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물, 널찍한 들… 강화도의 맛에 물들다

[푸드]by 경향신문

강화 5일장

 

한반도에서 네번째로 큰 섬, 다양한 수산물들 넘쳐나지만 논과 밭에서 나는 것들도 많아

강화 풍물시장은 콩·마늘 가득, 저장성 좋은 한지형 마늘 재배, 여러가지 색깔 강낭콩도 제철

강화도에 제일 많은 건 장어집, 운동량 많은 강화갯벌장어 기름기 많지 않고 육질 쫀득해

한강·임진강 ‘기수역’에서 잡은 밴댕이는 초된장과 찰떡궁합, 매콤하게 조린 붕어찜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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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서도 서쪽 끝에 자리한 석모도의 노을이 찬란하다. 근래에 강화도와 다리로 연결된 석모도는 더 이상 섬 속의 섬이 아니다.

인천에서 1990년까지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필자에게 강화도는 ‘소풍의 섬’이었다. 섬이라면 로망, 선망 같은 단어를 떠올려야겠지만, 필자와 같은 시기에 인천에서 학교에 다녔던 이들에게 강화도는 작년에 갔던 ‘또 거기’일 뿐이었다. 강화도는 필자에게 낚시의 섬이기도 하다. 선친 따라 부평소방서 앞에서 시외버스 타고 강화 가던 새벽 버스 속 풍경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새벽잠 설치며 도착했던 내가저수지 앞을 출장길에 어쩌다 지나면 40년 전 아버지와 금빛 석유버너로 라면 끓여 먹던 생각이 풍경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강화도는 육지와 다리 두 개로 연결된 섬이다. 필자가 소풍 다닐 때는 강화대교 하나였지만 지금은 김포 대명항과 연결된 초지대교도 있다. 섬이지만 수십 개의 부속 섬을 품고 있는 곳이 강화도다. 강화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교동도와 석모도는 근래에 강화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더는 섬 속의 섬이 아니다. 석모도는 편하게 오고 갈 수 있지만, 북한을 마주 보고 있는 교동도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간단한 신고 양식을 작성해야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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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로 끝나는 날 열리는 강화 풍물시장에 가면 다양한 강화도 농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를 여행하다 보면 의외로 큰 규모에 놀란다. 많은 섬을 품고 있는 한반도에서 강화도는 제주, 거제, 진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비록 섬이지만 산과 산 사이에 들판이 사뭇 넓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보니 나는 수산물도 다양하거니와 넓은 논과 밭에서 나는 것들도 많다. 2·7로 끝나는 날 강화 풍물시장에 가면 다양한 강화도 농산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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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강화 마늘.

7월2일, 강화 풍물시장은 콩과 마늘판이다. 유명한 마늘 산지가 많다. 서산과 태안, 단양, 의성 등은 추운 곳에서 나는 한지형 마늘을 주로 생산한다. 육쪽마늘이라고 하는 것이 한지형 마늘이다. 보통 육쪽마늘이라고 하면 반드시 6쪽인 줄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7쪽도, 8쪽도 있다. 난지 마늘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따듯한 곳인 고흥, 제주, 남해 등이 유명하다. 한지형 마늘은 수확해서 다음 해까지 저장하고 먹을 수 있다. 따듯한 지역에서 나는 것들은 저장성이 약해 마늘장아찌를 주로 담근다. 강화도에서 나는 마늘도 단양이나 의성처럼 한지형 마늘로 저장성이 좋고 알싸한 맛이 좋다. 오래 두고 먹을 것이라면 한지형 마늘을 선택하면 된다. 본격적인 마늘 수확 철인지라 오일장 열릴 때마다 특설매장도 같이 열린다. 마늘 구입하기 딱 좋은 시기다. 요리할 때 마늘이 빠지면 심심하다. 다져서 용기에 담은 다진 마늘이 가장 편하고 그다음이 깐마늘이다. 다진 마늘이 가장 편하지만, 마늘 향이나 맛은 가장 약하다. 마늘을 다지고는 구연산을 넣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았다. 색은 막 다진 것과 비슷하지만 맛은 천지 차이인 이유다. 라면에 바로 깐 마늘을 칼등으로 다져 넣어도 향이 달라진다. 마늘 향을 잘 살리려면 요리할 때마다 까는 것이 좋지만 귀찮음을 이겨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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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에 제격인 여름 강낭콩.

