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나만 빼고 다 주식 하나" 불안한 '돈알못'들에게…

by경향신문

하루에 2~3시간씩 주식 공부를 하는 밀레니얼 청년들에게 ‘왜 이렇게까지 열심이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8명 정도는 이런 답을 한다. “월급만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기 어려우니까요.”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다시 물음표가 생긴다. 얼마를 벌어야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지? 경제적 자유를 얻은 다음엔?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의 박진영 대표(29)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구독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가끔 어떤 일에 몰두하다 보면 내가 그 일을 왜 하는지를 잊고 마냥 달려가기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지치기도 하죠. 돈을 모으는 일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부자가 되면 하고 싶은 것들, 어피티에 보내주세요!” (2020년 7월28일 머니레터 중)


4일 동안 답변 120개가 도착했다. 어렸을 때 돈 문제로 자주 다퉜던 부모님께 마당딸린 집과 마음의 여유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사람. 자신의 자녀에겐 가난의 기억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는 사람.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가서 굳이 잔고를 확인하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벌고 싶다는 사람…


단어 하나 하나에 ‘돈의 기쁨과 슬픔’이 절절하게 녹아있는 답변들을 보며 박 대표는 생각했다. “다들 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구나. 그런데도 돈 이야기를 할 공간이 참 없었구나.”


모두가 청년들의 ‘영끌’과 ‘빚투’를 우려하는 지금, 스스로를 ‘금융덕후’라 소개하는 29살의 청년 창업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고 지난 7일 서울 성수동 공유사무실 ‘헤이그라운드’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그에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차례에 걸친 대화를 문답식으로 재구성했다.


짧은 기사로 보기 ▶ “투자금 안 잃을 정도의 지식 필수… 돈벌어 뭘 하고픈지 먼저 고민을”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8년 7월 어피티를 창업했어요. 밀레니얼이 주축이 된 ‘동학개미운동’이 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는 경제미디어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처음엔 사회초년생 여성들에게 카페나 술집을 추천해주는 영상 콘텐츠로 시작을 하는데, 조회수가 잘 안나오는거에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조사했죠. 그런데 자신의 취향이나 취미에 대해 이야기할 땐 자신감 넘치는 이들이, 유독 돈 얘기만 나오면 위축되는거에요. 10명 중 9명은 그랬어요.”


-남 얘기 같지가 않네요. 2030 여성들의 일반적 특징일까요.


“대학생때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한 달에 100만원도 벌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취업을 하는 순간 갑자기 매달 통장에 200만원이 꽂히는거에요. 처음엔 다 쓰기도 힘든 돈이에요. 그때 손에는 신용카드가 쥐어지고, 소비는 순식간에 불어나요. 그렇게 1~2년 지나다가 갑자기 누군가는 주식을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펀드를 한다고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돈 공부’를 해야할거같은 막연한 압박감이 쌓이죠.”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피티 머니레터에 ‘금융맹에서 금융덕후로 승화한 케이스’라고 본인을 소개했어요. 박진영 대표의 ‘금융맹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피티 창업 전에는 동영상 편집 외주일을 했어요. 돈이 들어오는 족족 한 계좌에만 쌓아뒀어요. ‘어라 돈이 아무리 써도 안 줄어드네’ 하면서 다 쓰고…. 심지어 처음 외주를 했을땐 ‘돈을 받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이든 아르바이트든 어딘가에 고용돼서 일한 시간 만큼 임금을 받는건 괜찮은데, 능력에 따라 돈을 받는다는 개념은 익숙하지가 않았거든요. 돈의 가치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거죠.”


-어피티 창업 이후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금융맹이었던 과거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요.


“네. 제가 국문과를 나왔거든요. 일단 숫자 나오면 머리 아파하는….(웃음) 그런데 구독자분들도 과거의 저같은 사람이 많아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닥쳐야 재테크를 공부해요.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알아가는거죠. 그에 반해 저는 창업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재테크에 입문한 케이스죠.


