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들끓자…‘신림동 남성’ 강간미수 적용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던 경찰 “성범죄 시도 인정” 구속영장

현행법은 폭행 입증 없인 ‘강간 의도’ 뚜렷해도 처벌 어려워

4월 진주 방화살인도 ‘법적 공백’…범죄 예방적 조치 늘려야

경향신문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당초 이 남성을 강간미수가 아닌 주거침입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혐의 적용을 두고 비판·논란이 이어지자 “피해자 집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행위로 보아 ‘(성범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며 강간미수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ㄱ씨(30)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주거침입 강간미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2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귀가하는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 강간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간발의 차로 문이 닫히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ㄱ씨는 이후로도 10분 넘게 여성의 집 앞을 서성였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서 도어록 비밀번호를 풀려고 하거나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ㄱ씨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술에 만취하여 기억이 없다며 성범죄 의도를 부인하나, 범행 전후나 범행 현장의 행동 등으로 보아 피의자의 진술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해자 집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거나, 집 안에 있는 피해자에게 한 발언을 종합적으로 볼 때 ㄱ씨를 협박했다고 판단했다”며 ㄱ씨에게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ㄱ씨를 긴급체포하며 강간미수가 아닌 주택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려면 폭행과 협박이 동반돼야 하는데, 현재 확보한 CCTV 영상만으로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우선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ㄱ씨에 대한 낮은 처벌을 우려했다. 강간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데,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적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현관문 앞에서의 행위를 폭행이나 협박으로 볼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법조계 역시 ㄱ씨에게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서혜진 변호사는 “정황상으로는 강간이나 강도를 저지를 목적이 분명해 보이지만 강간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강간을 시도하는 최소한의 상황이 제시돼야 하는데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적 공백의 문제는 보복이나 재범 위험으로 이어지곤 했다.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와 살인을 저지른 안인득은 평소 위층에 사는 여고생을 집 앞까지 따라가는 등 지속적인 위협 행위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들은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실제로 상해를 입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과 법원의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서 변호사는 “지금은 경찰이 ‘인권침해’ 논란을 우려해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위험이 명백한 상황에 대해서는 예방 위주의 조치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껴안으려고 한 것을 성범죄 실행의 착수로 본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며 “중요한 것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처벌 의지”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2019.05.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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