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예능 범람에 늘어가는 ‘빌런’몰이,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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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를 앞세운 ‘솔루션 예능’, 즉 고민해결 예능이 유행이다. <개는 훌륭하다> 강형욱 훈련사,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 박사.(왼쪽부터) KBS·SBS·채널A 제공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 콘텐츠 범람 시대에 TV 예능이 택한 생존전략 중 하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연예인이나 일반인이 사연의 당사자로 출연해 고민을 내놓고 대안을 찾아가는 ‘솔루션 예능’, 즉 고민해결 예능이 유행이다. 생업·육아·부동산·반려동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현실적 고민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반면 일부 출연자의 태도가 논란이 되고 때로 이에 대한 비판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민해결 예능은 새로운 유형의 방송 프로그램은 아니다. 2010년 11월 첫방송을 시작으로 2019년 9월 종영한 KBS 2TV <안녕하세요>는 남녀노소, 장르 불문 다양한 고민을 털어놓고 나름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대표적인 고민해결 예능이었다. 지금은 연예인 가족의 관찰 예능으로 변모한 SBS <동상이몽> 역시 시즌1에선 일반 가정내 자리한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매회 다양한 사연의 주인공들이 출연해 현실적 고민으로 공감을 샀으나, 일각에선 연예인 패널들이 내놓는 해결책에 대한 실효성과 예능 수준을 벗어난 수위의 고민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등장한 고민해결 예능은 주제를 특정하고 전문가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기존 방송과 차별된다. 명실상부 SBS 효자 예능으로 자리잡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내세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식당 주인들에게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는 훈련사 강형욱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 행동 교정에 나섰으며,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출연해 육아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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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발품을 팔아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고민해결 예능도 등장했다. 부동산을 소재로 한 MBC <구해줘! 홈즈> 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전문가를 통해 가치를 검증한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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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첫방송한 tvN <신박한 정리> 는 자타공인 ‘정리의 신’ 배우 신애라가 출연해 의뢰인의 집을 점검, 물건 정리에 대한 노하우를 나눈다. tvN 제공

연예인들이 발품을 팔아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의 고민해결 예능도 등장했다. 부동산을 소재로 한 MBC <구해줘! 홈즈>는 전문가 패널은 없지만 코미디언 박나래, 김숙, 양세형 등 연예인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부동산 매물을 확인하고 전문가를 통해 가치를 검증한다. tvN <신박한 정리>는 자타공인 ‘정리의 신’ 배우 신애라가 출연해 의뢰인의 집을 점검, 물건 정리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 있으며, 박나래와 장도연이 MC를 맡은 SBS <박장데소>는 데이트 컨설팅을 표방했다.


이처럼 고민해결 예능이 한꺼번에 생겨난 배경에는 관찰예능의 유행이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해설을 보태던 관찰예능에서 이제는 전문가 솔루션을 더해 출연자의 실제 삶, 현실도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만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없는 현실도 작용했다. 한 케이블 예능 PD는 “재밌기만 한 콘텐츠는 이미 유튜브나 OTT를 통해 충분히 볼 수 있다”며 “방송 예능이 이들과 차별점을 가지려면 정보성과 공익성이 담보돼야 한다. 전문가 섭외가 쉬운 방송사 입장에서 솔루션 예능은 재미에 이 두 가지를 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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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 편의 한 장면. 고민해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일명 ‘빌런(악당)’ 낙인찍기로 인한 부작용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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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훌륭하다> 보더콜리 ‘코비·담비’의 견주는 과거에도 반려견을 유기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경찰이 동물학대 혐의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KBS 제공

고민해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연 선별과 고민 해결 수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 대표와 식당 주인들 간 관계가 ‘갑을’처럼 비춰지면서 솔루션 방식이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개는 훌륭하다>의 경우엔 주인까지 무는 개 ‘천둥이’편에서 개가 출혈을 일으키는 상황에서도 훈련을 강행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구해줘! 홈즈>는 출연자의 부적절한 사생활이 폭로돼 해당 출연분을 통편집하기도 했다.


일명 ‘빌런(악당)’ 낙인찍기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골목식당>에서는 서울 홍은동 포방터 시장 ‘홍탁집’, 청파동 ‘피자집’ 등이 대표적인 빌런으로 꼽혔다. 솔루션에 임하는 태도가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은 <개는 훌륭하다> 보더콜리 ‘코비·담비’의 견주는 과거에도 반려견을 유기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경찰이 동물학대 혐의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청자에게 ‘미운털’이 박힌 이들은 방송 직후 도를 넘는 인신공격·협박성 악성댓글에 시달렸으며, 제작진의 출연자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매번 높아졌다. 일부 출연자들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방송에 노출된 부분이 전부가 아니라며 억울해 하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민해결 예능에선 출연자의 생활 방식, 삶의 태도, 사소한 습관까지도 지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전문가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사생활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누구나 ‘빌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평론가는 이어 “구체적 사정을 보지 않고 편집된 방송분만 보고 대중이 현실에 개입할 경우 출연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선한 영향력과 별개로 방송이 가진 파급력과 위험성이 얼마나 큰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2020.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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