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첫 SUV GV80…깐깐한 전문기자의 1000㎞ 시승기

[테크]by 경향신문

듬직한 ‘SUV의 맏형’…운전자와 한 몸인 듯 즐거운 드라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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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80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국내 자동차시장을 달구고 있다. 출시 첫날 1만5000대가 계약된 이래 하루 평균 500대가량 추가 계약이 이어진다고 한다. 이런 속도라면 이달 말 2만대 돌파가 가능하고, 다음달엔 연간 판매 목표인 2만4000대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크다. 왜 소비자들은 GV80에 이처럼 깊은 애정을 보내는 것일까. 1000㎞가량 시승하며 GV80의 장단점을 샅샅이 분석해봤다.

고속주행 안정성 국산 SUV 중 으뜸

트랙서 200㎞ 밟아도 안정적

10시간 운전해도 차체는 조용

차고는 높지만 코너링은 탁월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0㎏·m를 내는 3ℓ 디젤엔진은 집안 대소사를 척척 해결하는 맏형처럼 듬직하다. GV80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7.4초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뽐내는 세팅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 운전 구간에서는 어떤 속도에서든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다. 레이싱 트랙 직선로 등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시속 200㎞ 영역은 쉽게 넘나든다. 시속 170~180㎞에서도 시속 100㎞로 달릴 때처럼 중고속에서 시원스러운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더 놀랍다. 국산 SUV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를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시속 180㎞ 이상 달리면서 불안감이 들지 않는 차는 흔치 않은데, GV80은 탁월하다.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든다. 8단 변속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10시간 가까이 운전했지만 변속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운전대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기어 단수를 낮춰봐도 ‘쿵쿵’거리는 거친 변속을 하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코너링 실력도 다부지다. 전장이 5m에 가깝고 SUV 특유의 높은 차고를 가졌지만 꽤 심한 곡선로를 가속하며 몰아붙여도 차선을 벗어나거나 밀리지 않았다. 차선 변경을 위해 급히 조타를 해도 쏠림 현상은 거의 없다. ‘GV80이면 독일 아우토반 1차선을 달릴 자격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디젤엔진 불구 소음·진동 적고

가상 엔진음은 운전자 ‘흥’ 높여


운전자와 한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니 드라이빙이 즐겁다. GV80은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운전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최초의 국산 SUV로 기록될 수 있겠다. 고속주행 때는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에 놓고 달려보길 권한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고, 시트의 볼스터가 옆구리를 죄어주면서 달릴 채비를 한다. 서스펜션은 좀 더 차분해지고, 운전대는 묵직하게 바뀐다. 기어 변속도 콤포트 때와는 달리 시속 170~180㎞에서도 톱기어인 8단으로 넘어가지 않고 7단에 머문다. 언제든 가속페달에 신호가 오면 더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채비를 하는 것이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차속이 떨어진 상황에서 킥다운 신호가 들어오면 기어 단수를 한꺼번에 2단까지 내려 빠른 가속이 가능한 세팅도 추가됐다.


사운드 제네레이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상 엔진음도 운전자의 흥을 고조시킨다. GV80의 가상 엔진 사운드 음색은 국산차 가운데 최고다. 이 소리는 글로벌 음향업체인 하만과 현대차가 협업해 만들었다. 엔진 회전수와 토크, 가속페달 포지션 같은 운전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엔진음을 만들어 차량 내 스피커를 통해 재생하는 기술이다. 잘 달리는 재주와 함께 잘 멈추는 재주도 갖췄다. 2피스톤 방식의 GV80 앞뒤 브레이크 디스크 직경은 360㎜로 국산 SUV 가운데 가장 크다. 고속주행 때의 GV80 브레이크는 무척 믿음직스럽다. 잘 드는 가위처럼 순식간에 속도를 ‘싹둑’ 잘라버린다.

‘소음·진동은 씨를 말려라’

