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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포포·차요테·금화규?…요즘 ‘뜨는’ 이색 작물 이야기

by경향신문

이색 작물이 뜨고 있다. 포포, 금화규, 동과, 차요테, 열매마, 여름두릅, 하늘수박… 하나같이 귀엽고 맛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모두 농약을 쓰지 않아 저탄소 친환경 농법이 가능하고 재배와 관리가 쉬워 고령화 특화작물로 적격이라 하니 더 기특해 보인다. 이색 작물과 사랑에 빠진 농부 3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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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5년간 농산물 경매를 하던 옥도령씨는 50대 초반 초기 위암 진단을 받은 뒤 모든 일을 내려놓고 귀향을 택했다. 천안 골짜기에 터를 잡아 건강을 회복한 그는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이 쉬운, 즉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을 찾아 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농작물을 만지며 살아온 그는 ‘반전문가’ 수준의 지식으로 희귀작물을 찾았다. 그가 고른 기능성 작물은 동과, 차요테, 열매마, 여름두릅, 하늘수박 등이다. ‘현역 시절’ 유통 인맥을 갖추고 있던 터라 고급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을 대상으로 재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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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재배 중인 동과는 고려시대부터 있던 박과의 한해살이풀 동과의 열매다. ‘겨울수박’이라는 뜻처럼 9월부터 11월까지 수확이 이뤄지고 생으로 먹으면 참외보다 덜 달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예부터 부종에 좋고 기침이나 천식에도 좋은 약재로 쓰였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해 한때 거의 사라지기도 했던 희귀 식자재다. 일곱 살 어린아이 몸무게인 2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자라기도 한다. 또 해충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흰 분을 내기 때문에 100%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동과는 95%가 수분으로 되어 있어 갈증 해소와 더불어 이뇨작용을 해요. ‘밭에서 캐는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방세포 분해 효과도 큽니다.”


무리하지 않고 힘닿는 대로 재배를 하다 보니 수확물은 인터넷 판매로 소진할 정도의 규모다. 일본 연회요리를 내는 유명 가이세키 식당이나 신라호텔 등이 동과의 주요 고객이다.


또 하나의 다이어트 식자재 차요테는 멕시코 남부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박과 채소로 열대작물이다. 무와 오이의 중간 맛으로 달큼하고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무와 오이를 사용해 만드는 모든 레시피에 쓰일 수 있다.


“차요테도 저열량·저지방 식품이고 포만감을 주는 식이섬유가 많아 대표적인 다이어트 채소예요. 무생채처럼 썰어 무쳐 먹어도 좋고 볶거나 피클을 담가 먹기도 해요.”


그가 차요테를 작물로 선택한 이유는 생산성도 한몫한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하늘을 덮을 정도로 자라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다. 그는 차요테가 성장력이 좋아 사방 6m 간격으로 심어야 한다는 농사 팁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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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중부 출신으로 관상용으로 들어와 국내 정착한 지 10년이 됐다는 열매마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열리는 마’다. 일반 마는 뿌리채소로 곡괭이를 들고 일일이 캐내야 하지만 열매마는 나무에서 따면 그만이라 수확이 쉽다.


“열매마의 가장 기특한 점은 저장성이에요. 따놓고 아무 곳에다 두어도 잘 썩지 않아요. 반으로 잘라놔도 뮤신이라는 물질이 나와 제 몸을 감싸고 그대로 말라요. 관리도 쉽고 성분도 땅에서 캐는 마 못지않게 스태미너 식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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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한철 반짝 나오는 두릅을 여름까지 먹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그의 희귀작물 중 주목할 만한 식자재가 바로 여름두릅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봄에서 가을까지 계속 따 먹을 수 있다. 품종 개량으로 가시도 없다. 여름두릅이라니 향이 덜하지는 않을까.


“모 대학교수가 개발한 품종인데 특허권 존속기간인 20년이 지나 막 대중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작물이에요. 추위에도 강해 강원도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어요. 봄두릅보다 향이 더 좋아요. 여름농장에 놀러 오는 이들에게 여름두릅을 데쳐 초장과 내어드리면 맛있다고 잘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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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실 포포농장’을 운영 중인 이화언씨는 행정 교직원으로 퇴직한 후 전남 담양군에 터를 잡았다. 그는 포포(Pawpaw)라는 낯선 이름의 과일에 빠져 국내 처음으로 포포 농장을 만든 장본인이다. 포포는 북미가 원산지인 과일로 바나나 식감에 망고 혹은 두리안 맛이 나는, 당도 20브릭스 수준의 달콤한 과일이다.