예적금의 차이는 뭐고 금리의 정의는 뭔지, 기본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독자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미리 경험해보겠다’며 호기롭게 미·중 무역갈등 테마주를 샀다가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까먹었기도 했어요. 완전 ‘호구’였죠.(웃음)”


-공부를 해보니 뭐가 제일 신기하던가요.


“다 신기했어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 한마디를 했다고 어떤 기업 주가가 오르는 게 저는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 세상은 이미 그렇게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저만 몰랐던거에요.


그래서 트럼프가 트위터를 올릴때마다 코스피가 어떻고 나스닥이 어떻고 난리가 났던거구나… ‘암호’ 같았던 경제 기사를 ‘해독’할 수 있는 눈이 생기니까 읽을 수 있는 기사의 범위가 달라졌어요. 경제를 알면 정치나 국제뉴스도 다르게 보이거든요.”


박 대표는 이 과정을 ‘제2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비유했다.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의 지적인 충만감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청년들에게 기존 경제 기사가 제2외국어로 쓰여진 글만큼이나 어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았겠네요.


“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돈이 돌아가는 이야기는 정말 밀접하게 관련이 있더라고요.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고 그 돈을 쓰는건, 자본의 세계에서는 정말 일부분이에요. 그런데도 나는 가장 말단의 ‘노동소득’이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있었던 거죠.”


박 대표에게 처음 들어본 이야기가 아니었다. 경향신문이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밀레니얼 70여명을 인터뷰했을 때도 “투자를 시작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말한 이들이 많았다.


박 대표는 일단 “1만원도 안하는 테마주와 6만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씩 사보라”고 권한다. 주식을 한 주라도 사는 순간, 소비자도 노동자도 아닌 투자자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돈을 쓰는 것과 버는 것이 그렇게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지난해 엔터주 세미나를 열었을때 참가자들이 흥미로워한 지점도 그런거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의 컴백 소식이 들리면 소속사 주가가 오르잖아요. 소비자의 관점에서 투자자의 관점으로 넘어가면 주가를 훨씬 더 빨리 예측할 수 있는거죠.”


-청년들이 왜 돈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생존’의 관점에서 금융을 봐요. 몰라서 당하는 일은 피하자는 거에요. 엄마 친구 말만 듣고 보험에 가입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자산관리사(PB) 말만 듣고 DLS(파생결합증권)나 DLF(파생결합펀드)같은 파생상품에 넣었다가 모두 잃어버리고….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 없어야 되잖아요. 적에게 내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최소한 업계 관계자가 쓰는 용어는 알고 있어야죠.”


-돈 공부의 필요성은 느껴도 막상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아요.


“토익 시험도 신청 안하면 공부 안하잖아요.(웃음) P2P투자든 비트코인이든 펀드든 주식이든, 일단 소액이라도 내 돈을 걸고 공부를 시작하는게 중요해요. 이해관계가 걸려있지 않으면, 책을 봐도 떠도는 느낌이 있거든요.


혼자 하기 힘들 땐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사실 돈 얘기가 어렵고 지루하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취업 준비할 때 스터디 정말 많이 했잖아요. 이건 취업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에요. 적어도 내가 번 돈을 잃지 않을 정도의 기초체력, 금융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해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빚 빚내서 투자)하는 세대’라며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밀레니얼은 불과 몇년 전까지 ‘욜로족(YOLO·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내 집 마련 같은 불확실한 미래 목표 대신 오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세대. 하나에 몇천원짜리 마카롱을 사먹고, 1년에 1~2번씩 해외여행을 가는 청년들의 스토리가 언론을 통해 자주 소개됐다.


-욜로를 외치던 청년들이 갑자기 주식투자에 골몰하는 것을 의아해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장 때 높은 수익률을 경험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어요.


“청년들이 ‘욜로’를 한다는 말이 많았는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드사의 광고 문구가 나온 것이 2002년이에요. 성공적인 마케팅이었죠. 이런 메시지는 지금도 남아있어요. ‘직장인이 됐으면 신용카드나 마이너스 통장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소비를 권하거든요. 돈을 모으는 것보다는 쓰는게 더 재미있고,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명분도 좋죠.


