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탕과 닭의 잘 된 맛남…진국에 찹쌀밥까지 ‘찰떡궁합’[지극히 味적인 시장]

(84) 경북 고령 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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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 취재 예정지는 경북 의성이었다. 자두가 많이 나는 곳으로 6월에 딱 알맞은 곳이다. 새콤달콤한 자두도 좋지만, 일이 먼저였다. 봄부터 애타게 찾았던 하령 감자가 고령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5월에 찾아갔었다. 그리고 판매를 위해 계약을 추진했었다. 고령에서 계약한 감자 수확이 한창이라는 이야기에 의성은 다음으로 미뤘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고령은 풍부한 수량, 모래가 많은 토질 덕분에 감자 농사가 잘되는 곳이다. 보통 감자 하면 강원도를 떠올린다. 그건 한여름 이야기고, 6월은 경북이다. 경북의 평야 지대부터 시작해 7, 8월 백두대간을 타고 산지가 위로 올라간다. 찾아간 강변 옆 감자밭에는 수확 중이었다. 감자 줄기를 걷어내고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굵직한 감자가 햇볕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고랑 사이에 자리 잡은 일꾼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차곡차곡 바구니에 감자가 쌓이고 있었다. 감자를 큰 망에 담아 창고에 보관한다. 보관 중에 건조하고는 시장에 낸다. 분질 성질인 하령 감자 몇 개를 얻어왔다. 집으로 돌아와 감자를 삶았다. 비교하기 위해 반찬용인 점질성 감자도 고령장에서 사 와서 같이 삶았다. 속 노란 하령 감자를 입에 넣으니 큰 덩어리가 작은 덩어리로, 더 작은 덩어리, 더더 작은 덩어리로 갈라진다. 씹을 것도 없이 부서진다. 수미나 두백 품종과는 비교 불가의 감자다. 이런 상품을 찾아낼 때마다 식품 MD라는 것이 즐겁다.


고령 오일장은 4, 9가 든 날에 열린다. 고령은 대구와 낙동강을 앞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 덕인지 썰렁했던 어제와 달리 장터에 활기가 넘쳤다. 사람 없는 시장을 보면서 내일, 상설시장 주변을 감싸는 정도만 오일장이 서겠다고 생각했었다. 기우였다. 다음날 시장으로 나서니 제법 규모가 있었다. 시장길 따라 길게 400여m 정도 장이 섰다. 오가며 보는 시장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경남 산청이나 전남 신안에서 맛보지 못했던 흥이 넘쳤다. 양산 든 이가 많은 시장, 채소전을 보니 여름 채소가 제법 많았다. 날씨가 이상해도 여름은 왔다. 과일도 수박이 대세.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수박이나 멜론은 꼭지가 적당히 말라 있어야 맛있다. 고령은 겉에 그물 무늬가 없는 멜론이 많이 난다. 고령의 어느 곳을 가나 쉽게 만난다. 고령에서 많이 나는 감자나 멜론은 여름 작물이다. 겨울에는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괜찮다. 두 가지 대신 딸기가 많이 난다. 여름철 감자나 멜론보다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거니와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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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자아내는 조합 ‘어탕 삼계’

삶은 닭고기와 국물의 조화 ‘일품’

추억의 붕어 매운탕 떠올리게 해


알차고 속 노란 ‘제철 하령 감자’

수미·두백 품종과 다른 분질 성분

포슬포슬 사르르 입 안에서 녹아


넓게 부친 동그랑땡 같은 ‘닭전’