디젤엔진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 특히 냉간 시(엔진이 열을 받기 전)에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 시승 당일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 상태였지만 GV80의 엔진 소음은 옆에 주차된 가솔린엔진 차량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실내에서도 엔진 소음이 디젤차치고는 크지 않았다. 주행 때는 바람 소리 등에 가려 엔진 소음이 더 작게 느껴졌다. GV80은 국산 SUV 가운데 소음·진동 감소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차다. 보닛을 열어보면 알 수 있다. GV80은 엔진룸 안쪽에 격벽을 만들었다. 파이프 연결 부위 등 부품 사이사이는 흡음재로 꼭꼭 틀어막았다. 소음과 진동이 멤버(차체를 지지하는 빔)를 타고 실내로 전달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GV80을 시승한 운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장점이 또 있는데, 노면 소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도 시승 내내 노면 소음은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대중 브랜드 차량은 바닥 철판(패널) 위에 부분부분 흡음재를 설치하고 그 위에 또 다른 바닥재인 카펫을 얹는다. 하지만 GV80은 센터 터널(차 바닥 중앙에 불룩 솟은 부분)을 중심으로 좌우로 흡차음재를 장판 깔 듯이 설치하고, 그 위에 다시 흡차음재를 추가로 넣은 뒤 카펫으로 덮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이어 소음 전달을 줄이기 위해 휠하우징 안쪽에는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부직포 재질의 커버를 사용했다. 바퀴를 둘러싸는 펜더 사이에도 고무재질 흡음재를 넣어 소음을 차단했다. 여기에 노면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 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쏘아 노면 소음을 저감시키는 기술도 하만과 공동개발해 양산차 최초로 적용했다. 풍절음 대책도 마찬가지다. 윈드실드를 포함해 앞유리와 뒷유리 모두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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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에 사용된 압연 타입 도어 힌지(위). 볼트로 구동축과 결합한 휠(가운데)과 격벽 처리와 각종 흡음재로 엔진 소음을 차단한 GV80 엔진룸.

작심하고 차별화한 장치들

주행보조장치는 AI 기능까지

고속도로서 꼭 사용해 보시길


GV80의 주행보조장치(ADAS)는 국산차 가운데 가장 영민하다. 기존 차량에 적용되지 않은 전방 코너 레이더가 추가되고, 주행보조장치 전체를 관장하는 제어기도 들어간다. 전방 코너 레이더가 있으면 전방뿐만 아니라 교차로 좌우측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있을 경우에도 자동으로 제동을 해준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2) 기능도 개선됐다. 실제 이 장치를 작동시켜보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차로 중앙 달리기가 가능했다. 특히 HDA2에는 차가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능이 추가됐다. 1시간 정도 운전한 뒤 이 장치를 작동시키니 평소 기자의 운전습관처럼 가속과 감속이 이뤄져 고속주행이 한결 편하고 불안감이 덜했다.


하지만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다는 자동차로변경 기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양쪽 차선에 차가 아예 없을 때에나 차선 변경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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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운전대와 시트. 현대차 제공

시트는 최고급 세단 비슷하나

뒷좌석 자잘한 진동감 아쉬워


GV80의 장점 중 하나는 편안한 시트다. 그만큼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실제 GV80 뒷좌석은 쇼퍼 드리븐을 해보면 SUV임에도 고급 세단만큼 안락하다. 전동 방식으로 뒤로 젖힐 수도 있는데, 허벅지를 받치는 쿠션도 25도까지 올라가게 만들어졌다. 시트에 설치되는 통풍장치는 보통 팬을 하나 사용하지만 GV80 시트에는 바닥과 등받침에 각각 하나씩, 모두 두 개가 들어간다. 그만큼 시원하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공차중량을 줄이기 위해 보닛과 도어, 테일게이트까지 비싼 알루미늄을 사용했지만 시트만큼은 무게가 더 나가더라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도어를 차체에 부착하는 힌지도 바뀌었다. 기존 국산차에 사용되던 프레스 타입 힌지 대신 벤츠나 BMW처럼 압연 타입 힌지를 사용해 고급감을 살렸다. 휠을 구동축에 부착하는 방식도 유럽차 방식을 택했다. 기존 차량은 너트로 휠을 조였지만 GV80은 볼트를 박아 회전체의 결합 강성을 높여 좀 더 견고한 승차감을 확보했다고 한다.

GV80도 개선할 건 있다

자동 차로변경 장치 쓸 일 없고

게이지·고속 소음은 개선 필요


22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은 뒷좌석 시트에 앉으면 엉덩이에 자잘한 진동이 올라왔다. 대형급 휠 사이즈나 앞뒤로 움직이는 시트의 레일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 계기판 타코미터 게이지가 쏘나타처럼 오른쪽 5시 방향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거슬렸다. 속도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계기판을 볼 때마다 서로 부딪치는 느낌을 받는다. ‘슬리퍼’처럼 생겼다는 GV80의 2스포크 운전대는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의 말처럼 금세 눈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주차할 때 운전대를 한 바퀴 이상 돌리다보면 아래와 위쪽 구분이 즉각적으로 안돼 앞바퀴 정렬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속 90㎞ 이상으로 달리면 윈드실드 뒤편 헤드업디스플레이 투영창 근처에서 ‘쉬’ 하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시승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차량에서 그런 소리가 난다면 반드시 잡아야 할 중대 결함이다. 주유를 하다 연료탱크를 닫는 원형 캡이 차에서 분리된 적이 있었다. 고리 설계가 어설프고, 조립도 성긴 게 문제인 듯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후드 안쪽 전면에 가로로 길게 붙인 고무 부품의 형태와 조립 방식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만큼 교체나 수정을 하는 게 좋겠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2020.01.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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