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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제주에서 한 달 살기 下

by전성기

50대 추천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제주 한 달 살이 두 번 도전해보니

조현성, 이정숙 부부


Q. 제주는 어떤 계기로 머물렀나?


은퇴를 앞두고 여행차 일주일 정도 제주에 머물렀다가 너무 좋아서 바로 일주일 뒤 친구의 주말 별장에서 보름을 더 머물렀다. 당시에는 산책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신선한 해산물 맛집을 다니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 컸다. 두 번째는 은퇴 후에 심란한 마음을 정리할 겸 월정리 해변 근방에 독채를 빌리고 차도 갖고 가서 약 한 달 머물렀다. 바다와 운전을 좋아해 해변도로가 잘 되어 있다는 월정리를 택했다. 카페에서 아내와 산책하다 마시는 커피도 작은 즐거움이었다. 자전거를 즐겨 타다 보니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 가능했다. 그런데 자동차와 자전거를 즐기는 나와 달리, 운전도 못하고 자전거에 취미가 없는 아내는 열흘이 지나면서 매우 힘들어했다. 특히 초반에는 집에서 밥을 많이 해 먹다 보니 아내가 ‘살림에 더 지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아침은 간단히 내가 준비하고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끼는 외식하고, 나머지 한 끼를 아내가 담당하는 것으로 룰을 바꾸었다. 연배가 비슷한 집주인 부부와도 안면을 트고 그들과 편해지면서 산책이나 등산, 식사도 종종 같이하며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찾았다.


Q. 제주에서 한 달 살기 후, 무엇이 바뀌었나?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노후에는 부부 둘이 재미있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자식들 없이 단둘이 덩그러니 있는 시간이 초반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섬에 한 달 있으니 다른 집 남편이나 아내와 비교할 일도 없고, 집안일이나 청소 등도 어쩔 수 없이 나눠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내는 가드닝이라는 취미가 새로 생겼고, 나 역시 자전거로 제주도를 좀 더 돌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Q. 제주에 살며 가장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부부이지만 일하고 아이 키우느라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세세하게는 잘 몰랐다. 좋았던 점은 타지에 아내와 함께 있으니 ‘둘뿐이다’는 생각이 들며 아주 일상적인 생활인데도 다르게 느껴지고 속 깊은 대화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화 내용도 아이들 위주에서 우리 위주로 바뀌었다. 그런데 부부가 같은 취미를 만들었으면 좀 더 재밌게 지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내는 도시에서는 영화도 보고 친구들 만나고 하는 모든 것이 활동이었지만 제주에 내려가니 그런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집에 있을 때보다 TV 보는 시간이 늘기도 했다. 그러다 주인의 양해를 얻어 잔디밭에 꽃을 심으면서 가드닝에 흥미를 느껴 마지막 2주는 풀을 뽑고 꽃에 물을 주고 항상 함께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뭔가 고정적이면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40~60대 부부의 한 달 살이

‘노스빌리지’ 윤명숙 대표


Q. 한 달 살기를 하는 부부의 대표적인 생활 패턴은 어떤가?


부부들을 보면 열심히 일해온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무조건 쉬러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강과 산책을 함께 챙기는 ‘걷기’에 매진한다. 올레길을 하루 한 코스 정도 걷다 보면 하루가 간다. 올레길은 일직선으로는 21번까지 있고, 또 거기서 갈래길이 나 있으니 총 25코스 정도 된다. 그 길만 걸어도 한 달이 금방 간다. 같은 길을 또 걸어도 달마다 계절마다 감회가 다르다. 여행을 자주 함께 다닌 부부들은 처음부터 제주도 정착을 염두에 두고 제주의 ‘어느 지역’이 자신들에게 맞을지를 보기도 한다. 공통점은 한 달 살기를 하는 부부는 대화도 많고, 쉬는 것에도 열심이고, 제주를 돌아다니는 것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Q. 제주에 한 달 머물기 전,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모든 편의 시설이 10분 내인 도시와 달리, 제주도 생활은 불편한 것부터가 시작이다. 한 달 살기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이라는 것을 알고 와야 즐길 수 있다. 도시에서의 삶의 속도를 100으로 잡으면 제주도 생활 인프라는 그것의 50% 정도다. 그러나 자연이 나머지 50%를 다 채우고도 남는다.


Q. 장보기는 불편하지 않은지?


동네마다 하나로마트가 있어 장 보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 지역 오일장도 잘되어 있다. 슬슬 걸어 나가 가볍게 장을 보고 돌아오는 건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으로 가능하다. 단, 깜깜한 밤에 움직일 일이 있거나 숙소 위치에 따라 마트를 오가기 힘들 수 있다. 이 점은 숙소 선택 때부터 고려해야 한다. 휴가철 성수기를 제외하면 소형차나 중형차를 렌트해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Q. 숙소를 잘 선택하는 팁을 알려 달라.


사람의 시각이나 느낌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명확한 답변을 받아낼 수 있는 질문을 해야 추후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 예를 들어 한 달 살기 체류자들은 잔디가 깔린 마당 있는 숙소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숙소에 도착하면 상상했던 마당이나 정원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일이 생긴다. 운영자와 손님 모두 ‘잔디 마당’에 대한 이미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 숙소 관련 질문을 할 때 ‘잔디 마당이 있어요?’ 대신 ‘마당이 몇 평 정도 되나요? 모두 잔디가 깔려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게 정확하다.


또한 부부가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 등을 문의할 때도 ‘시간 제약 없이 쓸 수 있나요?’ 대신 ‘마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인가요?’라고 묻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난방 옵션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난방비 문제로 심야 전기를 쓰는 숙소가 많다. 서로 기본 에티켓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가 예약했는데 친구 가족들이 주말마다 찾아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숙소에 따라 인원 제한을 하기도 한다.


+ 노스빌리지(www.northvillage.co.kr)

제주 조천읍 함덕서우봉 해변 근처. 객실은 총 4개로 15평 원룸 복층 두 가구, 20평 투룸과 28평이 한 가구다. 한 달 살러 오는 여행객과 일반 여행객을 반반 비율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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