다진 채소들과 어울려 독특한 식감

닭의 구수한 맛 느낄 수 있어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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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질삐질 땀나는 시장에서 가장 '핫'한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콩물과 우뭇가사리의 조합은 시원함으로 사람을 유혹했다. 일명 ‘우무리카노’. 내가 붙인 이름이다. 줄 서서 한 컵씩 들이켜거나, 아니면 페트병에 가득 담아 갔다. 한 곳은 멀리서 봐도 땀이 삐질. 커다란 솥 몇 개를 걸고는 육개장, 어탕, 선짓국, 추어탕을 파는 곳이다. 땀이 나든 말든 사고파는 것에만 열중이다. 고령 오일장은 다른 장터와 달리 시장 초입에 고기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이웃한 동네에서 오는 흑돼지 뒷고기를 판다. 오전 10시 겨우 지났지만, 식당마다 사람이 가득하다. 장을 본 사람, 볼 사람이 섞여 있다. 깔끔 떠는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끌벅적 맛난 풍경이다. 뒷고기도 뒷고기지만 고령 오일장에서는 놓쳐서는 안 되는 먹거리가 있다. 어느 장터에나 있는 뻥튀기, 튀김, 도넛, 즉석 어묵이 아니다. 찹쌀떡과 감자 ‘고로케(크로켓)’다. 두 식당이 묘하게도 시장길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 있다. 우선 50년 넘은 찹쌀떡부터. 전에는 제과점이었지만 지금은 찹쌀떡만 한다. 밀가루 잔뜩 묻은 옛날식이다. 보드라운 질감의 떡과 호두가 든 팥소의 조합이 좋다. 진득거리는 식감을 내고 달기만 한 시판 팥소를 사용한 찹쌀떡과는 맛이 다르다. 장날에는 사기 힘들 거 같아 토요일에 미리 사서 맛을 봤다. 참으로 맛났다. 장날, 오가며 보니 떡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졌다. 감자 고로케는 고령 개진면의 개진 감자로 만든다. 치즈, 달걀, 새우, 땡초 등 부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고를 수 있다. 고로케의 주인공은 감자, 맛난 감자로 만드니 고로케가 맛없을 수가 없다. 진도의 대파빵, 함안의 불빵처럼 그 지역에 간다면 맛보면 좋은 빵이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제대로 활용했다. 이런 음식이 널리 사랑받을수록 지역의 재료가 살아남는다. 진미당 (054)954-2743, 개진고로케 0507-1392-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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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겨울이었다. 딸기를 알아보러 새벽 일찍 고령 쌍림에 간 적이 있다. 일을 보고 식사를 하려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어탕 집이 있다. 마을 어귀의 삼거리, 그리고 슈퍼를 같이하는 식당. 느낌이 바로 왔다.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탕국수, 국밥 그리고 수제비! 국수보다는 수제비를 좋아하는지라 수제비 선택. 사전 정보 없이 들어갔음에도 선물 같은 어탕수제비 한 그릇을 받았다. 이번 출장길에도 한 그릇 해야지 한다는 것이 다른 선택을 했다. ‘어탕 삼계’ 메뉴의 궁금함에 다른 식당을 선택했다. 어탕에 국수를 넣거나 수제비가 아닌 작은 닭 한마리가 들어 있는 모습에 이끌렸다. 감자밭 보고 다시 읍내로 갔다가 식당을 검색하니 감자밭 근처였다. 왕복 52㎞ 길이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잘 삶은 닭고기 살을 발라내고는 국물에 푹 적셔 먹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어탕 국물보다 삼계탕의 국물은 심심하다. 여기에 제피와 땡초까지 넣으니 특이하면서도 맛있었다. 닭이 품고 있던 찹쌀밥 또한 어탕 국물과 만나니 별미였다. 어탕 삼계를 먹으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병원에 계신 엄마가 해줬던 붕어 매운탕이 떠올랐다. 붕어를 푹 삶고는 뼈를 발라냈다. 그리고 국물을 양념하고는 채소와 소고기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맛본 어탕 삼계의 국물과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칠맛은 한 가지보다는 두 가지로 맛을 냈을 때 시너지가 난다. 멸칫국물에 버섯을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지는 거처럼 말이다. 옛날어탕 (054)955-0604, 행복이머무는집 0507-1334-9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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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탕이나 추어탕이나 같은 음식이다. 물고기를 재료 삼아 국물을 만들어 채소 넣고 끓이는 방식이 같다. 다만 어탕은 다양한 물고기가, 추어탕은 미꾸라지가 들어갈 뿐이다. 여러 어탕 중에 추어탕이 있는 것이다. 큰 하천이 지나는 곳은 실핏줄처럼 작은 천이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다. 그 덕에 물고기를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추어탕은 남원이 유명하다. 유명하지만 최고는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하천이 있는 곳에서 흔히 먹었던 음식이 어탕이고 추어탕이다. 경북 또한 추어탕 잘하는 곳이 많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고령 또한 빠져서는 안 된다. 시장길 중간에 고향 추어탕은 추어탕 하나만 한다. 국수도 없다. 흔한 튀김도 안 한다. 경상도식 추어탕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배춧잎을 말린 우거지가 듬뿍 들어간 맑은 탕이다. 여기에 다진 청양고추, 마늘을 넣는다. 취향에 따라 제피가루를 넣는다. 여기 제피가루가 요물이다. 지역에서 나는 제피를 사용하는데 향이 너무 좋다. 제피가루 든 단지의 뚜껑을 열고 향을 맡았다. 상큼한 향이 단지에서 흘러나왔다. 좋은 제피는 레몬향 비슷한 향이 난다. 산초는 이런 향이 없다. 제피까지 넣고 맛을 봤다. 필자는 국밥, 설렁탕, 평양냉면을 먹어도 국물은 반 정도 남긴다. 국물보다는 건더기를 주로 먹는다. 여기 추어탕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먹었다. 국물이 참으로 맛있었다. 고령추어탕 0507-1341-7720


국밥도 먹고, 석쇠 구이도 먹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닭전이다. 호박전, 민어전, 명태전, 대구전, 정구지전, 육전 등 수많은 전이 있다. 재료의 식감에 따라 전도 제각각 식감이 있다. 닭전이라?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다진 닭에 청양고추 다진 것과 약간의 채소를 넣고 넓적하게 부친다. 맛은 작은 동그랑땡을 넓게 부쳤다고 생각하면 얼추 비슷하다. 닭의 구수한 맛이 있어 먹을수록 당긴다. 더운 날씨에 콩국수와 함께 먹었지만 닭전은 칼국수와 더 어울릴 듯싶었다. 닭전은 맛있었지만 콩국수는 그다지 좋지 않은 탓도 있었다. 콩국수 먹으러 가지 않겠지만 닭전은 먹으러 갈 듯싶다. 원조소풍 (054)956-1007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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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7년차 그린랩스 팜모닝 소속 식품 MD.


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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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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