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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대한민국 걷기 열풍을 이끈 제주올레 : 숨겨진 보석 같은 추천 코스 5

by전성기

고금을 통틀어 인간의 육체와 정신 모두의 건강에 ‘걷기’가 최고라고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이 이를 증명해준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2007년 제주올레가 열리면서 걷기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는 ‘성인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으로, 예수 열두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를 말한다. 이슬람 무어인들과 치른 전쟁에서 스페인 수호성인으로 떠오르며 유럽인들의 순례가 시작됐다. 이후부터 성인의 유해를 모신 대성당까지 가는 산티아고 순례의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


그러다 현대에 이른 1986년 어느 날, 기업체 중역이던 파울루 코엘류가 일상의 모든 걸 내려놓고 이 길을 걸었다. 그러고 나서 1년 후 자전적 소설 <순례자>를 출간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비로소 종교인들의 순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자기 성찰을 위한 도보 여행길로도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06년 어느 날 제주 사람 서명숙 씨 역시 일상의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그 길을 걷기 시작했고, 1년 후 고향 제주에 돌아가 올레길 1코스를 열었다. 국내에 걷기 열풍이 몰아치는 계기가 됐다.


올레라는 브랜드가 제주라는 자체 브랜드보다 점차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올레’는 시골 마을의 골목길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엄밀하게는 집 앞에서 마을의 큰 길까지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말한다. 고향이 제주인 필자도 어린 시절 들었던 할머니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다.


“바껃티 무사 졍시끄러왐싱고? 영철아~ 누게 와싱가, 혼저 올레 나강 보라.”


안방에 무료하게 누워 계시던 할머니가 바깥의 소소한 동정에도 귀를 쫑긋 기울이며 혹시 누가 놀러 오지는 않았는지 고대하는 것이다. “집 밖이 왜 저리 시끄러울까. 혹시 누가 왔는지 집 앞 골목에 나가봐라”는 할머니 말씀에 마루에서 놀던 손자가 쪼르르 마당으로 나가는, 오래전 제주 고향집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28개 코스 총 430km

제주올레는 2007년 9월에 1코스를 개장한 이래, 매년 4~5개 코스를 늘려갔다. 5년 만인 2012년 11월에 마침내 마지막 21코스를 이었다. 섬 전체를 두 발로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하나의 길로 연결한 것이다. 일주 코스 21개를 합친 거리는 345km다.


꾸불꾸불한 올레의 특성 때문에 자동차 일주도로(1132 지방도) 총거리 181km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깝게 길어졌다. 그러나 제주올레에는 21개 일주 코스만 있는 게 아니다. 사이사이에 추가된 섬 코스도 있다. 우도, 가파도, 추자도를 걷는 세 개 섬 코스를 합친 거리는 34km다. 제주라는 큰 섬에서 배를 타고 다른 작은 섬으로 들어가 걷는 길이다.


묘미가 색다르다. 가지를 친 코스도 두 군데 있다. ‘사이드 코스’로 부를 수 있겠다. 서귀포 엉또폭포와 저지 문도지오름으로 가는 두 구간이 사이드 코스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대체 코스 두 개가 더 있다. 해외 유명 트레일에서도 어떤 특정 구간에서는 ‘하이루트’와 ‘로루트’라는 이름으로 두 개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걷게 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올레에는 온평~표선 간 3코스와 한림~고내 간 15코스에 대체 코스가 있다. 내륙길과 해안길을 A코스와 B코스로 지정했기에 올레꾼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걸으면 된다.


이들 7개 코스를 합친 거리 85km를 21개 일주 코스 345km와 합치면 제주올레는 모두 28개 코스에 총거리 430km에 걸쳐 있다.

제주올레를 처음 걷는다면 외돌개 지나는 7코스

객관적으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코스다. 올레 운영의 심장부이자 올레꾼들의 베이스캠프 격인 서귀포 제주올레여행자센터가 코스 출발점이다. 아늑한 카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센터 1층에서 차 한 잔 마신 후 건물을 나서면 서귀포 칠십리시공원이 맞아준다.


