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살며, 버섯 농사 짓는 세 자매 귀농 성공기

[비즈]by 전성기

서울 토박이 어른 넷, 청소년 셋, 그리고 반려묘 7마리가 용인의 시골 마을로 이주했다. 시골 생활 8년 차. 어머니를 모시기 위한 전원생활에서 이젠 어엿한 농업인이 되어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년의 세 자매가 한집에 산다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두창리. 용인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의 마을에는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2013년 김혜란, 김미선, 김미정 등 김 씨네 세 자매는 이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이사했다. 세 자매 모두 종로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이자 도시를 벗어난 적 없는 전형적인 도시 생활자로 농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7남매(1남 6녀) 중 다섯째 김혜란 씨는 동물보호 시민 단체 ‘카라’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했고, 여섯째 김미선 씨는 애니메이션 채색과 웹 디자이너로, 막내 김미정 씨는 의상 디자이너로 일했다. 다만, 모두 용인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장 먼저 다섯째 혜란 씨가 현재 사는 이 마을로 귀촌했다.


“언니 두 명이 일찍 귀농해 각각 강원도 양양, 전남 장흥에서 살고 있어요. 간혹 언니들 집에 놀러 가면 사는 모습이 참 평온해 보였는데, 그 영향을 좀 받았죠. 게다가 동물보호 활동을 하다 보니 반려묘들도 흙을 밟고 하늘을 볼 수 있는 자연 속에서 살게 하고 싶더군요. 그러던 중 용인에 사는 지인을 통해 이 마을을 알게 됐어요. 서울 집을 정리하고 두창리로 내려왔습니다. 거리상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였죠.”


다른 두 자매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탈서울, 용인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용인 생활을 누리던 중 자매들은 생각했다. 흩어져 살지 말고 같이 살면 어떨까? 계기는 친정어머니였다.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함께 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셋이 모두 동의했어요. 그래서 제가 사는 두창리에 살림을 합치게 된 것이죠.”

이렇게 친정어머니를 포함해 어른 넷, 청소년 셋, 반려묘 7마리 대가족의 한집살이가 시작되었다. 오붓한 자매들이라고 해도 수십 년간 각자의 삶을 살다 한 공간에서 같이 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사회복지를 전공한 언니 혜란 씨가 주도적으로 동생들을 이끌고 조율하며 갈등을 방지하고 해결했다. 동생들은 그런 언니를 믿고 따랐고, 서로 배려하며 소소하면서도 소박한 일상을 즐겼다. 성공적인 귀촌은 귀농으로 이어졌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자매였지만, 시골에 살려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걸 체감한 것.


“우리가 농사를 짓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1년 정도 살다 보니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둘 생기더군요. 먼저 농사를 전혀 모르면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주민 대부분이 농업 종사자이기 때문이죠. 주민들과의 관계는 농사를 직접 짓기 이전과 이후로 많이 달라집니다. 같이 농사로 먹고산다는 유대감이 더 끈끈한 결속력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자매가 농사를 시작한 두 번째 결정적 이유는 은퇴 후의 삶 때문이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은퇴 후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중 대안이 농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귀촌했으니 그러면 귀농해볼까였죠.” 자매의 선귀촌 후귀농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보 귀농인이 선택한 특수작물, 송화버섯

어떤 작목을 선택하고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까? 자매는 경험이 없어 흙을 다뤄야 하는 농사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송화버섯 재배. 버섯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재배할 수 있어 초보 농사꾼이 많이 도전하는 작물 중 하나다.


“시설재배 작물인 버섯은 시설만 잘 갖춘다면 실패 위험이 적다고 하더군요. 노동강도도 밭일보다 힘들지 않고 무엇보다 배지 재배라 한 달이면 수확이 가능해 현금 회전율이 높다는 것도 좋았어요. 저희는 송화버섯을 선택했는데, 일정한 온도와 습도만 맞춰주면 잘 자랍니다.”


