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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고졸 CEO 서달미, 실제로 가능할까?···업계에서 보는 드라마 ‘스타트업’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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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 리얼한 거예요. 고증이 잘된 것 같아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게 가능해?’ 투덜대며 보는 재미가 있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창업지원센터 마루180,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불금’은 요즘 들어 조금 특별해졌다. 금요일 오후 7시마다 회의실에 모여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을 넷플릭스로 함께 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평가는 엇갈려도 관심은 하나같이 뜨겁다.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가상의 공간 ‘샌드박스’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방영 초기부터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스타트업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 드라마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상의 접점에서 누구보다 흥미롭게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는 실제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물었다. 드라마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현실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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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됐지만 허무맹랑하진 않아


“화려하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현실이 적지 않게 반영됐어요.” 2년차 스타트업 대표 김준호씨(가명)는 “드라마 속 화려한 네트워킹 파티나, 샌드박스 같은 번쩍번쩍한 공간은 분명 과장됐지만, 정관이나 주주명부까지 언급하며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일 방송된 <스타트업> 6화는 업계 종사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스타트업 ‘삼산텍’의 CEO가 된 서달미(배수지)는 의사결정권자인 ‘키 맨’에게 지분을 몰아줘야 한다는 멘토의 조언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사내엔 갈등이 일어나고, 이웃 스타트업은 지분 다툼 끝에 와해되기까지 한다.


마루180을 운영하는 아산나눔재단 곽명진 매니저는 “지분율은 실제 창업경진대회에서도 꼭 말씀드리는 내용이다. 잘 모르는 분들은 무조건 공평한 지분 분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업계의 현실적인 고민을 잘 담아낸 장면”이라고 평했다.


극중 남도산(남주혁)이 뛰어난 개발자임에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CEO로서 자격이 없다”고 질책을 받는 장면에 대한 공감도 이어졌다. 1년차 스타트업 대표 한유진씨(가명)는 “실제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며 “각자 맡은 바 임무를 150% 해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업계 상황을 고려해 CEO 역할에 대해 잘 설명해 준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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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박스, 진짜로 있을까


극중 창업자들에게 ‘샌드박스’는 그야말로 ‘꿈의 공간’이다. 샌드박스 입주 스타트업으로 선정되면 1억원에 달하는 지원금부터 창업 공간과 기물, 멘토링까지 물적·인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게 된다.


“현실에선 이런 기관을 액셀러레이터라고 합니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금 투자, 인적 자원, 자문 등을 지원하며 기업 성장을 돕죠. 극중 샌드박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액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는 퓨처플레이 정인혜 홍보팀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공간과 액셀러레이터를 합친 형태가 샌드박스”라고 설명했다.


남도산·서달미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 물심양면으로 삼산텍의 성장을 돕는 한지평(김선호)의 역할도 실존할까. “슈퍼카에 한강뷰 고급 아파트까지, 너무 ‘있어빌리티’하게 나오던데요? 무례한 독설가처럼 비치기도 하고요. 실제 투자심사역 분들은 배낭 짊어지고 현장을 발로 뛰는 게 일상이에요. 한 기업의 사활이 걸린 일이잖아요.”


한지평의 직업인 투자심사역은 벤처캐피털의 투자 대상이 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투자심사역이 스타트업 종사자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투자에 성공하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럭셔리하고 직설적인 한지평의 모습은 실제보다는 다소 과장됐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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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졸 대표 서달미?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서달미가 IT 스타트업인 삼산텍의 CEO가 되는 내용이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시청자의 비판을 업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극중 남도산은 이미 업계 최고 자리에 올랐던 원인재(강한나)의 제안을 뿌리치고 서달미를 CEO로 영입한다.


곽 매니저는 “고졸이 CEO를 맡는 경우도 없지 않다. 오히려 스타트업 업계는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본인의 역량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학력 문제보다는 달미의 경영 역량을 증명할 만한 이력과 모습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대표 한유진씨는 “달미의 배경과 능력을 모르는 상황에서 CEO로 영입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면서도 “드라마처럼 달미와 인재 중 한 사람을 골라야 한다면 달미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들은 본인이 하는 일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산텍 구성원을 개발자로 ‘고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CEO로 ‘채용’해달라는 달미의 말에 설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각기 다른 이유의 ‘공감’과 ‘비공감’이 쏟아졌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한 가지로 모였다. “드라마를 통해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더 많은 인재들이 업계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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