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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마마무’ 탄생시킨 작곡가 김도훈 “초보 제작자, 내 방식대로 만든 그룹…대중에게 통했다”

by경향신문

‘마마무’ 탄생시킨 작곡가 김도훈 “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작곡가 김도훈(44)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제공

“대중의 눈, 너무 날카롭고 정확해요.”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만난 작곡가 김도훈(44)은 이렇게 말했다. 김도훈은 ‘히트곡 제조기’란 표현이 아깝지 않은 작곡가로, 1995년 강변가요제에 입상한 뒤 작곡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대중음악 작곡가 중 가장 많은 저작권료 수입을 올린 작곡가이기도 하다. S.E.S의 ‘저스트 어 필링’부터 거미의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휘성의 ‘위드 미’, SG워너비의 ‘죄와 벌’, 소유와 정기고가 부른 ‘썸’, 씨앤블루의 ‘외톨이야’, 백지영의 ‘잊지말아요’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일각에선 ‘김도훈의 히트곡을 보면 케이팝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도훈은 제작자로도 성공을 거뒀다. 2014년 데뷔한 걸그룹 ‘마마무’는 그가 탄생시킨 첫 가수다. 솔라, 문별, 휘인, 화사로 구성된 4인조 마마무는 기존에 볼 수 없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데뷔 4년만인 올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걸그룹이 됐다. 마마무는 올해 ‘별이 빛나는 밤’과 ‘너나 해’로 각종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으며,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 ‘베스트 뮤직상’ 등을 비롯해 연말 시상식에서도 각종 수상으로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김도훈은 마마무의 성공을 두고 “초보 제작자가 소 뒷걸음치다 얻어 걸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존 (가수 제작) 방식을 잘 몰라 내 방식대로 한 게 오히려 좋은 성과를 냈다”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창의력을 중요시 했다. 남자 노래나 안무가 없는 곡을 주고 안무를 만들게 한다거나, 데모곡을 하나 던져주고 안무부터 의상까지 준비해오라고 하는 등 숙제를 많이 내줬다. 이런 것들이 다른 걸그룹과 다른 색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마무’ 탄생시킨 작곡가 김도훈 “

2014년 데뷔한 걸그룹 마마무. (왼쪽부터) 문별, 솔라, 휘인, 화사. RBW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마무는 칼군무 대신 무대에서 뛰어노는 듯 자연스러운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잘 노는 옆집 친구’ 같은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김도훈은 이를 두고 “기획 단계부터 구성한 콘셉”이라고 했다. 그는 “연습생 때부터 매력있는 친구들이었다. 화사는 워낙 독특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끼가 많던 친구였고, 솔라는 무척 성실했다. 휘인이나 문별은 묵묵하지만 자기 일을 잘했고, 튀려 애쓰지 않아도 튀는 면이 있었다”며 “데뷔 당시 이 친구들 나이가 19~20살 정도였는데, 자기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얘기를 건강하고 발랄하게 표현하는 팀을 만들고자 했고, 그게 대중에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훈이 작곡가로서, 또 제작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대중’이다. 그는 ‘기준 맞추기’를 강조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요즘 유행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끊임없이 살피며 대중의 기준에 맞출 수 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제 취향인 것 같아요. 음악 만드는 것도 그렇고 대중과 밀접한 걸 제가 좋아해요. 새로운 걸 시작할 때 늘 그렇게 접근하고요.”


김도훈은 “지금까지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으로서 대중의 취향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데, 대중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대중은 그 사람이 가장 그 사람다운 걸 할 때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음악 차트를 살피다보면 아이돌 노래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곡이 있는데, 윤종신의 ‘좋니’처럼 어떤 가수를 떠올렸을 때 그의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곡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하루 중 제작자로 사는 시간이 작곡가로 사는 시간보다 많다”는 그는 제작자와 작곡가 중 “비교도 안 되게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내가 해야 하고 책임이 있는 일이 제작자의 역할이라 제작에 몰두하고 있지만, 원하는 데까지 잘 마무리되면 작곡가 역할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도훈이 공동대표로 있는 RBW엔터테인먼트는 내년 1월9일 보이그룹 ‘원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도훈은 최근 자신의 대중음악 작곡 노하우를 담은 책 <김도훈 작곡법>을 냈다. 그는 “음악생활을 하나의 기록물로 남기고 싶은 생각과, 작곡을 먼저 경험한 사람의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해왔어’, ‘이렇게 하니까 좋더라’ 하고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김도훈은 “자격증이 있거나 어떤 과정이 정해진 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음악을 시작한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조금 막막하더라도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면 즐기면서 매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주어진대로만 열심히 하기보단 자기가 뭘 잘하는지, 이 시장 안에서 내 무기는 무엇일지 되돌아보면서 전략을 세우길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좀 더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