여름에 나는 콩은 가을에 나는, 두부나 메주 만드는 콩과는 다른 콩이다. 유럽에서 온 완두콩, 중앙아메리카에서 온 강낭콩이 대표적인 여름 콩이다. 두부 만드는 백태는 한반도 및 만주가 원산지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4월 정도에서 강낭콩을 심고 석 달 정도 키우면 수확할 수 있다. 강낭콩을 ‘강남콩’으로 많이들 잘못 사용하지만 크게 잘못 사용한 것은 아니다. <한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강낭콩이 중국 남쪽 지방에서 온 것이라 강남콩(江南豆)이라 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강낭콩은 품종이 천 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장에는 아이보리색에 적색 무늬가 있는 강낭콩이 많았다. 호랑이 강낭콩이라 하지만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육성한 선두 강낭콩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검은빛이 반짝 빛나는 것은 흑강, 붉은빛은 자강이다. 색이 검든, 희든 강낭콩은 늦가을에 수확하는 콩과 달리 딱딱하지 않기에 쌀과 함께 넣어 밥 짓기 편하다. 강낭콩 성분의 대부분이 전분이라 삶으면 밤 맛이 나기도 한다. 전분이 많아 단팥빵이나 호두과자에 쓰는 백앙금 중 일부는 강낭콩으로 만들기도 한다. 집마다 울타리가 있던 시절, 초봄에 심어 놓으면 장마가 올 때 즈음 수확하던 콩이라 울타리 콩이라고도 했지만, 피는 꽃이 예뻐 일부러 심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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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산’으로만 만든 쑥떡.

오일장은 상설시장인 강화 풍물시장 주변에서 열린다. 풍물시장에는 수산물과 채소, 과일 등을 파는 상점이 많지만 유독 불빛이 강렬한 곳이 눈길을 끌었다. 밝은 불빛 아래서는 제철인 열무와 강화도 대표 반찬인 순무김치를 한창 버무리고 있었다. 순무의 맛은 알싸하다. 무와 비슷하지만, 무의 매운맛과는 다른 알싸함이다. 특히 밴댕이젓으로 담근 순무김치는 오래 두고 먹을수록 제맛이 깊어진다. 풍물시장의 2층은 식당가다. 메뉴 대부분은 밴댕이를 비롯한 주변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이다. 주전부리 메뉴로 수수부꾸미나 찐빵도 있지만, 강화에서 나는 것으로 만든 떡이 눈에 띈다. 봄철 여린 쑥을 채취한 것을 말렸다가 떡으로 만든다. 쌀이나 콩까지 강화산만 고집한다. 새벽녘에 치대 떡 반죽에 콩고물을 묻힌 것도 맛있지만 개떡이라 부르는 것이 쑥 향을 오롯이 느끼기에 좋다. 강화 오일장을 구경하러 간다면 순무김치나 쑥떡은 꼭 먹어봐야 한다. 강화 김치 형용이네 (032)932-6789, 강화 소문난 떡집 (032)933-5688


강화읍내에서 외포리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거리상으로 15㎞ 남짓이지만 고려산과 혈구산 사이의 산길을 지나야 하는 까닭에 시간이 좀 걸린다. 석모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석모도, 볼음도를 오가는 차로 붐비는 곳이었다. 카페리호를 타기 위해 대기하던 곳 주변으로 음식점이 생기고 주차장이 들어섰다. 오래전부터 외포리를 지키던 곳 중 하나가 보문국수다. 경주 감포나 동해안을 가야 맛보던 회국수를 강화도에서도 맛볼 수 있다. 회는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하는데 5월과 7월 사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5월에 나왔던 병어, 밴댕이, 광어가 여전히 7월에도 나왔다. 회국수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채취한 조개로 끓인 칼국수도 일품이다. 생선회도 작은 접시 단위로 팔기도 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보문국수 (032)932-6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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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이 쫀득한 갯벌장어.

