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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해질 무렵 북서쪽 하늘을 보면 혜성이···23년 만에 맨눈 관측 가능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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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12시 35분 미국 아리조나 레몬산 천문대에 위치한 OWL-Net 4호기로 관측한 니오와이즈 혜성. 니오와이즈 혜성은 현재 코마와 꼬리의 활동성이 활발하게 보이며 이는 전형적인 비주기 혜성의 모습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3년 만에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혜성이 찾아왔다. 기상 조건만 좋다면 이번 주말 해뜨기 전과 해진 후 모두 혜성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달 중순부터 해뜨기 전과 해진 후 국내에서 니오와이즈(NEOWISE) 혜성(C/2020 F3)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천문연구원은 이달 중순까지는 이 혜성을 일출 전 북동쪽 지평선 근처에서 볼 수 있었지만 중순 이후부터는 일몰 후 북서쪽 하늘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서 맨눈으로 관측 가능했던 혜성은 1997년 헤일-밥(Hale-Bopp) 혜성 이후 2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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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저녁 9시 14분 보현산천문대에서 촬영한 니오와이즈 혜성. 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책임연구원 촬영.

니오와이즈 혜성의 겉보기 등급은 7월 셋째 주 현재 약 2등급이며, 넷째 주부터는 3등급 이상으로 더 어두워질 전망이다. 기상 조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이번 주가 관측 최적기인 셈이다. 천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척도인 겉보기 등급은 지구에서 눈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밝은지를 등급으로 나타낸 것이며, 별이 밝을수록 등급의 숫자는 작아진다.


천문연은 7월 중순부터 일몰 후 혜성의 고도가 10도 이상이어서 일몰 후 시간대가 일출 전 시간대에 비해 비교적 육안 관측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7월 중순부터 일출 전 혜성의 고도는 약 5도 이하로 매우 낮아 지평선 주변의 시야가 확보되어 있지 않다면 육안으로는 관측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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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저녁9시 43분 보현산천문대에서 촬영한 니오와이즈 혜성. 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책임연구원 촬영.

니오와이즈 혜성은 지난 3월 27일 근지구 천체를 탐사하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니오와이즈 탐사 위성이 발견한 33번째 혜성이다. 태양계 외곽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혜성의 주기는 약 4500~6800년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관측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혜성인 셈이다. 이 혜성은 지난 3일 수성 궤도 근처에서 근일점을 통과했으며 오는 23일쯤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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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5일 저녁9시 24분 보현산천문대에서 촬영한 니오와이즈 혜성. 한국천문연구원 전영범 책임연구원 촬영.

혜성은 태양계를 구성하는 천체 중 하나로 주로 얼음과 먼지로 구성돼 있다. 크기는 수㎞에서 수십㎞ 사이다. 혜성은 태양계 외곽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태양계 외곽에서 공전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궤도가 바뀌며 태양 근처에 접근하게 되면 표면의 얼음과 먼지가 증발해 꼬리를 갖게 된다.


혜성은 핵, 코마, 꼬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혜성의 본체인 핵은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태양 복사열에 의해 표면부터 증발하기 시작한다. 증발된 가스와 먼지는 희박한 기체로 변해 핵 주위를 크고 둥글게 감싸게 되는데 이를 코마라고 한다. 또 태양의 복사 압력과 태양풍에 의해 태양 반대쪽으로 꼬리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이온 꼬리와 먼지 꼬리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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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오와이즈 혜성의 이온꼬리와 먼지꼬리.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온 꼬리는 푸른빛으로 태양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분자와 전자가 이온화되어 나타난다. 먼지 꼬리는 태양열을 받아 타버린 규산염 먼지들이다. 이온꼬리는 기체와 먼지보다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태양 반대편에 거의 수직으로 뻗는다. 먼지꼬리는 대체적으로 흰색을 띠며 혜성 궤도방향의 반대로 휘어져서 생긴다. 이는 태양의 복사압에 의해 반대편으로 밀려난 입자들이 혜성의 운동에 의하여 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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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주변의 우주물체를 감시하고 있는 OWL-Net 4호기(미국 소재).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번에 천문연이 혜성을 촬영한 OWL-Net(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은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가 운영하는 관측시스템이다. 인공위성과 소행성, 우주 잔해물 등 지구 주변의 우주물체를 관측하는 국내 최초의 무인 광학 감시전용시스템이다. 한국, 미국, 이스라엘, 모로코, 몽골에 관측소가 설치돼 있으며, 천문연은 이들 관측소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모아 관리, 운영 중이다. 각 시스템은 50㎝ 광시야 망원경과 CCD카메라, 고속 위성 추적 마운트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OWL-Net 덕분에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온 인공위성궤도 자료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천문연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한반도 정지위성 및 우주 잔해물 충돌 후보를 감시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