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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태도 보수·생각 진보' 이낙연의 이후 행보는

by경향신문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진다. 기사를 마감하는 현재(4월 24일)로부터 역산하면 684일 남았다.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정치의 시간’으로 따지면 긴 시간이다. 현재의 대세가 그때도 대세라고 할 수 없다. 유권자의 순간순간 선택과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거론되는 대권주자 이외에 새로운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여권은 더더욱 그렇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압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은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역할이라는 변수를 제외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가장 부각된 인물은 이낙연 당선인이다. 그는 서울 종로 선거구 출마와 함께 당의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번 총선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지역구에서 상대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었다. 통합당은 장기간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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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으로 대통령 리더십 검증


이낙연 당선인의 영향력이 발휘된 곳은 종로뿐만 아니다. 전국 권역별 지역유세를 다니는 한편, 민주당 주요 총선 주자들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그의 지원 유세장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선후보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이 당선인이 후원회장을 맡은 전국 출마자는 총 38명. 이중 낙선한 사람은 16명, 당선인은 22명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4월 21일 기자를 만난 이 당선인 측 핵심인사 ㄱ씨의 말이다. 이 인사에 따르면 막판까지 전국에서 후원회장 요청이 쇄도했다. 임호선 당선인(충북 증평·진천·음성)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


ㄱ씨는 특히 선거 초기 경선단계부터 후원회장을 요청한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이탄희(경기 용인정),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당선인 그리고 현역 의원이지만 후원회장 맡아주기를 요청한 백혜련 의원(경기 수원을)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율사 출신이다.


“이전부터 친분이 있진 않았지만, 많이 챙겼다. 그렇게 챙긴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역할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러니까 자타가 공인한 ‘이낙연계’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국회 내 기반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당선인으로서는 천군만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총선 과정이 이낙연 대망론을 확정짓는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 고위인사의 말이다. “당 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을 더 공동으로 내세울 것인가를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었다’는 식의 뒷말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다. 친문 핵심 그룹이 이 사람만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 인사가 거론한 친문 핵심 그룹의 ‘핵심’은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이다. 이번 총선 과정의 중요 분기점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한 대응이나 비례 위성정당 창당 논란 등에서 이 당선인은 쓴소리를 내면서 미묘하게 다른 시각을 드러내는 갈등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다. 민주연구원이 총선 시점에 맞춰 개설한 유튜브채널 ‘의사소통TV’에 이재명·김경수 등 유력 대권주자는 나왔지만 정작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이낙연 전 총리는 초청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선거 공천과 비례정당 창당 때 “당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정리 작업을 주도했던 양 원장은 “차기 대선을 두고 여러 쟁쟁한 유력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 구도가 필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친문의 스피커’로 평가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 고별방송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 언급한 것 역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군 띄우기’를 목표로 한 것이란 얘기가 정가에서는 나돌고 있다. 이 당선인 측 핵심 인사 ㄱ씨는 ‘친문 핵심 갈등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원래 이 당선인은 전남도지사를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그런 이 당선인이 총리를 맡게 된 결정적 계기도 양정철이 찾아와 요청했고, 지금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건 당시 문재인 후보의 의중을 전한 것 아닌가.


“중간에서 누군가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의 의중도 그렇게 굳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수많은 팁을 (양 원장으로부터) 받았다.”


