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륙 최고봉 다 오른 허영호의 시작, 제천 금수산
산과 물이 좋고 풍광도 아름다운 곳을 청풍명월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허영호가 산악인을 꿈 꾸며 훈련했고 꿈을 이룬 뒤에도 자주 찾는 산도 바로 그런 곳이다.
금수산 무암골로 가다
40년 전에는 도로보다 철도가 편했다. 당시 제천 청풍은 충북선, 중앙선, 태백선 등이 모이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선사시대부터 뗏목으로 남한강을 건너며 교통이 발달된 곳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열차나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한다. 내가 찾아간 곳은 금수산이다.
금성면 성내리 골짜기에 있는 무암골. 열차를 타고 제천역에서 내려 청풍 방향 시내 버스로 성내리까지 간다. 차로 가면 남제천IC에서 82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된다. 봄에 벚꽃이 피면 호수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충주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안암에서 내려 범바위까지 30분, 무암사까지 한 시간 이상 걸어야 했다. 이제는 옛 시골의 아름다운 모습은 청풍호에 잠겨 볼 수 없다.
등산은 성내리 입구에서 시작된다. 10분 정도 걸어가면 무암 저수지가 나타난다. 논농사를 위해 만들어진 무암 저수지는 청풍호가 담수가 되면서 지금은 별 쓸모 없어졌다.
무암 저수지에서 유자 형태의 계곡 새목재가 아스라이 보인다. 예전에는 무암 골짜기도 금수산이라고 불렀다. 그 시절, 저수지 둑에 텐트치고 무암 골짜기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산을 마냥 좋아했을까? 그냥 좋았다. 늘 산이 나를 불렀다. 산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 시간만 나면 이 골짜기, 저 능선에 가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 올라 다녔다.
땀 흘린 만큼 내 마음 속에 성취감도 점점 커져 갔고 산에 대해 공부하며 자연을 이해했다. '그냥 산에 오르면 되지, 무슨 공부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산에 대한 인문 지리와 날씨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 지형도를 보고 동서남북을 판단 해야 어려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암벽, 빙벽도 안전하게 등반 하려면 배워야 될게 너무 많다. 등산은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70년 초에는 등산로도, 등산붐도 별로 없었다. 이 곳 무암 골짜기도 마찬가지. 저수지를 지나 조금 걸어가면 느티나무가 있다. 이 자리는 70년대 초까지 소와 염소가 뛰놀던 목장이었다. 지금은 목장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무암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동산(895m), 왼쪽으로 가면 작성산(844m)을 등산하게 된다. 성내리에서 무암사까지 걸어서 50분정도 걸린다. 지금은 사찰까지 길이 포장되어 있어 편하다.
무암사에서 서쪽으로 보면 투구같이 생긴 장군바위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암 바위는 그 뒤에 바위와 오버랩이 되어 찾기 힘들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안개가 껴 촛대봉처럼 멋있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배바위는 높이가 약 200미터로 암벽 등반 하기 좋은 암장이다.
첫 등반을 1974년에 시작해 배바위로 등반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 덕에 에베레스트를 여섯 번 등정했다. 또한 후배들과 남극점과 북극점 탐험도 했다. 이 정도면 이 산이 가진 기가 세계적인 기상으로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바위가 나한테는 영원한 모암인 셈이다. 이 바위는 원주, 충주, 영주 등 젊은 크라이머들이 훈련하는 장소다.
이번 산행은 남근석이 있는 암능을 따라 올라갔다. 예전에는 남근석을 송이같이 생겨서 송이바위라 불렀었다. 70년 초에는 릿지로 힘들게 다녔지만 지금은 계단식 데크에 로프까지 안전하게 설치해 놓았다. 절에서 3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오면 있다. 여기서 북쪽을 바라보면 암능 릿지가 해골 형상 같아 우리는 해골바위라 부른다. 이 암능도 여러 코스가 있어 재미 있는 곳이다.
배바위, 장군바위, 투구바위, 해골바위, 송이바위 등 다 내가 등산 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송이바위를 지나 가파른 암능을 따라 숨을 몰아 쉬면 800m 능선에 올라 설 수 있다. 70년 초까지 참숯을 구웠던 장소다. 당시 생계수단으로 참나무로 숯을 만들어 장날에 내다 팔았다. 여기서 청풍호가 아름답게 보인다. 이제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 동산(895m) 정상에 향한다. 이 정상은 나무로 둘러 싸여 조망이 없다.
일반적인 하산 코스는 새목재를 거쳐 무암사 쪽으로 내려가 성내리에서 등산을 마치게 된다. 나는 그 동안 가보지 않았던 등산로가 없는 남쪽 능선을 따라 모래 고개로 하산 방향을 잡았다. 낙엽은 발목까지 쌓여 있고 멧돼지 흔적도 굉장히 많았다. 미끄러지고 자빠지면서 무사히 모래고개로 내려왔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넓고 편안한 등산로다.
옛날 안암이나 북진에서 학현리 마을까지 난 산길이었다. 걷다 보면 작은 동산 모래 고개 이정표가 나온다. 힘들면 큰 길따라 교리로 내려가면 쉽게 하산할 수 있다. 나는 작은 동산 방향에 있는 능선에 올라 섰다. 여기서부터 조망도 좋다. 청풍호와 월악산도 보인다.
이 능선은 부분적으로 암능으로 되어 있어서 산행하기에 기분 좋은 코스다. 사진 동호인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작은 동산에서 보는 청풍호와 낙조는 환상적이다. 암능을 두 시간 정도 오르락 내리락 하면 교리로 향해 내려 갈 수 있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7~8시간 정도 걸렀다. 만만치 않은 코스다.
청풍호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걸을 수 걸을 수 있는 자드락 길도 있다. 자드락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에 좁은 길을 뜻한다. 번지점프, 수상스키 등 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청풍문화재단지, 비봉산의 곤도라, 전망대 등 여행 등산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기획 이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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