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어머니 돌보다 치매 상담 전문가가 된 며느리

[자동차]by 전성기

소싯적 직장생활 중 육아의 빈자리를 대신해준 든든한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시어머니의 치매와 동행하다보니 50대가 된 며느리는 자연스레 치매 상담 전문가로 2막을 택했다.

이수연 씨(54)에게 시어머니는 직장생활을 가능케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결혼 초부터 함께 살면서 수연 씨를 대신해 아이 둘을 키워주고, 살림까지 도맡았다. ‘엄마’와 ‘주부’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만큼 헌신적인 시어머니 덕분에 수연 씨는 직장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고 버팀목이 되어줄 줄 알았던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

치매 시어머니와의 동행

시어머니가 칠십 중반, 수연 씨가 사십 초반에 접어든 10여 년 전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시어머니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 처음에는 건망증이 심해지나 했는데 점점 그 정도가 심해졌다.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둔다든지 필요 없는 것을 지나치게 잘 간수 한다든지 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또 어디 두었는지 잊어버려 찾지 못하게 되면 누군가가 훔쳐 갔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무조건 트집을 잡고, 의심이 많아지고, 없는 말을 지어내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무슨 일이든 따지거나 시비를 걸어 가족들을 당황 시키곤 했다.


그러다 주변의 권유로 병원을 찾아 시어머니의 치매진단검사를 받았고, 경증 치매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치매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 시키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수연 씨뿐 아니라 남편, 아이들 등 모든 가족이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치매와의 길고 긴 동행이 시작되었다.

치매 관련 공부에 몰두

수연 씨는 시어머니를 보며 치매가 특별한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라 시기의 차이일 뿐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당연히 치매 환자도 늘어나므로 앞으로 치매는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날수록 돌봄뿐 아니라 예방, 상담 등 관련 분야에서의 할 일이 무척 많아 보였다. 수연 씨는 치매와 관련해서 좀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바로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일이기도 했으니 그만큼 절실했다.

특수 대학원에 진학

수연 씨는 사회복지 중 특히 노인복지 전공을 결정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직장인이나 제2의 인생을 목표로 늦은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말에 강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특수 대학원이었다. 사회복지개론, 노인복지론, 노인상담론, 정신건강론, 사회복지행정론, 사회복지현장실습 등의 필수 과목을 이수하고 2년 과정을 마치면 학위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2급, 평생교육사 2급 등의 국가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졸업 후 진로는 사회복지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노인요양시설, 재가복지센터 등)의 법인을 설립·운영할 수도 있고, 국내·외 각종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 사회복지단체,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 등에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거나 정부서 위탁 받은 각급 복지관 등에서 시설장,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말에만 강의가 있으므로 평소 집안일을 병행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수업이 있는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번갈아 어머니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우며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수연 씨를 응원했다.


시어머니는 매일 아침 집 근처에 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서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건강관리도 받고, 식사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오후에 돌아왔다. 규칙적으로 돌봄서비스를 받으니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치매 관련 취업의 길

무사히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수연 씨는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은 갖추었으니 취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요양센터나 시설에 취업을 위해서는 민간자격증이 아닌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 국가공인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수연 씨는 치매 관련 의료, 복지기관이나 요양센터 취업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취업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몇 군데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면서 ‘시설장보다 나이가 많아서’라고 짐작되는 이유로 탈락한 적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근무 조건과 환경에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구직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수연 씨는 마침내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한 주간보호센터에 취업했다. 신설 기관이라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던 첫 직장이었다.

치매 안심센터에서 하는 일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치매에 관심이 많았던 수연 씨는 이후 치매안심센터로 이직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지역사회가 치매의 예방과 관리를 원활히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국 시, 군, 구에 현재 256개소가 설립된, 치매에 관한 모든 일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센터에서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의 전문가들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상담, 검사, 치매 치료 관련 물품 및 지원비 지원, 맞춤형 인지재활 프로그램 운영, 치매 예방 프로그램 제공 등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수연 씨는 그곳에서 현재 치매 환자 가족들의 상담을 비롯하여 노화 과정에서 오는 기억력, 정신기능 감퇴, 언어능력, 공간감각, 추상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의 지적 능력의 감퇴가 점차적으로 진행되는 치매에 대해 관리하고 교육 하는 치매관리사업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지 이제 6년 차. 자신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평생 뒷바라지하고, 인생 2막의 소명까지 찾게 해준 시어머니께 감사하며, 매일 “나로 인해 누군가 격려 받고 감동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하루를 연다.


기획 임소연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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