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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지극히 味적인 시장 (40)

‘인기템’ 고들빼기, 쌉싸름 군침 도는 더덕···얼추 맛든 가을

by경향신문

무주 오일장

경향신문

무주 위쪽은 충남 금산, 동쪽은 경북 김천이다. 남대천변 무주장에선 삼도 물산이 만난다.

무주 가는 길.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에, 슬슬 몸집 키우는 김장 배추에, 꽃이 일찍 피듯 단풍으로도 먼저 물든 벚나무 잎사귀에 내려앉은 가을이 또렷해졌다. 9월 중순의 서산 장날과 달리 9월 말의 무주 장날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시장에 선을 보이는 채소가 다양해졌다. 어디를 가든 보기 힘들었던 총각무가 곳곳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것도 다양한 것이지만 비 많던 여름날에 형태만 겨우 갖춘 거와 달리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맛도 얼추 들었다. 무주 오일장은 무주를 감싸듯 지나는 남대천변 옆에 선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개장터

위에 충청도까지 3개도가 만나는 무주장터

씁쓸한 고들빼기에 밥 한공기 끌리고

김이 모락모락 모시떡에 발길이 멈춘다


우리나라 장터 중에서 화개장터가 유명하다.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노래 가사로 인해 명성을 얻었다. 올해에 수해로 장터 상인분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는 아픈 소식도 있었지만 다시 힘내 장터를 열었다고 한다. 화개장터가 경상도와 전라도 화합이라면 무주는 거기에 하나를 더 해야 한다. 무주의 위쪽은 충남 금산, 동쪽은 경북 김천인지라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장터다. 무주장은 금강을 따라 올라오는 서해의 갯것과 내륙의 물산이 만나는 큰 장터였다. 모든 오일장이 그렇듯 예전의 명성은 남대천 따라 흘러갔지만 그래도 삼도의 물산이 만나는 장터인지라 제법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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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장 인기 품목은 고들빼기다. 한 집 건너 판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들이 그 장터의 인기 상품이다. 한 바퀴만 돌아도 대충 감이 온다. 어물전, 과일전처럼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만의 ‘인기템’이 있다. 무주장 인기템은 고들빼기. 두 집 건너 하나 있을 정도로 고들빼기가 자리 잡았다. 심심치 않게 고들빼기김치를 파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고들빼기는 봄가을로 나온다. 봄에 나는 여린 고들빼기는 초무침으로 그만이고 더운 여름을 보내며 쓴맛을 잔뜩 품은 가을 고들빼기는 김치로 담근다. 고들빼기의 쓴맛을 빼기 위해 배즙도 넣고 물에 오래 담가 쓴맛을 약하게도 한다. 그래도 고들빼기 참맛은 혀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의 쓴맛이 아닌가 한다. 잘 익은 고들빼기김치와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밥 한 숟가락. 맛을 아는 이들은 아마도 입안에 군침이 가득 돌고 있을 듯싶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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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떡도 김을 내며 손님을 유혹한다.

시장 한편에서 모락모락 김 나는 모시떡이 오가는 이들을 유혹했다. 한 팩 살까말까 고민하는 사이 몇 년 전 모시 찾아 무주로 온 지인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모시 줄기 껍질로 옷을 만들었다. 한산모시가 유명하다. 모시가 나는 지역에서는 모시로 떡을 해 먹기도 했다. 삶은 모시를 쌀가루와 함께 넣어 떡방아를 찧으면 쫄깃하고 설탕 없이도 부드러운 단맛이 도는 모시떡이 된다. 모시 잎에는 다량의 식이섬유가 있다고 하는데 채소든, 과일이든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식이섬유. 도긴개긴의 식이섬유 말고 모싯잎에는 다량의 칼슘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우유의 30배 정도 든 모싯잎 칼슘은 체내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칼슘 부족이 쉽게 생길 수 있는 여성에게 좋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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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인은 신선한 바람에 맛이 든 총각무를 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떡 본 김에 제사, 아니 전화한다고 모싯잎 찾아 무주로 온 지인에게 오랜만에 전화했다. 알맞게도 장터 옆 남대천 건너편에 모시밭과 공장이 있었다. 장터 구경을 얼추 끝내고 모싯잎차를 맛보러 넘어갔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차 중에서 단맛이 도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꿀차처럼 달곰한 정도는 아니다.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은은한 단맛이 혀를 즐겁게 해주는 정도다. 감잎차, 수국차, 댓잎차가 은은한 단맛이 도는 차다. 처음 맛본 모싯잎차도 단맛이 도는 차 리스트에 끼워줘도 될 만큼의 단맛이 돌았다. 은은한 풀향과 단맛이 잘 어울렸다. 모싯잎차는 윗동에 새로 돋아난 잎만 사용해서 만든다고 한다. 일 년에 다섯 차례 정도 수확, 채취를 끝내고 제초기로 밑동만 남기고 잘라내면 다시 돋아난다고 한다. 추운 겨울을 보낸 후 봄이 오면 다시 줄기가 솟고 잎이 난다고 한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것이 우리의 성정과 비슷하기에 오래전부터 옷감에서 먹거리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지 않나 싶다. 농업회사법인 데이웰(063-324-8959)