자연과 인공이 적당히 섞인 공원을 거닐며 천지연폭포의 시원한 전경과 만난다. 삼매봉에 오르면 서귀포 앞바다에 있는 섶섬, 새섬, 문섬, 범섬은 물론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주 역사를 느끼고 싶다면 송악산 한 바퀴 도는 10코스

화순금 모래해변에서 산방산을 돌고 사계항을 거쳐 송악산을 도는 해안 코스다. 올레 전 코스를 통틀어 가장 빼어난 절경을 보여준다. 동시에 제주인들의 역사적 한과 아픔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사계항에서 송악산을 향하여 걷는 동안은 바다 쪽 형제섬을 바라보거나 산방산 경관을 뒤돌아보기 위하여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마라도행 여객선 선착장과 주차장 주변은 늘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송악산 주변 둘레길만 돌기 위한 관광객들이다. 역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절경임을 말해준다.


일제강점기 때 파놓은 진지 동굴들이 해안 절벽 여기저기에 그대로 남아 있다. 80여 년 전 제주인들이 강제로 흘린 피와 땀을 떠올리게 한다. 송악산 다음의 섯알오름 인근 알뜨르 비행장도 마찬가지다.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이 중국 본토 공격을 위해 전진기지로 삼은 비행장이다.


또 4.3사건과 6.25전쟁으로 인해 섬사람들이 엄청난 비극을 겪었던 현장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구간이다.

제주 여행 중에 잠깐 올레를 느끼고 싶다면 한담해안 산책로를 걷는 15-B코스

금능리, 협재리, 옹포리, 한수리 등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다 보면 비양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비양도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한림항이 올레 15코스 출발점이다. 종착지인 애월읍 고내포구까지는 내륙과 해안, 두 개 코스로 이어진다.


내륙으로 우회하는 A코스는 납읍리와 금산공원 등을 거치며 제주 서부의 중산간 마을 분위기를 만끽하는 운치가 있지만, 해안선을 따라가는 B코스가 더 인기 코스다.


한림항을 벗어나면 귀덕리 한수풀 해녀학교와 곽지해수욕장이 이어지는데 특히 이후부터 만나는 한담해안 산책로(또는 한담마을 장한철 산책로)는 올레꾼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아주 인기 있는 구간이다.

이국적인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월정리 해안과 만나는 20코스

구좌읍 김녕에서 세화까지 이어지는 20코스는 3분의 1이 해안길이고 나머지 구간은 해안에 인접한 내륙길이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의 골목길이나 밭과 밭 사이의 푹신한 담길을 번갈아 걷기 좋은 코스다.


20코스에서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김녕에서 월정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아름다운 금모래와 해안선이 찬란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월정리 해안을 지날 때는 유럽의 지중해 어느 휴양지 카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항파두리 가는 16코스

제주올레가 초행길이 아닌, 서너 코스 정도는 걸어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애월읍 고내포구에서 중산간 마을 광령1리까지 이어진 길이다. 초반 3분의 1은 해안길이지만 이후 3분의 2는 내륙을 향한다.


역동적인 해안선 전경이 이어지다 내륙에 들어서면 오름, 저수지, 역사 유적지, 아늑한 숲길과 돌담길, 한적한 마을들을 지난다.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올레 한 코스에서 다 만날 수 있다. 마치 제주올레 전체가 16코스 하나에 모두 축약된 듯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로 유명한 김춘수의 ‘꽃’ 등 아름다운 시들이 시골길 곳곳에서 올레꾼들을 기다리는 코스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섬 제주, 두려움과 희망은 늘 바다 넘어서 밀려왔다.’


항몽유적지 항파두리 토성 앞에 새겨진 이 글귀에서 750년 전의 아픈 역사와 만난다. 외세와 불의에 억눌리면서도 늘 맞서려 했던 제주 섬의 아픔과 슬픔이 올레 16코스 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travel tip

찾아가는 교통편

제주공항에서 제주 전 지역으로 버스가 잘 연결돼 있다. 모든 올레 코스를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제주에서 즐기는 버스 여행은 운치가 있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제주는 겨울에도 그다지 춥지는 않다. 여름에도 바람이 있어 그다지 덥지는 않다. 겨울이건 여름이건 걷기에 큰 지장은 없다. 그래도 역시 올레 걷기에는 봄과 가을이 최상이다.


소요 예산

올레 트레킹에서는 버스 교통비와 식비, 숙박비가 경비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1박에 2만~3만원 정도 하는 저렴하고 운치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이 거의 전 코스에 포진해 있어 저렴하게 트레킹할 수 있다.

도보 여행가 이영철

퇴직 후 5년 동안 자신이 선정한‘세계 10대 트레일’을 모두 종주했다.<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동해안 해파랑길><영국을 걷다><투르 드 몽블랑> 4권의 행서를 출간했다. 그의 여행 기록은 블로그 누들스 라이브러리(blog.naver.com/noodles819)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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