저는 욜로가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나온 문화가 아니라 10대때부터 어른들에게 주입된 메시지였다고 봐요.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 돈을 벌고 쓰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됐잖아요. 부모님 세대의 소비를 보고 배운거에요. 그러다 재무 습관을 형성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 거고요.”


-밀레니얼이 주식투자 열풍을 ‘문제적 현상’이라 보는 이들도 많아요.


“투자는 ‘잘 다뤄야하는 칼’이라고 생각해요. 필요할 때 휘두르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거지, 전쟁을 하겠다거나 사람을 죽이겠다는게 아니에요. 물론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현상의 가장 극단적인 단면을 끄집어내서 모든 청년 세대가 그럴 것이라 편견을 갖는 건 논의에 도움이 안돼요. 저는 이게 기성세대의 과보호라고 생각해요.


포트폴리오에는 주식도 있고 채권도 있고 부동산도 있어요. 재테크는 이것들의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거에요. ‘돈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모두가 주식을 해야 한다거나, 자산의 전부를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통계적으로 2030세대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청년들이 빚을 내 투자를 하다가 ‘버블’ 붕괴를 경험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고요.


“빚을 내 투자를 하는 것은 저희도 반대해요. 어피티의 타깃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2030이에요. 본인 연봉 정도의 목돈을 모아놓지 않은 사람들은 일단‘시드’를 모으며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투자습관을 들여야 할 때거든요. 이때 빚을 내서 투자하다가 운이 좋으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경험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번 대출을 받아서 큰 돈을 벌면 그게 전부인줄 알거든요. 지금 잔고가 중요하지 않아 보이고, 숫자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지죠. 빚을 냈다 돈을 크게 잃으면 트라우마도 더 크게 남고요.”


-밀레니얼이 폭락장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라 이전 세대에 비해 위험하게 투자한다는 분석도 있어요. 동의하시나요.


“미디어는 청년들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고 트렌드로 다루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N포세대’나 ‘욜로’, ‘영끌’과 ‘빚투’처럼요. 저는 이 용어들에서 함정이 생길 수 있다고 봐요.”


-함정이 생긴다는게 무슨 뜻인가요?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도,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청년도 있을 수 있어요. 이런 현상이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하지만 현상 뒤에는 배경이 있잖아요. 제대로 된 금융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학교, 청년층의 낮은 금융 이해도, 신용카드 사용과 저금리 대출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죠. 그냥 ‘욜로’나 ‘빚투’같은 말만 남는거에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의 투자 현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기성세대에게는 ‘너무 큰 의미부여를 안해도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돈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시작하려면 ‘예산 내에서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는 사람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들에게는 최소 3000만원의 ‘시드머니’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권했다. “3000만원을 모았을 때부터 소액으로 투자 연습을 하면서 1억원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1억원으로 본격적인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투자도 어느 정도 돈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머니로그(독자들이 직장, 소득, 연봉 등을 공개하면 전문가가 재무 관련 고민 상담을 해주는 코너) 콘텐츠를 올릴 때도 ‘얘는 연봉이 이정도니까’, ‘직업이 좋으니까’라는 반응이 많아요. 서로의 조건을 비교하며 헐뜯거나, 성과를 깎아내리며 다같이 자조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모으는 것과 1억원에서 1억1000만원을 모으는건 다르다는 것이에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자금 규모에 따라 돈을 운용하는 방식은 달라지니까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하는 건, “시드머니를 모으는 과정이 제일 재미없다”는거에요. 그 지난한 과정을 서로 위로하면서 함께 가면 좋겠는데…. 왜 이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푼돈은 모아봤자 어차피 푼돈’이라는 식으로 의욕을 꺾고 소비를 부추기는 것인지 안타까워요.”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정말 시도할 여력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나요.