강화도에 들어서면 제일 많이 보이는 곳이 장어집이다. 그다음이 밴댕이집이다. 초지대교든 강화대교를 건너면 제일 먼저 반긴다. 강화도 장어는 전북 고창에서 대부분 온다. 고창에서 키운 것을 그대로 내는 곳도 있지만, 강화갯벌장어는 강화도에서 75일 정도 자연조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사육한다. 별도의 사료를 주지 않고 바닷물이 들고 날 때 유입되는 먹이만 먹거니와 밀집 사육을 하지 않기에 운동량이 많아 담백하고 육질이 쫀득하다. 필자의 경우는 기름진 음식을 잘 못 먹는다. 대표적인 음식이 등급 높은 소고기와 장어다. 장어도 바닷장어인 붕장어는 그나마 먹지만 민물장어는 못 먹는다. 강화갯벌장어는 붕장어와 비슷할 정도로 담백하다. 쫀득한 살을 씹으면 고소함이 남다르다. 외포리 숯불장어 (032)392-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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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된장과 궁합이 좋은 밴댕이회.

강화도에서는 밴댕이지만 표준명은 반지다. 강화도에서는 밴댕이가 많이 난다. 겨울 동안 깊은 수심에 머물던 밴댕이가 따듯한 5월에는 기수역(汽水域)으로 몰린다. 기수역은 큰 하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고, 강화도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기수역이다. 7월이면 밴댕이 개체 보존을 위해 금어기에 들어간다. 금어기 들어가기 전 급랭한 것을 7월부터 낸다. 제철의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지방의 농후한 맛과 고소한 맛이 좋은 게 바로 밴댕이회다. 밴댕이회는 초장이나 간장보다는 초된장과의 궁합이 더 좋다. 식초의 신맛이 밴댕이의 기름진 맛을 지그시 눌러 맛의 조화가 괜찮다. 강화도 전역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강화읍내 풍물시장도 좋지만, 밴댕이 마을이 있는 선수포구가 바다 보며 회 한 접시 하기 좋다. 선수포구에는 선주가 운영하는 횟집들이 있다. 차림새나 가격은 같다. 편한 곳에 자리 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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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하게 조린 붕어찜.

붕어찜, 먹어본 사람이 많지 않은 음식이다. 민물고기 요리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은 것은 아마도 추어탕일 것이고 그다음이 매운탕일 것이다. 필자에게는 추어탕이나 매운탕보다는 붕어찜이 좋고, 추억의 음식이다. 아버지랑 낚시 갔다 오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바로 붕어찜이었다. 강화도는 근래에는 많이 퇴색됐지만, 오래전부터 수도권에서 이름난 낚시터였다. 강화읍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숭뢰저수지 근방에 이름난 붕어찜 요리하는 곳이 있다. 강화도에서 붕어가 많이 날 때는 근방의 것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충남 예당저수지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붕어찜 요리하는 곳이나 방송, 뉴스의 기사를 보면 붕어 명칭을 잘못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붕어라고 설명을 많이 하는데, 참붕어는 같은 잉엇과의 작은 물고기다. 참붕어는 크게 자라도 4㎝ 내외다. 붕어를 참붕어라 부르는 것은 일본에서 들여온 떡붕어와 그리고 양어장 낚시가 유행하면서 들어온 중국산 붕어와 구분 짓기 위해 붕어 앞에 ‘참’을 붙인 듯싶다. 식당 메뉴 설명에도 참붕어로 요리한다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나온 것은 떡붕어였다. 떡붕어는 토종붕어보다 체고가 커서 살집이 많지만, 반면에 잔가시가 많다. 민물고기는 특유의 흙내가 있어 멀리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리만 잘하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매콤하게 조린 붕어와 양념 없이 삶아낸 시래기를 양념 국물에 푹 적셔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최근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탓에 오후 늦게 가면 재료가 떨어져 못 먹을 수 있다. 가기 전 전화 확인이 필수다. 돌기와집 (032)934-5482

 

김진영 식품 MD

2019.07.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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