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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제철 맞은 겨울바다의 꽃 ‘석화’…달곰한 굴맛이 꿀맛이네 [지극히 味적인 시장 (45)]

by경향신문

경남 남해 오일장


[경향신문]


경남 남해 오일장을 보기 위해 새벽길을 나섰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어둠을 가르고 남해에 도착하니 아침 9시. 딱 알맞게 도착했지만 장터는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원래 이런가? 주위를 둘러보니 오일장 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경남 고성장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상상하며 왔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기대는 부서졌다. 상설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남해이기에 달곰한 남해의 겨울 맛은 다행히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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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유자, 시금치는 서로 다른 달곰한 맛이 자랑인 남해군의 겨울 식재료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굴의 60~70%는 이웃한 통영, 고성, 사천, 거제에서 생산한다. 남해군에는 조금 더 특별한 굴이 있기에 해마다 겨울이면 남해에 오곤 했다. 남해군과 사천시 사이에 다리로 연결된 창선도가 있다. 창선과 남해군 삼동 사이가 지족해협이다. 물살이 빨라 예로부터 전통어법인 죽방렴이 발달한 곳이다.


죽방은 바다에 나무 기둥을 촘촘히 박아 벽을 세우고 끝은 둥그렇게 둘러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어구다. 다른 어법과 달리 고정식이어서 물살 따라 들어온 고기만 잡을 수 있다. 효율은 떨어지는 대신 물고기를 상처 없이 잡을 수 있어 다른 어법보다 수확물이 깔끔하다. 멸치가 주로 잡히는데, 이 멸치를 삶고 말리면 유명한 죽방 멸치가 된다. 지족해협의 죽방렴 옆으로는 굴 양식장이 있다. 통영이나 고성에서처럼 깊은 바다에서 키우는 방식이 아닌 투석식으로 굴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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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식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펄에 돌을 던져 놓는다. 펄에 돌을 던져 놓으면 봄철에 산란한 굴 유생이 달라붙는다. 시간이 지나 굴이 자라면 수확한다. 투석식 굴은 하루에 두 번 굶는다. 썰물에 물이 밀려나면 플랑크톤을 먹고사는 굴은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깊은 바다에서 양식하는 굴은 밀물과 썰물에 상관없이 24시간 먹이 활동을 한다. 통영 굴이 알이 크고 실한 까닭이다. 반면에 지족리 굴은 통영보다 알이 작지만 향과 단맛은 월등히 좋다. 투석식 굴은 조수 간만 차가 큰 지역에서 많이 하는 방식이다. 전라남도 고흥이나 서해의 갯벌에서도 많이 한다. 다른 지역의 투석식 굴과 지족해협의 투석식도 맛 차이가 난다. 갯벌에서 자라는 굴은 진한 맛이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지족리 굴 맛은 깔끔하다. 같은 양식법이라도 환경에 따라 굴 맛은 달라진다. 깔끔하고 진한 굴 맛이 좋다면 지족리 굴이 알맞다. 조금 더 진한 향을 원하면 갯벌에서 수확한 굴이 맞다.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맛이 다름으로 선택하면 된다. 남해 시장봐주세요 0507-1336-5761


24시간 먹이 활동 ‘양식 굴’ 아닌

썰물로 하루 두 번 굶는 ‘갯벌 굴’

