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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노래만 했던 '그림 같은 집' 짓기, 도전해볼까?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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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찾으며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듯 지어지던 외관은 개성을 담아 세련되게 변했고, 실용성 추구 구조 중심의 내부 설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홈트리오 제공

전원주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모님의 집이었다. 은퇴 후 노년을 여유롭게 보내기 위해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정착한 곳, 대리석 인테리어와 화려한 조경으로 치장한 집이 전원주택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선입견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전원주택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족이 층간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대표되는 1인 가구도 내 집 짓기에 나섰다. 손자 돌봄이 늘어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 전원주택을 찾는 대가족도 증가하고 있다. <젊은 전원주택 트렌드> 시리즈의 공동 저자이자 건축 설계시공사 홈트리오 이동혁 대표에게 최근 유행하는 주택의 흐름과 이에 따른 집짓기 팁을 들었다. 이 대표는 “전원주택의 정답은 없다. 다만 현시점의 유행을 관찰하다 보면 동시대의 사람들이 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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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의 편리함과 투자성을 갖고 있는 도심형 주택들은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인기다. 홈트리오 제공

‘주택을 산다’에서 ‘주택에 산다’로

2000년대 초반, 도시에서 청장년기를 보낸 이들이 퇴직 후 고즈넉한 삶을 찾아 경기 가평, 양평, 광주, 남양주 일대에 터를 잡았다. 넓은 정원으로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집은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퍼졌다. 그러나 그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파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주택은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은 불편한 집이었고, 성장곡선을 그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본전도 찾기 힘든 자산이었다.


다시 주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현재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 바람이 불면서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대단지 아파트 인근에 단독주택 필지가 계획된 것도 주택 시장의 큰 변곡점이었다. 교통의 편리함을 갖춘 것은 물론 투자처로도 손색없는 도심형 주택들은 신혼부부나 아이를 둔 가족들에게 최적화된 주거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팬데믹은 주택의 인기를 더욱 치솟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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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주방을 남향에 배치하는 것이 대세다. 홈트리오 제공

젊어진 집주인, 달라진 주방

집주인의 연령대가 낮아지며 따라온 나비효과는 컸다. 무조건 최저가를 외치던 시장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자재를 사용해 꼼꼼하게 짓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듯 지어지던 외관은 개성을 담아 세련되게 변했고, 실용성 추구 구조 중심의 내부 설계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각 공간별로 다른 외장재를 사용해 외관의 볼륨감을 드러냈다면, 지금은 화려한 색을 빼고 하나의 마감으로 디자인하는 추세입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죠. 판에 박힌 듯 똑같은 집 내부를 약간씩만 바꾸어 설계하던 시대에서 저마다의 땅이 가진 조건과 한계 등을 파악해 최적의 배치를 찾아내는 시대가 됐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찾아온 공간은 주방이다. 그동안 주방은 비교적 서늘한 북쪽 배치가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러나 보관·저장을 담당하는 가전의 기능이 향상되고, 주방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주방을 남향에 배치하는 것이 대세다. 거실 중심의 아파트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주택의 주방은 단순히 음식만 먹는 공간이 아니다. 식사를 해결하는 다이닝룸이자 아이들의 취미 공간, 재택근무를 위한 일터 등 다목적으로 기능한다. 특히 주방을 앞마당과 연계하면 보다 더 다양한 활동을 꾀할 수 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배달 음식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단지 아파트와 달리 폭설이라도 내리면 빠른 제설 작업이 되지 않아 고립되는 일도 많죠. 따라서 음식을 저장해놓을 공간이 필요해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더라도 냉장고 공간만큼은 넉넉하게 확보하시길 추천합니다. 기본 2개는 배치한다는 생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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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거실과 주방을 배치하고 2층에 방을 두어 공간 활용도를 높인 설계도면. 홈트리오 제공

2층으로 올라가는 안방

체감상 주택의 크기는 아파트의 평수와 다르다. 특히 2층으로 집을 짓는다면 같은 40평이어도 실제 가시 공간은 20평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단실 공간이 3평 정도 차지하고, 층간 분리를 통해 시각이 자연스럽게 차단되기 때문이다. 방 3개를 고집하다 보면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불가능하다.