“2013년에 포포를 처음 알게 됐어요. 미국에 다녀온 사람이 키우기도 쉽고 열대과일처럼 달고 맛있다고 해 알아봤지만 국내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묘목상들이나 ‘들어본 적 있다’는 정도였죠.”


이씨는 자신이 사는 봉양면을 ‘포포 마을’로 만드는 군청 지원 마을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잎과 나무껍질이 천연살충제로 활용될 정도로 병충해에 강해 별다른 기술 없이도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 고령화된 농촌의 고소득 작물로 포포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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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비타민C와 칼슘, 마그네슘, 구리, 망간, 인 등 미네랄의 보고다. 원산지 미국에서 단연 주목하는 성분은 아세토제닌이다. 암세포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막아 항암 효과를 볼 수 있는 성분이다. 그에게는 노령화가 심각한 이곳에 포포나무를 심어 암 환자가 없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원대한 꿈이 있다. 포포나무 6그루만 있으면 한 사람이 1년 내내 포포를 먹을 수 있다. 포포나무의 효능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한 대형 유통사에서 포포 소식을 듣고 저를 찾아왔어요. 맛을 보더니 50t이든 100t이든 서울로 올려보내면 다 팔아준다고 해서 보냈는데, 수확 후 3일을 버티지 못하니 상품성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렇다고 익지 않은 과일을 먹으면 맛도 없을뿐더러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포포는 망고처럼 후숙이 되지 않아 익은 후에 따야 하는 만큼 저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냉동 보관이 가능하지만 생과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상 판매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현재는 포포를 따는 제철(8~9월)이 되면 ‘아는 사람’만 농장에 방문해 포포를 사갈 정도로 판로가 매우 한정적이다.


“내가 포포를 좋아해서 매일 먹다시피 하는데요. 올해 79세인데도 그렇게 피곤한지 몰라요. 포포 효능은 내가 증명해요.”


그는 350그루에서 나오는 포포 열매로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하고 있다. 술이나 효소를 만들기도 하고 즙을 내 포포의 맹점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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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커다란 꽃이 풍성하게 핀다. 이렇다 할 맛은 없지만 끈적한 진액이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즘 뜨는 금화규다. 금화규는 식물성 콜라겐의 보고로 알려진 ‘이너뷰티’의 대표적인 약용작물이다.


금화규는 생으로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고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거나 혹은 술을 담가 마실 수도 있다. 충북 괴산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고운블랙의 박고은씨는 2017년부터 금화규를 재배하고 있다. “내가 먼저 예뻐지려고 심었다”는 그는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금화규 정식 식용에 관한 허가를 직접 받아내기도 했다.


“금화규의 뿌리는 과거 한지를 만드는 접착제로 쓰였어요.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잖아요. 금화규 뿌리 성분이 한지의 항균 효과에 한몫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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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규는 1980년대 한때 멸종위기종으로 식물학계에 보고되었다가 중국에서 재래종 씨앗이 발견되면서 복원됐다. 콜라겐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식품과 화장품 그리고 신소재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바다 안전성 이슈로 피시 콜라겐 시장이 위태로워요. 금화규의 식물성 콜라겐은 피시 콜라겐보다 함량이 적지만 흡수가 빨라요. 지난해부터 여러 분야에서 금화규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생으로 먹기 때문에 농약을 쓰지 않는 금화규 역시 고령화 농가의 특화작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씨는 2022년 괴산에서 열린 ‘세계 유기농업 엑스포’에서 금화규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벚꽃은 한철이라는데, 금화규는 고추 심을 때 같이 심어서 7월 중순부터 매일 꽃을 피우고 서리 내리기 전까지 꽃을 딸 수 있어 수확 시기가 길어요. 꽃이 크고 풍성해 경관식물로도 그만이죠.”


박씨가 금화규에 빠진 이유는 따로 있다. 금화규 농장에 들렀다 잎으로 싸서 삶아낸 수육을 맛보고 나서다.


“보통 수육 삶을 때 잡내 제거를 위해 커피, 콜라, 월계수잎, 된장, 생강 등을 다 넣잖아요. 근데 금화규잎 하나만 싸서 고기를 삶으면 잡내가 싹 사라져요. 너무 신기해서 관심을 두게 됐어요.”


봄 가뭄과 여름 폭염, 가을 장마 등 올해는 유난히 자연재해가 잦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농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생산성이 좋은 새로운 기능성 작물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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