송화버섯은 표고버섯의 최상 등급인 백화고를 개량한 신품종이다. 갓은 표고, 기둥은 송이버섯 모양으로 향과 맛이 뛰어나다. 송화고 또는 송고라고도 부른다. 자매는 몇 개월 동안 여러 재배 농가를 방문해 눈으로, 귀로, 손으로, 발로 직접 배우고 익혔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서자 집터였던 495㎡(150평) 땅에 재배사 2개 동을 짓고 냉난방기 등 설비를 들였다. 자매 이름 돌림자인 ‘혜’와 ‘미’를 따 ‘혜미농원’으로 상표까지 냈다.

“버섯 재배가 아무리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도 저희 자매에게는 순박하다 못해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세 명 모두 평생 책상에서만 근무했던 사람들입니다. 버섯 농사는 몸으로 부딪쳐야 해요. 일이 너무 많아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였어요. 버섯이 자라고 수확하기까지 전 과정이 한 달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매일매일 관리하고 체크해줘야 해요. 또 시설재배라 해도 늘 변수가 생겨요. ‘농사는 현실이고 현실은 냉혹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만약 귀농 후 귀촌을 해야 했다면 시골행은 아예 포기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처음 2~3년 동안 유통,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고군분투했지만 2018년부터 용인 하나로마트 등 로컬 직매장에 판매를 시작하면서 수익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도시장터 마르쉐에서 직접 판매도 한다. 현재는 용인 지역 9개 매장에서 자매의 송화버섯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고 송화버섯 가공품을 개발해 ‘해븐머쉬’란 상호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도 입점했다.

자매가 함께 사니 행복지수 높아

자매는 2018년 용인시로부터 귀농인 정착 지원금 3억원을 받아 경기도 안성에 제2농장을 마련했다. 3967㎡(1200평)의 대지를 구입해 재배사 5개 동을 지었고 2019년 5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세자매꿈농원’이라 이름 짓고 혜미농원과 별도로 농업회사법인으로도 등록했다. 제2농장을 가동하면서부터는 막내 미정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농장 전담 팀에 합류했다.


미선 씨도 2019년에 한경대 최고농업경영자과정 버섯학과에서 1년 동안 공부하며 버섯 재배농으로서 전문 역량을 키웠다. 그런 노력 덕에 자매의 송화버섯은 친환경인증, 우수농산물인증을 받았다. 이제는 어엿한 농업인이 된 세 자매는 혜미농원과 세자매꿈농원의 견실한 운영을 위해 각자의 업무를 분업하며 미래를 꿈꾼다. 여전히 소규모 재배 농가지만 언니 혜란 씨는 버섯 가공품 개발과 마케팅, 미선 씨와 그녀의 아들은 버섯 생산과 수확, 재배사 관리를, 미정 씨는 생산과 재정 관리, 로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농장에서 일하며 같은 미래를 꿈꾸는 세 자매.


“첫 3~4년은 셋 중 한 명이 농장 일을 전담했고 나머지 두 명은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농장 업무를 함께 했어요. 가족이 똘똘 뭉치긴 했지만 소규모 농장이라 온 가족이 모두 매달릴 수 없었죠. 또 처음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고요. 자매 중 두 명이 직장 생활로 고정 수입이 있었기에 그나마 위험부담이 적었어요. 가족농 또는 부부농이라면 귀농 초기에는 농사 외에 다른 수익원을 고민해야 해요. 농사 경험 자체도 부족하지만 판로, 유통망이 확실해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시골에서 함께 살면 여유롭고 느긋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도시 생활보다 치열하고 바쁘다는 세 자매. 귀촌 후 일곱 번의 겨울이 가고 여덟 번의 봄을 준비하면서 자매는 한목소리로 “우리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저희 자매는 함께 뜻을 모으기만 하면 단합 에너지가 강렬합니다. 물론 치열하게 싸울 때도 많죠. 그러나 확실한 목표와 방안이 있다면 이견 없이 한마음으로 실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마찰은 이내 해결되죠. 혜란 언니의 강한 추진력과 해박한 정보력에 대한 신뢰가 커요. 언니라는 우산 아래 우리 둘이 힘으로 뒷받침해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가족농의 강점이죠.” 두창리 시골에 동거하며 버섯을 재배하는 김 씨 세 자매의 동고동락은 오늘도 계속되는 중이다.


김남희 사진 이준형(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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