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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30년 금융맨, 퇴직 후 오페라 해설가로 변신

by전성기

오페라 해설가 한형철은 금융권 출신이다. 약 30년간 성실히 금융인으로 살아온 그는 2017년 명예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살려 금융 강사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 및 목공일에도 도전했지만 이 역시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고심끝에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취미 생활을 살린 직업, 오페라 해설가의 길에 도전했다.


“정확히 26년 6개월, 약 30년 동안을 은행에서 근무했어요. 명예퇴직을 결심한 후 경력을 살려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죠. 마음의 결정을 내린 이후 노사발전재단에서 재테크나 자산관리를 강의할 수 있는 강사 코스 과정을 이수했어요. 이미 재테크 및 금융상담 자격증을 보유하고있던 터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격증을 갖추고 보니 강의할 곳이 없더군요. 말그대로 각자도생이었어요. 그 뒤엔 이것저것 해봤지요. 전문 기술을 익혀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페라를 해설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인생, 오페라와 함께 하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했던 한형철은 20여 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페라페스티벌을 방문 한 후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카르멘’, ‘리골레토’ 등의 작품을 관람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아리아가 큰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무대가 너무 좋았어요. 주로 예술의전당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이 열리긴 하지만 가끔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오페라를 압축해서 공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무대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휴일이면 거의 매번 공연장을 찾아갔어요.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홍보를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클럽오페라’를 운영했는데, 처음에 단순히 참가만하다가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클럽 운영 제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아직 회사원이긴 했지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오페라 해설을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오페라와 친해지는 첫 단추를 꿰다 

‘오페라 해설가’란 명칭은 한형철이 처음 사용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오페라 애호가라 소개하는 그는 오페라를 학술적으로 설명하거나 이론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 그가 중점을 두는 것은, 오페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진정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기존에 오페라를 해설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요, 그분들은 보통 자신을 소개할 때 ‘음악평론가’ 혹은 ‘오페라 평론가’라고 합니다. 그런데 ‘평론’이라고 하면 뭔가 어렵고 딱딱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눈높이를 맞추려는 의미로 스스로를 ‘해설가’라고 소개합니다. 숲에 가면 ‘숲 해설가’, 궁에 가면 ‘궁 해설가’, 미술관에 가면 ‘미술 해설가(도슨트라고 표현하고 있지만)’의 설명을 듣잖아요. 그분들과 함께하면 훨씬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거든요.


저도 오페라를 좋아하는 분들께 그렇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3년 전에 한 언론사 칼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오페라 해설가’라고 직업을 표현했으니, 아마 제가 공식적으로는 ‘오페라 해설가’ 1호일거에요(하하) 저는 제가 좋아서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고, 제가 조금 먼저 즐긴 것들을 오페라 입문자분들께 설명해드리는 것뿐이에요. 코로나19로 예정됐던 강의가 모두 취소되면서 요즘에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오페라 해설을 하고 있는데, 강의 때도 어려운 전문용어를 쓰면서 딱딱한 수업을 하지 않아요. 수강생들이 오페라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작품의 느낌을 가볍게 전달하려고 하죠. 그런 점들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면서 인기 강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블로그에 꾸준히 연재한 글, 책으로 엮다

그는 올해 여름, 이란 책을 선보였다.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상식부터 다양한 작품의 등장인물, 스토리, 대표 아리아 등 흥미로운 오페라 작품 이야기들을 다룬다. 국내에서 아직은 즐기기 쉽지 않은 문화 생활로 인식되고 있는 오페라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으로, 한형철의 오페라에 대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의를 위한 스크립트를 작성하면서 블로그에 하나 둘씩 정리를 했었는데, 한 신문사에 칼럼을 연재하던 중 문득 출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오페라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아직 공연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많아요. 오페라는 반드시 좋은 옷을 차려 입고 봐야하는 ‘고급 문화’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오페라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도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그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유형인 뮤지컬은 이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로 자리잡았거든요. 오페라가 대중적으로 변한 것이 뮤지컬이니, 아무래도 뮤지컬이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긴 해요. 하지만, 오페라 한 두 작품이라도 제대로 알게 되면 선입견이나 편견이 사라지고, 오페라가 얼마나 재미있는 문화인지 금세 알게 될 거에요”

좋아서 하는 일, 덕업일치

오페라와 미술을 흥미롭게 연결한 책을 곧 출판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한형철은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나갈 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하다. 약 30년을 직장에서만 보내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써내려 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처음 오페라 해설가로 방향을 정한 뒤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콘텐츠를 정하고 블로그에 오페라 관련 글을 올리는 작업을 계속했어요. 물론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요. 그리고 스크립트와 PPT 자료를 준비해서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강의를 할 수 있는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각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서는 것이 우선 과제였지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저처럼 평생을 바친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신 분들이라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 혹은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 이상씩은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런 분야를 선정해서 자신의 인생과 경험이 녹아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세요.


그냥 말로만 하면 막연히 다 아는 것 같답니다. 하지만 말로 강의하듯이, 직접 글로 써보세요. 토씨 하나하나와 분위기 전환을 위한 농담까지 모두 다요. 그런 작업을 거치다 보면 본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분명해진답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모두가 성공적인 인생2모작이 가능해질 거에요.”


기획 문수진 곽민선 사진 셔터스톡, 한형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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