨면서 어지러움까지 느끼고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어요. 오히려 어떤 포즈를 취해야 컨셉을 더 잘 살릴 수 있을까, 어떤 감정을 넣어야 더 자연스러운 표정이 연출될까 이런 고민을 해요. 그렇게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보는게 정말 즐거워요.

시니어모델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

 

항상 배우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도전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저는 가벼운 외출을 할 때도 그냥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나가지 않아요. 잡지나 포스트를 보면서 장소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을 기억해 두었다가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컨셉에 맞는 의상을 입고 나가죠. 이런 노력과 도전들이 나중에 포토 촬영을 하거나 무대에 설 때 많은 도움이 돼요.


그리고 시니어모델은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항상 자세를 바르게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시니어모델을 시작하면서 자세를 바르게 한지 2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 키가 1.5센치 컸어요. 원래 디스크가 있어서 재작년 수술을 하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나아서 수술도 안했죠. 바른 자세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있나요 ? 

시니어모델 서우로서 단편적인 목표는 언젠가 서울패션위크에 오르고 싶다는 거예요. 사실 저는 지금 시니어모델이라고 하기엔 나이나 외모가 조금 애매해요. 시니어모델이라 하면 모델 “문숙”님 처럼 하얀 머리에 굉장히 섹시한 주름이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죠. 그래서 10년, 15년 후 제가 진짜 시니어가 됐을 때 서울패션위크에 당당히 서고 싶은 게 꿈이에요. 나아가서 K-Senior 모델로 밀라노나 파리 같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영어 공부도 병행하고 있죠.


그리고 남궁근순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임종 전에 아이들 손을 잡고 “정말 고마웠다. 너희 덕분에 난 너무 행복한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거예요. 저는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났거나,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갔다고 제가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공한 삶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자다가 딱 죽으면 좋겠어” 라고 하는데 전 그게 싫어요. 물론 제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죽기 전 3일은 시간이 있어서 아이들 불러놓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가고 싶어요. 그게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예요. 

출처: 포토그래퍼 고구마 (인스타그램 @goguma_x)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또래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뱀탕 빼고 다 먹어보려고” 제가 웃자고 하는 말이에요.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제 의지이기도 하고요. 가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그 나이에 뭘 또 배운데?”, “굳이 그걸 할 필요 있어?” 라고 하지만 일단 도전을 해요. 삶이 달라지거든요. 사고 났을 때 내 몸 정도는 내가 지켜야 할 것 같아서 물 공포증이 있지만 수영도 배웠고요. 얼마 전에는 노는법에서 훌라댄스도 배웠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그렇게 훌라댄스 강사님과 인연이 되어 공연도 나갔었죠. 최근에는 한양도성 성곽길 트레킹을 하고 나서 걷는 운동에 재미가 들려 친한 동생과 주말마다 가벼운 트레킹을 다니고 있어요.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은 무슨 일이나 현상을 받아들일 때 일단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길 바래요. 더 나이가 들고 무언가 시작하려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못하게 돼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시작하면 좋겠어요. 100% 잘 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그 자체로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나씩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많이 생길 거예요.

출처: 포토그래퍼 고구마 (인스타그램 @goguma_x)

 시니어모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말 

작은 것에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건 그냥 다 해보면 좋겠어요. 나랑 안 맞으면 그때 그만 두면 되죠. 실제로 시니어모델 배우러 오셨다가 연기하러 간 사람, 플로리스트 하러 간 사람, 그림 그리러 간 사람도 있어요. 누가 뭐라 해요? 각자 자기한테 맞는 것 찾아서 하는 거죠. 그렇게 배우고 싶은 거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리에 올라 있을 거예요. 누가 알았겠어요, 제가 SNS 팔로워 1800명의 시니어모델이 돼 있을지! 당장 이뤄지는 건 없겠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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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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