또 다른 이 당선인 측 핵심 인사 ㄴ씨도 “민주당은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운동 기간, 여의도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이 인사를 만나 갈등설에 대해 물었다. “이번 선거가 끝나더라도 끝(대선)까지 민주당 원팀으로 간다. 각각의 후보가 민주당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이재명은 이재명대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레이스를 펼칠 것이고, 이낙연은 외연 확대를 하면서 당의 중심이 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큰 의미에서 민주당의 외연과 정체성을 확대 강화하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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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150만 표차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 당선인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한계다. 영남권 유권자수 등을 고려할 때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사평론가 김현성씨는 “과거의 전통적 프레임으로 볼 때 ‘영남이 지지하지 않는 호남 후보’라는 지역적 한계를 말할 수 있지만 이번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이 당선인 측이 두 가지 점에서 설득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호남에서 민주당 압승은 ‘이낙연 대망론’에 기초한 것인데, 실제 그 바람이 수도권까지 이어지면서 ‘수도권 민심을 누가 잡을 수 있는가’가 영남에서 한계를 상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지지가 대선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 총선 결과는 이낙연의 본선 경쟁력을 메워줄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이겨 후보로 결정된, 말하자면 ‘호남이 지지하는 영남 후보’였다면, 이번엔 ‘영남이 지지하는 호남 후보’가 나오는 것이 민주당 정치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이라는 논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대선의 룰은 총선과 다르다. 지역별로 나뉜 선거가 아닌 소수의 후보자를 놓고 전국에서 투표가 진행되는 선거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얻은 의석은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3석·울산 1석으로 총 7석, 대구·경북(TK)에서는 0석이지만 득표수는 PK에서는 182만2469표, TK에서 77만4166표였다. 통합당은 PK와 TK에서 각각 237만4256표와 173만7111표를 얻었다. PK에서 55만1787표, TK에서 96만2945표나 민주당이 뒤졌다. 차기 대선에서 이번 총선과 동일한 득표를 받는다고 가정한다면 영남권 전체에서만 151만4732표의 격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이낙연 당선인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이 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번 총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당선인은 영남, 특히 TK 권역 지원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선거 이틀 전인 4월 13일에는 TK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 지원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이번 선거에서는 떨어졌다. 이 당선인 측 인사 ㄴ씨는 “사실 이 당선인 측 약점이 호남 출신이라는 것 이외에는 거의 없다”며 “총선 이후 TK 지지율을 25~30%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내부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이낙연 측에서는 향후 구성될 캠프에 영남 측 중량급 인사들을 끌어들일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이 당선인과 학교(서울대 법대) 동문인 영남 출신 국립대 총장·전직 도지사 등 ‘유력 TK·PK 인맥’들이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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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그가 걸어온 인생이 “주류 중의 주류’ 삶을 살아오지 않았느냐는 비판이다. 가난한 농사꾼 집안 7남매의 맏형으로 성장했지만, 서울대 법대를 나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일본 도쿄 특파원을 거쳐 DJ의 영입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사회 최상층 엘리트로서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서민의 고단한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이 당선인의 측근 ㄱ씨는 “무슨 의미의 비판인지 잘 안다. 가까이서 겪어보면 권위와 품격은 느껴지는데 의외로 꼰대기질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 당선인이 필요한 자세로 언급한 것이 ‘태도 보수·생각 진보’인데 태도 보수라는 게 황교안 전 대표처럼 의전을 중시한다든가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반면 생각은 굉장히 진보적이다. 그 비결이 뭔가 옆에서 지켜보니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기자 시절 만들어진 습관 같다. 예를 들면 이번 선거 때 상가나 시장 방문했을 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다. 그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튀어나오는 말들은 쇼맨십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의원 시절에도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지역구에 내려가 지역구민을 만나고 월요일 아침에 올라오는 생활을 4년 내내 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낙연은 양지에서 성공하는 길만 걸어왔다’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자신이 있다.”


‘태도 보수’라는 말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이 당선인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언급한 말이다. 당시 낙선한 문재인 후보는 대선 1년 뒤 낸 책 <1219 끝이 시작이다> 책에서 이 당선인이 이 대목을 인용하기 전에 이 당선인에게 직접 연락해 사용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낙연의 노선 '태도 보수·생각 진보'


“국회 의정 질의 답변을 통해서 일부가 알려져 있지만 이 당선인의 내공은 정말 대단하다.” 최근 기자를 만난 한 학계 인사가 전한 경험담이다. 총리 시절, 이 당선인은 여러 인사를 초청해 총리공관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당시 정치인 출신 장관과 함께 초대된 이 인사는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정치인 출신 장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공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는 것이다.


국회 개원 후 좌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는 게 이 인사의 전망이다. 이 당선인의 앞날 행보는 어떻게 될까. 당장 앞에 선 것은 8월 전당대회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당 중진들과 별도로, 이해찬 대표의 뒤를 잇는 당대표 선거에 나갈지를 두고 고심할 것이다. 김현성 평론가는 “당장 2~3주 후부터 쏟아지기 시작할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부터 이 당선인의 지지율이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대권주자의 선두에 설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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