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대형 SUV는 가장 또는 레저 마니아의 주된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중형 SUV만 되어도 커다란 차체를 바탕삼은 넓은 실내 공간과 여유로운 트렁크 공간 덕분에 가족 전체가 타도 넉넉하고, 레저에 필요한 짐을 잔뜩 싣고 길을 떠날 수 있죠. 게다가 3열 시트를 갖춘 대형 SUV라면 3대 가족이 근교로 나들이하러 가기에도 충분합니다. 기아 카니발과 같은 MPV보다 SUV가 취향인 분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죠.

그렇다면 중고차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 중 어떤 모델에 관심을 뒀을까요?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KB차차차의 매물 조회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먼저, 국산 중형·대형 SUV를 통틀어 가장 조회수가 높은 모델은 현대 팰리세이드입니다. 이어 2위 제네시스 GV80, 3위 기아 쏘렌토, 4위 현대 싼타페, 5위 제네시스 GV70의 순서입니다.

현대 팰리세이드(출처: 현대차)

현대 팰리세이드는 국산 대형 SUV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현대자동차의 인기 모델입니다. 인기의 비결은 덩치에 있습니다. 현대 팰리세이드의 등장 이전에 국산 SUV 모델 대부분은 3열 좌석이 없거나 옹색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를 살 돈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더 큰 SUV를 살 수 있으니 팰리세이드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이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넓은 실내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는 세대가 팰리세이드에 가장 주목하거든요.

제네시스 GV70(출처: 제네시스)

가령 20대 중고차 소비자의 조회수 순위는 현대 싼타페, 제네시스 GV70,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쏘렌토, 제네시스 GV80의 순입니다. 스포티한 디자인의 현대 싼타페, 고급스러운 중형 SUV인 GV70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현대 싼타페라면 20대에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가거나, 차박을 떠나더라도 공간은 충분할 겁니다. 한편 제네시스 GV70이라면 조금 더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선택일 겁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름값도 있고, 실내도 고급스러움과 젊은 감각을 잘 아우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30대부터는 현대 팰리세이드의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30대 중고차 소비자의 조회수 순위는 현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 GV70 순입니다. 이는 선택의 기준이 바뀌었음을 뜻합니다. 가장이 되고 자녀가 생기는 시점이 되면서 대형 SUV에 눈을 돌리는 것이죠.​

제네시스 GV80(출처: 제네시스)

대형 SUV의 선호는 40대에서 50대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40대 중고차 소비자의 조회수 순위는 현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기아 쏘렌토, 현대 싼타페, 제네시스 GV70 순이며 50대 중고차 소비자의 조회수 순위는 제네시스 GV80,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쏘렌토, 현대 싼타페, 제네시스 GV70 입니다.

30~40대가 팰리세이드를 가장 많이 조회한데 비해, 50대 중고차 소비자는 제네시스 GV80을 가장 많이 검색했죠. 이는 가족의 성장과 수익 곡선에 기인합니다. 30대~40대의 경우 자녀가 청소년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레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 생활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가격이라면 조금 더 공간이 여유롭고 레저 활동에 필요한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를 찾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50대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레저의 비중은 일부 줄어들게 되죠. 그런데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수익이 최대로 늘어난 시기이기에 자연스레 자신의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럭셔리한 모델에 관심을 두게 되죠. 성인 4명을 위한 여유로운 공간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값도 갖춘 GV80에 주목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기아 쏘렌토(출처: 기아)

한편, 60대 이상 중고차 소비자의 조회수는 기아 쏘렌토, 현대 싼타페, 현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GV70 순입니다. 60대의 경우 자녀가 독립한 상태에서 대형 SUV에서 중형 SUV로 차의 크기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는 2000년대 초반 1세대 모델이 등장하여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덕에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부담없는 선택이 가능한 이유죠.

그리고 중형 SUV 중에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의 현대 싼타페보다는, 조금 더 중장년층에게 잘 어울리는 인상의 기아 쏘렌토를 고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기아 쏘렌토는 40대 이상 중고차 소비자 조회수에서 현대 싼타페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수입 중형·대형 SUV 중고 모델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가장 조회수가 높은 모델은 벤츠 GLC였습니다. 이어 2위 포드 익스플로러, 3위 BMW X5, 4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5위 볼보 XC90의 순이죠.

벤츠 GLC(출처: 벤츠)

조회수 순위를 살펴볼까요? 벤츠 GLC의 독주가 눈에 띕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았거든요. 조회수 순위를 살펴보면 20대 벤츠 GLC,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포드 익스플로러, 볼보 XC90, BMW X5의 순입니다. 30대와 40대는 30대 벤츠 GLC, 포드 익스플로러, BMW X5, 볼보 XC90,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동일합니다. 포드 익스플로러와 BMW X5의 순위가 오른 점이 눈에 띄죠. 국산 중고차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해당 연령대에서는 실내 공간이 넓은 SUV가 인기입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선호도가 높은 BMW 브랜드의 인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BMW X5는 도심형 프리미엄 SUV의 선구자라는 평을 받는 준대형 SUV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재 BMW SUV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로 대형 SUV인 BMW X7이 등장한 상태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적당한 크기와 뛰어난 민첩성을 자랑하는 BMW X5가 더 높다고 할 수 있죠.

포드 익스플로러(출처: 포드)

50대와 60대 중고차 소비자의 취향도 살펴볼까요? 조회수 순위를 살펴보면 50대는 벤츠 GLC, 포드 익스플로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BMW X5, 볼보 XC90의 순이며, 60대 이상은 포드 익스플로러, 벤츠 GLC,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BMW X5, 볼보 XC90 순입니다. 60대 이상에서 포드 익스플로러의 인기가 가장 높은 점이 눈길을 끕니다. 커다란 덩치와 이름값 덕분일까요? 사실 포드 익스플로러는 국내 수입 SUV 시장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1995년 포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선보인 모델로, 오랜 시간동안 인지도를 쌓아왔죠.

BMW X5(출처: BMW)

벤츠 GLC, 포드 익스플로러의 신차 시장 가격은 비슷한 편입니다. 자연스레 중고차 시장에서도 두 모델을 두고 고민하는 흐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벤츠 GLC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름값과 고급스러움이라는 점에서,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작은 공간을 만회합니다. 반면 포드 익스플로러는 미국적 정서가 가득한 넓고 간결한 실내, 덩치에 비해 효율적인 터보 엔진이란 장점이 있죠. 이처럼 조회수 상위 5위를 차지한 모델들은 저마다의 특징이 분명합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출처: 랜드로버)

가령 벤츠와 BMW는 국내 시장에서 확실히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상태고, 볼보 XC90은 안전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기함으로, 포드 익스플로러는 경제적인 준대형 SUV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경우 랜드로버에서 가장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죠. 브랜드의 가치 제공만이 아닌, 모델이 가진 특성이 확실하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볼보 XC90(출처: 볼보)

지금까지 중형·대형 SUV 중고차 시장의 인기 모델을 살펴봤습니다. 선호 차종 구성을 보면 저마다의 인기 요인이 확실하죠. 연령대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바뀌는 인기 모델이 눈길을 끕니다. 신차 시장에서는 예산에 따라 차급이 바뀝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연식, 주행거리 등 컨디션에 따라 같은 비용으로도 전혀 다른 차급을 살 수 있죠. 신차 가격이 비싼 대형 SUV를 원한다면 연식과 주행거리 기준을 조금 낮추면 되니까요. 신차 시장과 달리,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에 맞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고차 시장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