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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재택생활 시대 ‘애슬레저룩’으로 방구석 패션쇼를

by경향신문

경향신문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인플루언서들도 SNS를 통해 편안한 재택용 의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레드벨벳 아이린, 다비치 강민경, 현아의 인스타그램.

작년 세일 기간 ‘봄에 입어야지’ 하면서 사둔 옷이 여러 벌 있다. 세계 여러 도시로 떠나는 패션 에디터의 출장은 세일 기간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사둔 옷들은 다가오는 계절에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 심지어 70~80%의 ‘라스트 세일’에서 건진 옷들은 로또에 맞은 것과 진배없다는 최면을 걸어 스스로의 안목을 칭찬케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채워놓은 옷들이 계절이 바뀌었건만 아직 장롱 밖 공기조차 쐬지 못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생활 패턴을 모조리 바꾸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로 인해 종일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늘었고, 전화나 영상통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모임 약속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이란 언제일지 모를 전제를 달고 모두 미루었다. 밥은 삼시 세끼 모두 집에서 해결하고, 열심히 체육관에 나가며 흥미를 더해가던 복싱 수업은 중단한 지 벌써 두 달째다. 이러니 새 옷을 입을 일이 있나.


근래 가장 많이 입는 옷은 트레이닝복인데 그것도 매일 같은 것만 입다 보니 무릎이 튀어나와 허접해 보이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에 잘 갖추어 입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늘어진 트레이닝복은 일의 능률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그렇다고 출근하는 사람처럼 옷을 갖추어 입는 건 답답한 재택 생활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지금 필요한 건 집에서도 입고 가까운 곳에 나갈 수도 있을 정도의 외출 기능을 탑재하면서도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닐까


‘강제적 집순이’가 되고 보니 엄마들이 입던 ‘홈웨어’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잠옷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외출복도 아닌, 그런 애매한 경계의 옷. 홈웨어라는 말은 일본식 영어 표현으로 ‘집에서 입을 수 있는 의복을 총칭한다’고 패션용어사전에 쓰여 있다. 현재 우리가 ‘멋 부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스타일은 아무래도 집 안과 밖을 원활히 오고 갈 수 있는, 외부인과 대면해도 무안하지 않을, 유동성 있는 패션이다. 부엌에서 밥을 하다가 갑자기 근처 가게에 물건을 사러 나갈 수도 있는 차림, 즉 홈웨어야말로 집을 구심점으로 한 시의적절한 옷차림이었던 것. 현재 가장 주목받는 홈웨어는 애슬레저룩이라 말할 수 있다. 애슬레저룩은 애슬레틱과 레저의 합성어로 운동복이나 일상복으로도 가능한 스타일을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집 안에서 일도 하고 가까운 곳의 외출도 가능하며 건강을 위해 홈트레이닝도 할 수 있는 전천후 의상이 절실하다.


기능성에만 집착하던 스포츠웨어가 ‘외모’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섬유 기술의 혁신에서 비롯됐다. 기능적이면서도 예쁘기까지 한 제품들로 애슬레저룩은 대세라는 날개를 달았다. 민망하기만 하던 레깅스도 압박감은 줄이고 실루엣을 살려 일상복으로도 입을 수 있게 됐다. 재택근무의 시대, “복장 불량”이라며 일장 연설할 상사도 없으니 이럴 때 애슬레저룩을 마음껏 누려보자. 일단 바지는 편안한 면 저지 소재의 스웨트 팬츠나 레깅스가 기본이다. 여기에 상의는 스웨트 셔츠 또는 후드 티셔츠를 입거나 바람막이류의 점퍼도 좋다. 무채색보다 파스텔톤이나 원색 계열을 입어 봄 느낌을 물씬 내고 외출 시에는 야구모자나 비니 같은 소품을 더해보자. 신발은 투박한 어글리 스니커즈나 가벼운 슬립온 스타일이 제격이다. 갖추어 입은 느낌을 내고 싶다면 재킷을 덧입는 것도 간단한 변주법이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인플루언서들도 요즘은 집 안에서의 생활을 SNS에 자주 올린다. 다양한 색감과 디자인, 패턴이 돋보이는 잠옷이나 트레이닝복을 입은 모습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집에만 머무는 삶이 지루해질 무렵, 입는 옷에 변화를 주며 ‘방구석 패션쇼’라도 해보자. 코로나19 시국의 피로감이 조금은 날아가지 않을까.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