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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커버스토리

‘특수부대’는 어떻게 유튜브 흥행 키워드가 됐나

by경향신문

경향신문

해군 특수전 전단(UDT/SEAL) 출신의 크리에이터 김계란이 인기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 촬영 중 참가자들 앞에서 동작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대테러부대로 알려진 육군 제707특수임무단 출신 박은하 예비역 중사(왼쪽에서 세번째)는 여성 특수부대원이라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피지컬갤러리·은하캠핑 화면 캡처       

재미없는 군대 이야기, 진짜가 나타나자 달라졌다…특수부대 출신 크리에이터들에 열광

최근 유튜브 흥행 키워드는 ‘특수부대’다. 군복을 입은 예비역 특수부대원들이 과거에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나 때는 얼마나 힘들었냐면…”), 턱걸이는 몇 개나 더 할 수 있는지(“현역 때는 하루종일 했는데…”) ‘썰’을 풀거나, 여러 부대 출신들이 모여 모의 권총을 사용해 서바이벌 게임을 하기도 하고, 실제 같은 군사훈련을 받기도 한다. 방송된 지 몇 해 지난 특수부대 관련 다큐멘터리도 다시 소환됐다.


해군 특수전 전단(UDT/SEAL)이 흥행 선봉에 섰다. 7회 분량의 본편과 예고·후기 등 총 10회짜리 콘텐츠 <가짜 사나이>는 체력과 정신력이 부실한 유튜버 6명이 UDT 출신 교관들에게 훈련받으며 성장하는 생존 훈련을 현실감 있게 다뤄 흥행을 주도했다. <가짜 사나이>를 통해 많은 남녀 시청자들이 ‘방구석 특수부대’로 입소하게 된 셈이다.


특수부대 관련 콘텐츠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지만, 여성 시청자도 많다. “평소 남성 지인들이 군복무 시절 얘기를 할 때면 질색했다”는 직장인 이모씨(29)는 최근 친구 소개로 <가짜 사나이>를 본 뒤 특수부대 관련 콘텐츠를 섭렵하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5년 전 국방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아덴만 여명 작전 7일간의 기록’도 찾아봤다. “UDT는 육해공 모든 작전을 수행해서 바다·하늘·땅이란 의미의 ‘SEAL’이라고도 한다. 수송기 유도를 위해 가장 먼저 침투해야 하는 공군 공정통제사 CCT(Combat Control Team)는 육해공 모든 특수 훈련을 다 받아야 해서 가장 힘든 특수부대다.” 이씨는 이제 약칭(UDT/SEAL, CCT…)만 봐도 어떤 부대인지 알 정도가 됐다. 길에서 군인을 보면 ‘군바리네’ 하고 별 생각 없이 지나쳤다던 이씨는 이젠 ‘고생이 많겠네’ 측은지심이 생긴다고 했다. 처음에는 근육질에 이목구비도 뚜렷한 <가짜 사나이>의 UDT 출신 교관들에게 관심이 갔지만, 이제는 극한 상황에서 강인함을 보여주는 군인들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간다고 했다. “2010년 천안함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구출 작전에 투입됐다 사망한 UDT의 한주호 준위 영결식 영상도 봤다.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을 생각하니 눈물까지 났다.”


특수부대는 군사 관련 분야의 마니아를 칭하는 ‘밀덕’(밀리터리+덕후)이나 남성성을 강하게 어필하는 ‘마초 문화’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특수부대 출신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드러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캠핑·운동·영화·다이어트 등 다양한 테마의 영상을 통해 특수부대 전역자들이 운동법을 소개하거나 일반인에겐 생소한 훈련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이후 ‘현직 스나이퍼가 영화 보는 법’ ‘특수부대 출신 게임 플레이’ 등 특수부대 경험이 진하게 배어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출신 부대도 다양하다. 캠핑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은하캠핑’의 박은하 예비역 중사는 대테러부대로 알려진 제707특수임무단 출신이다. 현재 구독자가 49만명을 넘는다. 캠핑 요리나 생존 기술에 대해 소개해오던 박씨는 최근에는 사격, 호신술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여군 출신이라는 점이 흥행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가짜 사나이>를 만든 채널 피지컬갤러리(구독자 243만명)도 UDT 출신인 진행자 김계란이 주축이다. <가짜 사나이> 교관으로 나섰던 UDT 출신의 에이전트H(미션 파서블), 이근 전 대위(ROKSEAL)도 별도의 채널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수부대가 유튜브 흥행 키워드로 등극하자 방송사도 ‘물 들어 올 때 노젓기’를 시작했다. 지난달 29일부터 KBS는 유튜브 ‘KBS다큐’ 채널을 통해 과거 방송됐던 특수부대 관련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모두 9편을 공개했다. 시작은 2011년 3월4일 방송한 KBS 금요기획 ‘세계 최강 UDT/SEAL 불가능은 없다’ 편이다. <가짜 사나이>로 스타덤에 오른 이근 전 대위의 현역 시절 모습이 나온 이 영상은 227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들이 인기를 얻자 UDT, 육군 특전사, 공군 공정통제사(CCT), 707특수임무단 DMZ특수수색대, 해병대 특수수색대 등 과거 영상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과거 특수부대원은 대중 앞에 서는 것이 금기시됐다. 또한 마땅한 노출 통로도 없었다.

‘빡센’ 군사 콘텐츠 속 남성 중심적 문화, 잘못된 군대 문화·폭력 기제 강화하기도

유튜브가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쉽게 영상을 촬영해 자신을 소개할 수 있게 됐고, 특수부대라는 독특한 경력을 차별화 삼을 수 있게 됐다. 음식·패션·여행·게임 등 기존 콘텐츠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특수부대 관련 콘텐츠가 신선함을 주는 것도 흥행 요인이다.


군사 전문 월간지 편집장 A씨는 “특수부대라는 말 자체에서 ‘보통과는 다르다’는 이미지와 강인한 육체, 특수한 임무를 담당하는 특별한 면모를 지녔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늘 관심을 받게 된다”며 “실제 군부대에서 특수부대는 굉장히 숫자가 적고 가려져 있는 영역인데, 밀리터리 마니아의 세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군사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A씨는 “군사와 관련된 주제는 때론 관심을 모았다가 잊히기를 반복해왔다. 지금은 그 무대가 많은 이들이 모여드는 유통 채널인 유튜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부대 출신 대원들이 유튜브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도 있다. 현역 생활 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군을 떠나거나 군에서 배운 특기를 전역 후에 제대로 살릴 직업을 찾기 힘들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A씨는 “사실 우리나라 특수부대원들은 전역 후 그동안 했던 고생에 걸맞은 직업과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군 복무 중에도 마땅한 혜택과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군 수뇌부에서도 그런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부대 콘텐츠에 담긴 남성 중심적 문화가 잘못된 군대문화를 고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예비역 해병대 대위)은 “군대는 특수부대 같은 전투부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원부대 등 다양한 형태가 모여 구성된다. 남성 중심적이고 ‘빡센’ 특수부대가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된 데에는 ‘힘’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그렇지 못한 부대는 ‘꿀 빤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이렇게 남성적 힘을 중심으로 군대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병영 부조리 같은 잘못된 군대문화를 고착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방 팀장은 “미군의 특수부대도 해외에서 벌인 작전 중 도의적으로 문제가 된 임무들이 많은데 무조건 칭송받고 경외시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한국군에 대해서 소개할 때는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반성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가 유일하게 가지는 무력 수단이 군대인데,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무조건 추앙하는 것은 폭력을 낳는 기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