알이 작지만 향·단맛은 뛰어나


산비탈 깎은 논의 ‘다랭이 마을’엔

거친 환경서 자란 시금치 맛 일품


마늘·한우 활용한 햄버그스테이크

갈치구이·수육 보쌈도 발길 붙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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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청을 만들려고 산 걸까. 카트 가득 유자를 싣고 가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다랭이 마을은 남해군의 이름난 관광지다. 해안가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올려 만든 논이 층층이다. 봄이면 유채꽃이, 가을까지는 벼가 논의 주인공이다. 추수를 끝내면 그 자리는 남해의 명물인 시금치와 마늘 차지다. 다랭이 마을뿐만 아니라 남해 전역에서 마늘이나 시금치 심은 밭을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필자는 시금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소풍 갈 때 어머니가 싸 주시던 김밥의 시금치도 빼달라고 할 정도였다. 지금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겨울에는 시금치를 사서 요리를 한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남녘에 눈 소식이라도 들리면 며칠 있다가 시금치를 산다. 추위가 혹독해질수록, 눈이 내릴수록 시금치 이파리는 녹색이 검게 보일 정도로 진해지고 단맛도 그만큼 강해진다. 시금치에 내리는 서리나 함박눈은 도넛에 뿌리는 설탕 같다. 한여름에 보던 어여쁜 녹색과 다른 시커먼 겨울 시금치의 모습은 맛의 관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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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시금치 구경하며 시장을 기웃거리다 보면 싱그러운 향이 가끔 머물다 간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지없이 유자 껍질을 까는 이들이 있다. 묵묵히 앉아서 깎은 유자가 쌓일수록 주변의 향긋함은 진해진다. 얼마 전 예산 오일장에서 산 탱자를 청으로 만들어 놨기에 남해 유자는 청으로 사 먹기로 했다. 유자 껍질이 있는 것도 있고 유자를 아예 갈아서 농축한 것도 있어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유자나 탱자를 사서 청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애써 만든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사 먹는 게 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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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나 유자를 보러 오다 보니 항상 겨울에만 남해에 왔다. 한여름 남해에서 전복 양식을 많이 할 때 오기는 했어도 봄철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남해의 해안도로를 타고 돌면 가장 많이 만나는 간판이 멸치 쌈밥이다. 봄에 산란하러 연안으로 붙는 큰 멸치를 잡아 매콤한 조림으로 만들어 쌈으로 먹는 음식이다. 남해를 참 많이 왔지만 먹어본 적이 없다. 멸치가 한창 나는 봄철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멸치 말고도 맛있는 것이 많기에 일부러 찾지 않았다. 다랭이 마을에 들러 시금치 구경을 하고는 식당을 찾았다. 메뉴 중에서 갈치구이를 골랐다. 갈치의 단맛이 어느 정도 올랐겠다 싶었다. 갈치라는 게 제주와 남해 사이에 어장이 형성되면 큰 항구의 배들이 어장에 몰린다. 제주 배가 잡으면 제주산, 목포 배가 잡으면 먹갈치가 된다. 남해 미조항에서 출발한 배가 잡아 오면 국내산이다. 사실 어디 산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가 중요한 거다. 겨울 갈치는 누가 잡든 달곰하다. 받아 든 밥상은 갈치구이 두 쪽이 나온 깔끔한 차림새다. 부족함도 과함도 없어 아주아주 맘에 들었다. 굵은 소금을 뿌려 구운 갈치는 생각대로 살살 녹았다. 녹지 않고 남아 있던 소금은 슬쩍 악센트를 주고는 사라졌다. 오랜만에 맛있는 갈치구이를 먹었다. 다랭이 마을 앞에서 나는 미역으로 끓인 국과 달곰한 시금치는 명품 조연이었다. 다랭이 밥상 (055)862-5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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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삼동면으로 해서 독일마을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그 끄트머리에 미조항이 있다. 남해군에서 가장 큰 항구로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수산물 요리가 있는 곳에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주인장이 기간을 정해 놓고 메뉴를 바꾸는 식당이다. 지역에서 나는 것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가 갔을 때는 한식인 수육 보쌈이 메뉴였다. 그전에는 파스타였다. 전통 된장과 향신료로 보드랍게 삶은 수육과 잘 지은 밥과 반찬들을 1인용 상에 깔끔하게 차린 상을 받았다. 차림새만큼이나 깔끔한 맛이 괜찮았다. 혼자 다니면서 힘든 게 2인분 이상 주문이 필수일 때다. 반면에 가장 반가울 때는 바로 1인분을 주문해도 맛있는 맛을 먹을 수 있을 때다. 남해에 간다면 다음에도 밥을 먹으러 갈 생각이다. 다음에는 요번에 먹은 수육과 다른 메뉴가 있을 것이고 그 맛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잘 삶은 수육도 수육이지만 잘 지은 밥이 마음에 들었다. 밥 먹기 위해 만드는 반찬에 공력을 들여도 밥까지 신경 쓰는 식당은 드물다. 드문 식당 중의 한 곳이 바로 윤스키친이다. 월요일은 휴무고 메뉴를 확인하고 가면 된다. 윤스키친 010-6523-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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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4년차 식품 MD.

절믄나매, 남해 읍내에 있는 식당 이름이다. 밥 먹으러 가서 물어봤지만 쥔장이 없어서 명확한 답은 듣지 못했다. 젊은 남해를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이 아닐까 추측만 했다. 명칭이 어떻든 젊은 셰프가 고향으로 내려와 로컬 푸드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출장을 가면 이런 식당을 애써 찾는다. 지역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식재료를 젊은 감성으로 해석한 맛이 궁금했다. 두 가지 메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마늘과 지역 한우를 활용한 햄버그스테이크와 남해 고사리 감바스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봄이 오면 남해 창선면 석포 일대에 고사리가 많이 난다. 다음 봄에 온다면 그때 고사리 감바스를 먹기로 하고 햄버그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지역의 특산물을 먹은 한우 브랜드가 있다. 이웃한 하동은 솔잎 한우, 남해는 마늘 한우가 있다. 한동안 유행했다가 횡성 한우가 나오면서 특산물은 사라지고 지역명만 남았다. 절믄나매에서 사용하는 한우는 지금은 보물섬 한우로 명칭이 바뀐 화전 한우를 사용한다. 맛을 내는 마늘과 샐러드에 뿌린 유자 소스도 전부 남해의 것이고 같이 나오는 쌀도 남해 것을 사용한다. 다른 곳에서 먹는 햄버그스테이크와 달리 풍부한 마늘 맛이 녹진한 소고기 지방과 잘 어울린다. 유자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를 한입 넣으면 향 강한 두 재료로 만든 햄버그스테이크의 맛은 지워진다. 절믄나매 (055)864-7577


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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