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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스물다섯 스물하나’ 김태리 “희도는 빛나는 아이…행복한 순간 드릴 수 있어 행복해”

by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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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을 먹으면서 펜싱 경기를 복습하는 나희도(김태리). tvN 제공

“넌 왜 나를 응원해?” 열아홉 펜싱선수 나희도(김태리)가 자신을 응원하는 백이진(남주혁)에게 묻는다. 이진은 대답한다. “모르겠어, 그냥 네가 노력하면 나도 노력하고 싶어져. 네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져. 너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을 자라게 해.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그러니까 마음껏 가져.” 희도는 응답한다. “네 응원, 다 가질게. 그리고 우리 같이 훌륭해지자.”


3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은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잇달아 목에 걸며 모두에게 희망의 상징이 된다. IMF 외환위기와 가난, 교내에 만연한 폭력 등 시대의 어둠이 비껴간 양지에 희도가 자라난다. 희도는 저 혼자만 잘 자라지 않고 이진을 비롯한 주변에 위로와 응원이 된다. 나희도를 연기한 배우 김태리를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김태리와의 일문일답.


-희도는 어떤 캐릭터인가. 어떤 매력에 끌렸나.


“애써 말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너무나 빛나는 아이였다. 처음부터 ‘이렇게 밝고 이렇게 순수하고, 솔직하고, 단단하고, 구김살 없고, 자격지심 없는 아이가 있다고?’ 싶었다. 희도가 겪은 아픔이나 트라우마는 잘 모른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밝은 면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비현실적인, 완벽한 아이다. 드라마로나마 이런 아이를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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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는 나희도의 열아홉 시절부터 스물한살까지를 다룬다. 사진은 왼쪽부터 지승완(이주명), 나희도(김태리), 고유림(보나), 문지웅(최현욱). tvN 제공.

-열아홉 고등학생 연기를 했다.


“고등학생 희도 스타일링에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옷, 얼굴, 머리 스타일, 시계나 키링 같은 악세서리 등. 희도의 머리가 특히 마음에 든다. 최근 <노멀 피플>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여주인공이 고등학생 때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등장한다. 정돈되지 않은 머리가 주는 캐릭터성을 더하고 싶었다.”


-실제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나.


“에피소드가 쏟아져 내리는, 찬란한 고등학교 생활 못 겪어 봤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친구가 ‘태리야, 즐거웠다. 진짜 재밌지 않았냐?’ 말을 했던 것이다. 그때 감정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씁쓸했다. ‘너는 그랬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재밌다는 생각을 아예 안하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의 말에 슬프고, 부럽고, 질투도 느꼈다.”


-김태리 아닌 나희도를 상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희도랑 닮은 점이 많나.


“상당히 많다. 실제로 내가 과거에 내뱉은 말들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본에서 군데군데 발견했다. 작가님께 ‘저 이 말 진짜 했었어요. 진짜 이 말 썼어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작가님이 희도를 구상하고 대본을 쓰면서 내 인터뷰나 영상을 보며 많이 참고하셨다고 한다. 솔직하고 당당한 것, 그런 말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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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다른 점도 있나


“희도는 자격지심이 없다. 희도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상대의 장점, 빛나는 점을 먼저 바라볼 줄 아는 친구다. 누가 자신을 비난하더라도 ‘와 너 진짜 똑똑하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한다. 사실 나는 ‘쟤가 저런 생각을 할 동안 나는 왜 못했지’ 하며 내 잘못, 실수, 부족한 점을 파고드는 성격이다. 나는 ‘으아~나는 왜 이렇게 멍청하지’ 하면서 슬퍼한 뒤에야 성장하는데, 희도는 ‘와, 멋있다’ 이러고 넘어가니까 삶이 얼마나 행복할까.”


-희도의 대사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원래 작품이 끝나면 대사를 한 줄도 기억을 못하고 희도 대사도 기억이 안 난다. 처음부터 진짜 좋아했던 대사가 있는데, 양찬미 코치(김혜윤)의 대사다. 희도가 (라이벌) 고유림(보나)과 연습 경기에서 이기니까 ‘이겨서 좋냐?’고 묻는다. 희도가 ‘애들 다 있는 데서 그런 걸 물으세요’ 했더니 ‘스포츠가 좋은 점이 그거 아니겠냐. 이겼을 때 마음껏 기뻐하고 졌을 때 마음껏 좌절하고’라고 답한다. 스포츠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하면 ‘왜 우울하지, 어떻게 하면 기분을 환기시킬까’ 이런 생각을 하고, 기분이 좋으면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잠재워야 해, 절제하자, 태리야’ 이렇게 검열하고 컨트롤한다. 그런데 이 대사를 보는 순간 행복할 때 마음껏 행복하고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하고 화날 때 마음껏 화내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꼈다. 띵~했다. 그 대사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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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리. 매니지먼트mmm 제공.

-데뷔 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다. 힘든 때는 없었나.


“안 힘든 캐릭터가 없다. 연기를 하면서 안 힘들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이 나는데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다. 욕심과 실제 사이 괴리가 크다. 어떻게 연기를 해야할지만 생각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사람이 미친다. 연기는 정답이 없고 내가 하는 게 정답인데, 도저히 내가 하는 걸 인정할 수 없다. 나는 답이 아닌 것 같다. 늘 괴롭고 죽을 것 같다.”


-맡아 온 캐릭터들이 ‘진흙같은 인생에 진주 같은 구원자가 돼 주는 역할’이라며 ‘사람 미치게 한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반응이 있었다.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라는 대사가 영화 <아가씨>에 나와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좋다. 구원이라는 말이 진짜 좋은 것 같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그런 식으로나마 어떤 분들에게 행복한 순간을 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지인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 ‘네, 당신을 행복하게 했다면 됐습니다!’다. 작품을 보면서 ‘행복하다’ ‘힐링된다’ ‘이런저런 생각이 난다’ ‘일주일이 기다려진다’ ‘네가 나의 날을 만들어 주고 있다’…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든 순간들이 보상되는 것 같다. 그걸로 나는 족하다. 정말로 그걸로 된 것 같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