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을 만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중년의 덕질생활

[라이프]by 전성기

코로나19로 집에서 꼼짝도 못하던 중년들에게 ‘미스터트롯’은 활력소 그 자체. 여전히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데, 트롯 덕질에 빠진 중년들의 심리를 들여다봤다.

임영웅, 이찬원, 송가인으로 하나된 중년

미용실을 운영하는 60대 미영 씨는 “찬또배기” 이찬원의 팬이다. 미용실에는 종일 이찬원이 부른 ‘잃어버린 30년’, ‘울긴 왜 울어’ 등이 흐르고, 손님들에게는 석류 품은 홍삼을 나누어준다. 50대의 연희 씨는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와 계속 데면데면했다. 서로 말도 건네지 않고, 불편한 사이. 하지만 이젠 둘 다 임영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만나도 전만큼 어색하지가 않다. 연희 씨가 휴대폰에 담아 온 임영웅 동영상을 보면서 함께 수다꽃을 피운다.


미스 트롯에 이어 미스터 트롯까지 폭발적인 인기이다. 이들이 출연하면 시청률 상승은 맡아 놓았다. 5월 10일 자 에 출연했을 때는 시청률 15.5%로, 그 전 회 주인 5월 2일 자의 7.9 퍼센트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금·은·동 입상자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뿐만 아니라 결승 진출자, 탈락자들까지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이 대중 앞에 나서는 방식도 기존 트로트 인기 가수와는 약간 다르다. 

미스터트롯 탑 7을 담은 화보집이 출간된 것은 물론, 패션 잡지나 아이돌 잡지의 화보도 촬영했다. 팬클럽들도 가수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이들을 열렬히 지지 중이다. 핑크 부대 송가인 팬클럽 ‘어게인’의 화력이 유명하지만,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영탁 팬클럽 ‘영탁이 딱이야’, 이찬원 팬클럽 ‘원하트’ 등 다양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영웅은 아침 실시간 차트에서 스트리밍하는 다른 아이돌 그룹에 지지 않을 정도로 음원 화력도 세다.


기존 아이돌 팬덤처럼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50대, 60대, 그 이상까지도 포함하는 광범위한 트로트 팬덤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이는 트로트라는 장르의 본연적 속성, 트로트 가수들의 개별적 능력, 그리고 현대 대중문화의 소비 양식 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입덕, 할 수 밖에 없는 세 가지 결정타   

먼저, 트로트는 향수를 담아 시대와 세대의 정서를 표현하는 장르이다. 음악학 박사인 한국 교원대 손민정 교수는 (2009, 음악세계)에서 현대 트로트의 가치를 (효 등의) 미덕, 흥, 끈기라고 말한다. 트로트는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음악과 뒤섞이면서도 한국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장르였다. 처음에는 도시적인 면모가 있었으나, 향유 계층이 나이가 들면서 서민적인 정서를 담으면서 전통적인 미덕 등에 집중하게 된다. 여러 지역의 축제나 장터에서 열린 트로트 가요제에 ‘효행상’이라는 요소가 포함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한국의 역사를 거쳐 온갖 신산한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세대를 위로하는 내용이 많은 것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위로가 된다. 임영웅이 결승전에서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그리며 부른 ‘배신자’라는 곡을 들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상실과 그리움, 역경을 이겨낸 끈기를 이에 투영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서바이벌 쇼의 특성상, 출연자인 김호중, 장민호 등 출연자들은 오랫동안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며 고난을 힘들게 헤쳐나왔던 이들이고, 이들의 서사가 바로 트로트 장르의 정서를 이룬다. 거기에 더해, 영탁이나 이찬원 등이 보여주는 댄스화 된 트로트의 흥도 시청자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JTBC 캡쳐

재능있는 우리 스타, 내가 직접 키운다

다음으로는, 출연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도 거대 팬덤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의 우승자인 송가인이 국악인이었던 것처럼, 의 출연자들 또한 여러 음악 장르를 거쳐 온 사람들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트로트라고 해도 자기만의 개성적인 방식을 구사한다. 트로트만 잘하는 게 아니라, 팝, 발라드, 아이돌 곡, 록, 심지어 클래식 가곡에서도 재능을 발산한다. 거기 더해 대부분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오래 무대 경험을 쌓아왔으므로 예능적인 매력까지도 있다.


이런 재능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출현한 것은 아니고, 원래부터 활동하고 있었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트로트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도 많지 않고, 행사에 직접 다니지 않는다면 볼 기회도 적었다. , 은 이 틈을 파고 들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눈에 모아볼 수 있었다는 것도 팬덤 형성에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후보에게 투표하여 그룹을 형성하는 같은 아이돌 서바이벌이 팬들의 활동방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가슴 속에 팬심을 품고있다

팬심은 젊은 시대의 것만이 아니고,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하지만 삶에 지쳐서 가려지기도 했고, 그를 표출할 적절한 통로가 없었을 뿐이다. 지금의 중장년층은 대중문화 시장에서 물러난 구경꾼이 아니라, 여전히 적극적인 소비자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기술도, 열의도, 여유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를 쓸 만한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했는데, 때마침 TV에서 각양각색의 메리트를 가진 출연자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한편으론 서바이벌이라는 프로그램에 내재된 경쟁력이 이를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방식으로 부추겼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열된 경쟁이 있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가수들이 반복되는 방송 출연으로 인해 쉽게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미 문은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행동할 지는 각자의 몫이다.


열정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삶에 활력을 준다. 송가인의, 임영웅의 팬이 되고부터 우울증이 나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덕질이라고 하는 팬 활동이 삶에 갖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또한 이는 중년이라도 대중문화 시장의 주도권을 다른 이에게 순순히 넘겨주지 않겠다는 투지의 일면이기도 하다.


기획 신윤영 박현주(TV 비평가) 사진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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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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