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즈]by 전성기

최근 웹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가 화제다. 떠나간 이들이 남긴 또 다른 유품, 인터넷 세계에서도 정리가 필요하다. 과연 '디지털 장의사'는 무슨 일을 할까?

창직 모델 디지털 장의사 1호 김호진(50대)

전직 캐스팅 디렉터

창직 콘셉트 디지털 유산 정리 및 온라인 기록물 삭제하기

활동 디지털 장례 전문기업‘산타크루즈 컴퍼니’ 대표

창직 경력 12년 

디지털 장의사란?

디지털 장의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온라인에 남긴 흔적, 즉 ‘디지털 유산’을 없애주는 사람이다. 현재는 온라인이나 SNS에 남겨진 기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기록을 지워주는 일까지 맡고 있다.


최근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 불법 촬영(몰카), 지인 능욕(음란물 주인공에 다른 얼굴을 합성하는 것)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얼굴이 인터넷 세계를 떠도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디지털 장의사는 이처럼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망자의 디지털상 흔적들을 정리해준다.


또 기업, 단체에 관한 근거 없는 비방 게시물이나 허위 사실도 삭제해준다. 개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주며 기업과 단체에는 평판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창직 프로세스 1단계

주변 문제 돌아보기

문제 해결책 찾기

미래 가치에 도전하기 

당시 광고에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출연시켰는데, 해당 광고가 방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로부터 악성 댓글 공격을 받게 된 것. 어린 소녀는 이 일로 충격을 받아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뭔가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인터넷에 떠도는 아이 관련 비방, 조롱 글, 과거 사진과 동영상을 하나하나 삭제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그는 우선적으로 포털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하고 관련 글을 하나하나 지웠다. 일주일 만에 악성 댓글과 관련 자료를 모두 없앨 수 있었다. 다행히 어린 모델이 다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보게 된 그는 ‘잊혀질 권리’ 관련 사업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임을 직감했다. 직접 시장조사에 나선 그는 인터넷에서 자신이 생성한 정보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유통되는 정보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상당수 발생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창직 프로세스 2단계

창직 역량 쌓기

전문성을 위한 기술 및 프로그램 개발

창직

그가 창직을 고민하던 당시는 SNS의 확산과 진화된 검색엔진들로 인해 개인의 정보가 신상 털기, 마녀사냥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었지만 이를 막을 만한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씨는 ‘잊혀질 권리’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선진국의 사례와 관련 법안, 논문, 서적 등을 찾아보며 학습하면서 ‘잊혀질 권리’를 체계화하고 ‘디지털 장의사’의 청사진을 만들어갔다. 취지는 좋았지만, 한 가지 고민은 IT 전공자가 아닌 데다 인터넷에 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인터넷 기록을 삭제하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일단 관련 정보가 어디에 얼마만큼 올라가 있는지 알기 어렵고, 설사 안다 해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읽고 결단을 내렸고 IT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디지털 기록 삭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의 분석은 정확했다. 시대 흐름에 맞게 ‘잊혀질 권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장의사로 창직의 길을 걷게 됐다.

수익 구조는 ▶기업과 개인의 온라인 데이터 관리와 강의


개인과 단체, 기업의 평판 관리 및 삭제 업무를 하고 받는 비용은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관리, 삭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기업들은 억 단위에 이른다.


최근에는 ‘불법 영상 촬영의 폐해’ 등 관련 강의도 확대되고 있는데, 이 역시 강의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책정된다. 업무의 특성상 수익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수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므로 수익 안정성은 점차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은 ▶SNS 활용 급증세로 시장 확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SNS가 생활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유망 직종으로 선정했고, 구글 회장 에릭 슈밋,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 직업군이라 할 정도로 주목받는 직업이다.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이를 이용한 범죄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관련 직종 역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INTERVIEW
창직 선배에게 듣는다

Q. 왜 창직을 결심했나요?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소속 연예인, 모델들이 악성 댓글과 게시물로 마음고생하는 것을 수년간 봐왔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메시지들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불현듯‘인터넷에 떠도는 비방 글, 조롱 글, 과거 사진과 동영상을 삭제해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그래서 2008년 연예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록을 삭제하는 일’인 ‘디지털 장의사’를 창직했습니다.


Q. 창직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저희가 하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인정을 받으니까 돈이 되는 사업, 편한 일처럼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잊혀질 권리’는 워낙 생소한 분야여서 세계 어디에도 참고할 만한 데이터도 없고, 자문할 곳도 없어서 그 어떤 일보다 힘들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온라인에서 잊힐 권리를 비즈니스화하는 데는 복잡한 법적·윤리적 쟁점들이 뒤따르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 법제화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Q. 직업 홍보는 어떻게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상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을 모르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정확히 어떤 것들인지, 또 ‘잊혀질 권리’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분이 대부분이고요.


요즘 저희가 하는 일을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쓸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관련 SNS에 올려 흥미를 유발하면서 디지털 장의사를 알리고 있습니다. 해시태그를 따라 들어왔다가 관심을 갖고 보는 사람도 꽤 있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에는 방송국이나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도 많이 오고, 단체 강의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어서 직업을 홍보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Q. 창직 이후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트렌드나 관련 법안 학습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에는 되도록 참여하려고 노력해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또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와 같은 불법 촬영물, 비방, 조롱 게시물 피해자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사내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어떤 사람에게 디지털 장의사를 추천하나요?


디지털 장의사는 인터넷 검색만 할 수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니만큼 입이 무겁고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 의식이 강한 분에게 추천합니다. 윤리 의식도 강하고 체력도 받쳐줘야 합니다. 24시간 대기 상태에서 고객의 전화를 받아야 하고, 해외 사이트의 결과를 확인하려면 밤낮을 바꿔 일해야 할 때도 비일비재하거든요. 또 삭제 업무는 게시한 사람의 글을 읽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인문계열 전공자들에게 적합합니다.

이정원의 원 포인트 레슨

문제 해결을 역으로 접근해 성공한 케이스


디지털 장의사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은 창직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잘 파악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새로운 직업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직업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그 시대가 원하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탄생된다. 현재는 ‘온라인 시대’이며 ‘SNS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가 SNS를 통해 순식간에 대량으로 퍼져나가고,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SNS 마케터’라는 직업이 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으로 온라인에 퍼져나간 개인이나 단체의 잘못된 정보를 없애야 하는 신종 직업도 생기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바로 시대의 문제를 역으로 해결하면서 떠오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창직을 고민할 때 대립적인 직무나 반작용으로 인한 업무를 예측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 전성기 매거진, 프리픽(freepik.com)

2021.06.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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