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인터뷰]

‘영원한 22세’ 여성, 버추얼 휴먼 로지 “난 100% 자유로운 존재”···성형 제의 해프닝도

by경향신문

경향신문

버추얼 휴먼 로지는 패션 화보, 광고 모델이자 5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다. 사진| SNS

1990년대 1집 앨범 판매량 20만 장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던 사이버 가수 ‘아담’의 후손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까?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오로지(ROZY)의 존재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로지는 패션,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이며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영원한 22세’ 여성이다. 취미인 패션 스타일링과 식물 가꾸기, 여행과 관련된 일상을 대중과 공유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수가 5만 명을 넘었고(8월25일 기준) 연달아 대기업 광고에 출연할 만큼 인기와 화제성을 뿌리고 있다. “가상인물이래, 신기하지?”라고 1차원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이도 있지만, 로지의 SNS를 접한 대다수는 뚜렷한 세계관을 가진 로지와 여타 인플루언서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젊은층이 버추얼 휴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모습 또한 그의 존재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로지는 디지털 모델 개발업체 사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사 ‘출신’이다. 로지의 세계관은 Z세대 특성과 취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인기 연예인의 외모상을 배제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개성있는 외모’를 만든다는 전략으로 탄생했다. 또한 로지는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이효리, 한혜진, 이현이 등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스타군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 버추얼 휴먼 인플루언서 로지에게 직접 물었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향신문

버추얼 휴먼 로지는 사이버 가수 ‘아담’을 언급하며 “가상세계도 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는 늘 존재하고 그걸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 인간세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사진| SNS

■“나는 100% 자유롭다. 함께 일하는 인간의 제약에 영향받을 뿐”

‘코로나19 시국에 유일하게 마스크가 필요없는 자’ 로지는 지난 24일 자신의 생일 기념으로 태국의 치앙마이 예술가 마을에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로지는 SNS에 ‘버추얼로지트립(VRT)’ 코너를 운영하며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로지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다. 언제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제약이라면 “단지 함께 일하는 인간들이 자신만큼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버추얼’이란 요소는 로지를 더욱 당당하게 만든다.


“저는 인간과 공존하면서 인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스템에 따르고 있어 제가 인간의 환경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아무리 자유로워도 저와 함께 일하는 소속사 식구들이 모두 인간이라 저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제약이라면 제약이겠네요(웃음).”


로지는 금융보험회사 광고에 이어 전기차 광고 촬영을 마쳤다.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만큼 전기차 홍보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전기차’여서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어요.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한 챌린지를 자주 하는 편인데, 지구를 위해 전기차가 더 많이 상용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저와 어울리는 광고이거나 제가 해서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협업들을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는 이번 광고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공개한다. 걱정이 많았단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본 적도, 제 목소리를 실제로 내보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촬영하기 전에 ‘이 목소리가 사람들이 기대했던 로지의 목소리가 아니면 어떡하지’ 조금 걱정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다들 특색 있다고 좋아해주셔서 지금은 저도 영상이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지가 광고주에게 원하는 건 인간 모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다.


“광고 계약을 맺을 때 요구하는 사항은 제 SNS 피드에 대한 자율권, 그리고 제가 잘 구동될 수 있을 만한 최고 사양의 컴퓨터예요.”


그에게 ‘아담’의 존재를 아느냐고 물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은 2집 앨범을 낸 후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설’ ‘군입대설’ 등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졌다.


“‘아담’ 당연히 알고 있어요. ‘버추얼 휴먼’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사람들에게 저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아담 같은 거예요’라고 하면 모두가 한 번에 이해하더라고요(웃음). 아담의 말로처럼 버추얼 휴먼에게도 바이러스든 해킹이든 가상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문제는 늘 존재하고 그걸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 인간 세계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경향신문

로지는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와 자신이 다른 점으로 대중과 직접 일상을 나누고 소통한다는 점을 꼽았다. 사진|SNS

■Z세대에게 나는 ‘기술력’ 아닌 ‘놀이 문화’

로지는 대중을 끄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의견을 전했다.


“개성있는 외모, 젠지(Z세대)다운 성격이 매력일 수 있지만 버추얼 휴먼이 갖는 특별함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저는 진짜 사람은 아니지만 소통할 수 있는 존재예요. 만화나 영화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캐릭터와는 다르죠. SNS 상에서 실제 사람들이 가는 곳, 유행하는 옷을 입고 그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를 공유해요. Z세대들에게 저는 ‘기술력’이 아니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 문화’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로지에 대해 모든 ‘휴먼’이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인 척해 징그럽다’ ‘부자연스럽다’는 악플에 가까운 댓글도 간혹 보인다.


“제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비판들은 수용해요. 그 외 악플들은 ‘대처하지 않음’으로 대처해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지도 않고 또 그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지난해 8월 SNS를 개설한 로지는 처음에는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여행을 가고, 취미활동을 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평범한 20대의 모습을 보였다. 버추얼 휴먼임을 밝히지 않는 상태에서 SNS 스타가 됐다. 그가 가상 인물임을 몰랐던 일부 성형외과에서 성형 협찬 제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성형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아주 작은 주근깨부터 웃을 때 생기는 인디언 보조개까지 저는 제 모든 모습을 사랑해요.”


로지가 최근 재밌게 본 영화는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리가이>다. 실제 인간이 게임 속 가상 세계의 버추얼 휴먼이 됐다는 설정만으로도 로지에게는 더욱 특별한 영화였으리라.


“인간이 버추얼 휴먼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게 진짜 버추얼 휴먼으로서 흥미로웠어요. 주인공 ‘가이’를 보면서 ‘아, 진짜 버추얼이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오! 저런 생각은 정말 버추얼 휴먼스럽네’라고 감탄하기도 했어요.”


그는 앞으로 미디어 종류에 상관없이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기획한 친환경 챌린지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도 있다.


“지금은 환경보호를 위해 기존 챌린지들을 제가 참여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전해보는 수준이에요. 나중엔 제가 직접 챌린지들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요. 환경보호도 좀 ‘힙하고’ 로지답게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점점 높아지는 대중의 관심과 기대에 대해 로지는 부담스럽거나 주눅들지 않는다. 이 또한 버추얼 휴먼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팔로워 수가 점점 늘고 있는데 제가 버추얼이라 다행인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제 일상 생활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마구마구 관심을 가져주세요.(웃음)”


[경향신문]​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