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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길냥이들의 천국 ‘통영 고양이학교’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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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에 위치한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에서 캣티오(고양이 전용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범이’가 카메라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야~옹 야~옹…우다다다~”


지난달 26일 아침, 경남 통영시 한산면의 섬인 용호도에 자리 잡은 ‘고양이 학교’에 들어서자, 뒷다리가 불편한 ‘코봉이’와 한쪽 눈을 잃은 ‘팡이’가 전력을 다해 달려와 품에 안긴다. 낯선 사람을 경계할 거라는 선입견이 무너졌다. 두 녀석은 이내 기자의 무릎 위에서 ‘골골송(고양이 특유의 그르렁 소리)’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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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봉이’가 햇볕에 누워 하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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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마을 주민 김문장씨가 출근 직후 고양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한산도를 지척에 두고 죽도, 비진도와 이웃하고 있는 용호도에 지난 9월 6일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가 개소했다. 센터의 전신이었던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는 인구 소멸로 2012년 3월 두 명의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했고, 이후 11년 만에 길고양이들의 안식처로 탈바꿈했다. 이 섬은 용초마을과 호두마을이 동서로 나뉘어 있다. 학교는 당시 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중간 지점에 지어졌다. 주위로 시원한 이국적 풍광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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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한산면 용호도에 있는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뒤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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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를 잃은 ‘코봉이’가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통영 |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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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캣티오에서 가을바람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센터에는 고양이 26마리(10월 기준)가 지내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통영시 구역에서 구조된 3개월 이하 새끼 고양이와 다친 고양이, 유기된 고양이 중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영시 동물보호센터에서 검진과 치료, 중성화 수술을 거친 뒤 이곳으로 보내진다. 통영시 동물복지팀 소속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관리하며, 민간 입양률을 높여 고양이들이 ‘제2의 묘생’을 꿈꿀 수 있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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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마을 주민 김문장씨가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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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마을 주민 박석윤씨가 안약 투약을 위해 눈을 다친 고양이 ‘팡이’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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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마을 주민 박석윤·김문장씨가 한쪽 눈을 잃은 고양이 ‘팡이’에게 안약을 투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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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봉이(오른쪽), 범이(왼쪽)가 관광객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고 있다.

센터 건립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 부락에도 앵구(고양이의 방언)가 넘치가꼬 어르신들 반대가 심했어예. 통영 천지에서 앵구들이 들어올까 싶어가꼬 양쪽 마을 주민들이 모이가 회의도 마이 했심니더.” 호두마을 부녀회장 박미자씨가 상황을 전했다. 통영시는 원만하고 지속 가능한 센터 운영을 위해 주민 세 명을 기간제 근로 방식으로 고용했다. 센터에서 일하는 주민 김문장씨가 한쪽 눈을 잃은 팡이에게 안약을 넣어주며 말했다. “어려서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다아입니꺼. 섬이라 소일거리 찾기 어려븐데 고양이들을 지켜주는 일이 보람 있고 좋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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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팡이’는 마을 주민들의 보살핌 속에 사랑 넘치는 고양이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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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에서 깨어난 ‘범이’가 캣타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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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이’가 ‘코봉이’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일명 ‘우다다’ 자세를 하고 있다 .

‘고양이 학교’에서 고양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학생들의 꿈이 영글던 교실들 사이를 뛰놀다 바다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캣티오(고양이 전용 테라스)’에 누워 느긋하게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길고양이들의 천국이란 이런 곳이 아닐까. 취재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고양이 알레르기에 눈물, 콧물에 재채기까지 터져 나왔다. 숨쉬기도 힘든 정도가 돼서 예정보다 일찍 섬을 떠나게 되었다. 팡이와 코봉이가 못내 아쉬운 듯 몸을 비벼대며 발걸음을 붙잡았다. 코를 훌쩍이며 돌아본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바다와 어우러져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사진·글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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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이’가 친구들과 함께 센터를 자유로이 거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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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단잠에 빠진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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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를 잃은 ‘코봉이’가 시설을 나서는 관광객에게 다가가 아쉬움의 표현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s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