“그런 사람들일 수록 금융 정보를 더 많이 알아야 돼요. 소득이 적어도 충분히 돈 관리를 잘하는 분들이 많아요. 월급의 50% 이상 저축하고, 1주일에 얼마를 썼는지도 확인하죠. 그럼에도 자신이 잘하고 있냐며 어피티에 고민을 보내세요. 그 분들께 ‘소득구간과 연령대 평균에 비해서도 잘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면 정말 좋아하시죠. ‘잘 하고 있다’는 말을 어디서도 못 들어보신 거에요.


저소득자니까 모으기 힘들다고만 할게 아니라, 저소득자도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야 돼요.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도 찾아보면 정말 많거든요. 소득이 적을 땐 ‘돈을 버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 사회초년생때는 이직으로 연봉을 확 키울수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지거든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투자가 공정하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복잡했다. 100만원이 있는 사람과 1억원이 있는 사람이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하는 이 시장에서, 우리는 각자도생과 자기책임의 윤리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한 윤리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우리 세대는 이미 ‘투자는 나의 책임’이라는 명제를 게임의 규칙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주식투자에는 ‘내가 돈을 번다’는 개인적 의미도 있지만,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잖아요. 주주 개인의 사익과 사회전체의 공익이 충돌하는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중심을 잘 잡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테마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근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했잖아요. 그러니까 사후피임약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어요. ‘낙태 테마주’라는 이름으로요. 이 투자자들에게 낙태죄 폐지 이슈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싶어 조금 소름이 돋더라고요.”


-이런 테마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고민이 많이 돼요. 어피티는 그 이슈를 소개하진 않았지만, 실제로 주가가 오르고 뉴스까지 났는데 막을 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해요. 하지만 이대로 갈 수 만은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리 우량한 기업에 실적을 보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이슈에 따가 주가는 흔들릴 수 밖에 없거든요. 주식 시장에서의 가치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공익의 관점에서 특정 현상을 평가할 필요도 분명히 있어요.”


-인터뷰를 하다보면 ‘투자는 공정하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았어요. 돈이 많든 적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한, 그 안에서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느껴지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청년들은 이제 막 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으니까, 사회 전체를 위한 선택은 상대적으로 덜 생각할 수 있죠. 보통은 투자 열풍이 불었다가 다시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이 나오는 주기가 반복되니까요.


예를 들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신용대출이 계속 늘면서 정부가 신용공여 한도를 조일 수 있다고 발표했어요. 국가의 신용 건전성을 위해 규제로 리스크를 관리하는건 필요해요. 과거에도 신용 불량자가 대거 쏟아져나와 사회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커뮤니티에서는 ‘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을 받는건 개인의 선택인데 왜 정부가 간섭하냐’는 반응이 나왔죠.”


박 대표는 이러한 반응에 옳다 그르다를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갈음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돈 뒤에 사람이 있다’는 슬로건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요.


“기업의 재무 현황에도 사람들이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가 녹아있어요. 이스타항공이랑 제주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고 직원들이 대량으로 정리해고됐잖아요. 그 분들의 아픔이 뉴스가 되고 그게 주가에도 반영이 되는건데, 어느 순간 사람은 잊혀지고 숫자만 남아버려요. 그 숫자 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사람을 데이터로만 보게 되는거죠.”


숫자에 가려진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는 미디어 ‘어피티’가 풀어야 할 또다른 숙제다. 박 대표는 ‘건강한 돈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홈페이지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때로는 100권의 책보다 다른 사람의 한마디 말에서 얻을 게 많다고 믿어서다.


“‘돈의 기쁨과 슬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막상 ‘부자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답변은 많지 않았어요. 과거에 돈이 없어 힘들었던 기억은 생생한데, 미래에 번 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는 생각해보지 않은거에요.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어떻게 행복해질지를 모르면, 돈이 돈을 불러오는 현상의 짜릿함만 남기 쉬워요. 돈을 벌어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돈 뒤에 사람이 있으니까요!”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