부대찌개조차 남달리 맛있는 전라도

어죽은 잡내없이 얼큰 깔끔하고

매콤 양념한 더덕은 돼지 목심과 어울려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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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살코기와 뼈를체에 거르고 곱게 갈아서 다시 육수에 넣고얼큰하게 양념한 것이 어죽이다. 제대로 끓인어죽이라면 흙내나 비린내가 없다.무주의 어죽 맛이 잡내 없이 깔끔했다.

모싯잎차 공장을 나오면서 일하시는 분께 어죽집을 추천받았다. 민물고기를 삶아서 육수를 낸다. 살코기와 뼈를 체에 거르고 곱게 갈아서 다시 육수에 넣고 얼큰하게 양념한 것이 어죽이다. 동네마다 밥 또는 면을 내주는 것이 다를 뿐 양념은 거의 비슷하다. 말이 어죽이지 어국수나 어국밥이 맞을 듯싶다. 현지인의 추천지는 세 곳.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풍경이 좋은 곳, 끝으로 어죽 생각나면 지인들과 가는 곳. 당연히 지인들과 가는 곳을 선택. 민물새우튀김도 같이 주문했다. 어죽 국물에 새우튀김을 적셔 먹는 맛이 꽤 괜찮기 때문이다. 같이 나온 간장도 좋지만 어죽 국물이 몇 수 위다. 나온 어죽은 깔끔했다. 민물고기는 흙내가 있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제대로 어죽을 끓이는 집들은 그런 잡내가 없다. 잡내가 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했을 때다. 물고기는 죽는 순간부터 비린내가 난다. 시간이 쌓이는 만큼 냄새는 강하게 난다. 심할 경우 향신료로도 숨길 수 없다. 그러면 흙내 혹은 비린내가 난다. 이 집은 그럴 걱정 없이 깔끔한 맛이 좋다. 지리산 근방에서 먹을 때처럼 제피 아니면 방아잎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 이웃한 금산, 영동의 금강변 어죽집에서도 제피를 주지 않는다. 금강변에서 어죽 먹을 때 산청이나 남원보다 그래서 조금 심심하다. 큰손식당(063-32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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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갈비탕으로 일대를 호령한 이가 부대찌개 육수를 낸다. 직접 만든 소시지에 김치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무주에 내려가면서 이것은 꼭 먹고 와야지 했던 것이 부대찌개다. 음식 맛있기로 소문난 전라도에서 웬 부대찌개냐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먹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맛이다. 듣기로는 음식점 사장님이 과거에 갈비탕으로 일대를 호령했다고 한다. 갈비탕으로 번 돈으로 한우 목장을 하고 음식점도 하다가 종국에는 육가공 공장까지 세웠다고 한다. 갈비탕 내던 솜씨로 육수를 내고 소시지를 만들었다. 잘 만든 육수와 소시지에 국산 김치가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무주로 출발하기 전 실한 부대찌개 모양새를 보고 연출인가 싶었지만 실제 보니 연출이 아니었다. 자가 공장을 운영하니 찌개에 들어가는 햄이나 소시지 양이 상당히 많다. 시중에서 따로 추가한 양보다 많았다. 무주읍이 무주 나들목에서 5분도 채 안 걸린다. 오가는 길에 잠시 들른다면 제대로 된 부대찌개 맛을 볼 수 있다. 라면 사리가 무한정인데 이 또한 매력 포인트다. 반햇소 부대찌개애(063-322-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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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기름의 고소함과 더덕의 쌉싸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목심도 무주의 먹거리다.

장터 구경할 때 땅속의 것이 많이 나와 있었다. 땅속의 것이 별거는 아니고 더덕, 도라지, 토란 등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8월 제철 음식에 더덕이 나온다. 음력 8월과 양력 8월을 헷갈린 것이 아닌가 싶다. 더덕은 여름을 오롯이 보내고 가을이 되어야 제맛이 든다. 양력 8월의 더덕은 수분이 많기에 특유의 쌉싸름함이 약하다. 더덕은 여러 가지 나물로, 구이로 먹는다. 구이는 매콤하게 양념해 굽는다. 여기에 돼지 목심을 더해 굽는다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돼지기름의 고소함과 더덕의 쌉싸름함이 절묘하다. 같이 나오는 묵은 된장으로 끓인 찌개와 더덕 목심 구이 한 상이면 여행의 노곤함이 쉬이 풀린다. 제철 음식이 주는 힘이다. 도성가든(063-322-2086)


김진영 식품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