“주택의 경우 소형 평수에 무리하게 방을 밀어 넣다 보면 거실이나 주방 공간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어요. 그럼 십중팔구 집이 작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어설프게 공간을 쪼개기보다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도심 속 주택 택지는 반듯하게 규격화된 100평 미만의 토지가 대부분이다. 통상 도심의 단독주택은 건폐율이 20%인데, 단순 계산해 100평의 땅이라면 1층에 20평 정도의 집을 지을 수 있다. 큰 평수의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최대한 효율적인 집짓기를 위해서는 실제 생활을 미리 그려보고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안방을 2층으로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1층은 거실과 주방에 집중하고 2층으로 방을 올리는 것이죠. 이동이 많은 1층에 공용공간과 게스트룸을 , 2층에 안방과 자녀방을 두어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을 짓는 데 고정관념 또한 버려야 할 짐이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3~4년 전만 해도 창을 크게 내면 열 손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게 내는 분위기였다. 창은 유리이다 보니 열 손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하게 난방 효과를 위해 무조건 창을 작게 내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넓은 마당과 탁 트인 시야가 장점인 주택에서 모든 공간을 벽으로 막고 창문을 작게 내면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창을 내야 하는 곳은 확실하게 창을 내고, 북쪽과 같이 햇빛이 덜 들어오는 곳은 창을 작게 내 집 전체의 창문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3중 시스템 창호도 잘 나오고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열 손실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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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세대를 중심으로 1인 주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1인 주택의 방점은 ‘프리미엄’이다. 홈트리오 제공

1인 주택·2세대 주택이 온다

3년 전 제주도로 이주한 구민영씨(31)는 1인 주택을 짓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구씨는 “당장의 결혼 계획이 없고 고가의 연세를 지불할 바에는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지어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양해진 디자인만큼이나 건축주의 스펙트럼 또한 확장됐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1인 주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1인 주택의 방점은 ‘프리미엄’이다. 원룸과 같은 풀옵션은 물론이고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바다가 보이는 대형 창문과 이동식 욕조, BBQ와 캠핑이 가능한 마당, 밤하늘을 직관할 수 있는 복층 침실 등 힐링 라이프가 가능한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이 대표는 완제품 형태로 주문 후 바로 시공이 가능한 1인 주택을 내놓았다.


“코로나 시국에 농막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농막은 사람이 살기에 쾌적한 환경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제대로 된 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나아가 혼자만의 프리미엄 생활을 누릴 수 있는 1인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요. 최근 진행된 건축박람회에서도 모듈로 된 1인 주택이 주목받았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도심보다 휴양지 위주의 설계 의뢰가 많은 편이다. 땅값이 비싸다 보니 1인을 위한 공간을 내기에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제주도나 강원도의 경우 20평 내외의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월세 및 연세로 나온 인기 1인 주택들은 이미 1년치 예약이 모두 찼을 정도다. 이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나만의 세컨드하우스를 갖고자 하는 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대형 평수를 찾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3대 이상이 거주하는 가구가 주 수요층이다. 이 경우 하나의 현관문을 둔 분리된 공간으로 각 세대의 독립 생활을 보장하도록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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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전원주택> 시리즈 저자 이동혁 건축가. 우철훈 선임기자

편법과 불법은 지양해야

“집을 지었다” 뒤에는 “10년은 늙었다”는 말이 등호처럼 따라온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집을 짓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사시사철 변하는 기후 조건과 상대적으로 엄격한 국내 건축법규는 집을 지으며 품었던 설렘이나 로망을 한순간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집짓기와 관련된 정보들이 넘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부작용 또한 커졌다. 이 대표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본 사람들의 경험이 일반화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골적으로 법망을 피해 건물을 올리는 편법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장의 이득을 얻으려고 편법 시공을 했다가는 벌금을 내거나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져 더 골치 아픈 일들이 펼쳐집니다. 또한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도 불법을 당연한 듯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갈 집이잖아요. 검증되지 않은 남의 말을 듣지 말고 전문가의 말을 들으세요.”


설계비에 인색하게 굴지 않는 것도 집을 잘 짓는 방법이다. 도면과 공정표, 마감자재 등의 시방서(사양서)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집을 지어야 하자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종합건설면허가 있는 업체에 시공을 의뢰하는 것을 추천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누리집에는 정부에 등록된 업체들의 리스트와 관련 정보가 기록돼 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