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카페 추천 :: 겨울엔 'Better Than Alcohol'
얼마 전 'Better than coffee'를 외쳤던 에디터 Z다. 지난 편, 알콜을 곁들인 연말 모임 장소를 연재하며 '때론 커피보다 알콜이지'를 호기롭게 말했지만, 이번 편은 다시 알콜어린이의 본분을 다해보려 한다. 시리즈로 연재할 생각은 없었는데, 지나는 연말에 좋은 카페를 놓치고 가는 건 아쉬워 안되겠다. 그래서 연재하게 된 better than-시리즈. 이번 편은 better than alcohol 편이다.
해가 짧아진 자리엔 아름다운 조명들이 한자리씩 차지했다. 연말 분위기가 한창인 겨울 밤거리를 거니는 것도 꽤나 낭만적이겠지만, 추위가 반갑지만은 않다.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겨울밤을 보내는 건 이 연말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선정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좋은 카페 세 곳. 사실 겨울이어서 더 좋다기보다는 에디터가 원래 좋아하는 카페 세 곳이다. 언제 가도 좋다는 말이다. 근데 이제 연말을 살짝 곁들였으니, 연말 분위기에 취해 차 한 잔의 시간을 즐겨보자.
1. 아포테케리
신당동은 필자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어릴 적 외할머니가 사시던 동네이기도, 고등학생 때 입시 레슨을 위해 주에 한 번씩은 들르던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시장과 건물들이 주를 이룬 거리는 어린 나이에 그리 유쾌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당동은 달라졌고 여전히 달라지는 중이다. 빠른 변화는 아니지만 천천히 '힙'으로 갈아입고 있다. 포스트 을지로가 생각나는 신당동은 힙지로가 돼가는 을지로의 초기 모습을 보고 있는듯하다. 익숙한 듯 또 다른 새로운 동네가 되고 있다는 게 그저 반갑다. 언젠간 힙당동이 되기를 바란다.
포스트 을지로 '신당동'의 시작은 신당역 12번 출구 뒷골목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작은 골목 사이로 심세정, 아포테케리, 더피터커피 등 힙한 카페들이 보기 좋게 모여있다. 그중 오늘 소개할 곳은 아포테케리. 개방감을 좋아하는 필자가 첫눈에 반했던 카페다. 첫사랑을 얘기하듯 처음 이곳을 갔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좁은 골목을 뚫고 역시 좁은 입구를 지나 만난 커다란 공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포테케리는 60년 된 양곡저장창고를 업사이클 해 새롭게 만들었다. 창고답게 층고도 굉장히 높고, 전체적으로 시원스럽게 구성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대표의 셀프 설계와 시공으로 완성했다는 점. 어디서 본듯한 인테리어이기보단 아포테케리만의 시그니처 공간으로 채웠다.
내부는 너무 밝지 않게, 감각적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다. 화사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조명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내부에 있지만 야경을 보고 있는듯한 기분이랄까? 시간을 타듯 유행에 휩쓸리는 카페가 아닌, 오랜 시간 지나도 편안하고 감각적일 아포테케리로 만들어냈다.
이곳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라떼가 기가 막히다는 점. 무슨 원두, 무슨 우유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라떼에서는 기분 좋은 단향이 난다. 입안을 감싸는 커피와 우유의 조화가 퍽 행복하다. 고소하고도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은 이곳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니 아포테케리에선 아이스라떼를 기억해 보자. 아, 물론 달콤한 디저트도 잊지 말자.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 409-9
- 문의 : 02-2236-8987
2. 노우즈 X 오우야에스프레소바 종로점
필자에게 에스프레소의 재미를 알려줬던 오우야. 여러모로 정이 가는 브랜드다. 오우야는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로 인기를 끌었다. 빠르고 달콤한 각성제는 바쁜 현대인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그에 따라 브랜드 또한 성장했다. 몇몇 오픈한 다른 지점의 오우야는 스탠딩바로 서서 먹고 가는 형태이지만, 앉아서 음악과 함께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오우야가 종각에 있다. 노우즈 X 오우야에스프레소바를 소개한다.
오우야면 오우야지 그래서 노우즈가 뭔데? 향을 맡는 'nose', 아는 것들의 'knows'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는 것들이 가득한 공간, 아는 것들을 다시 알기 위해 오는 공간쯤 되겠다. 대중음악박물관과 오우야 에스프레소바의 협업으로 탄생한 [노우즈 x 오우야]. 커피 그리고 음악, 아는 행복만큼 확실한 행복이 또 있을까?
종각에 위치한 오우야는 에스프레소바인 동시에 레트로 LP 바이기도 하다. 인테리어의 큰 요소를 차지하는 테이블과 의자. 붉은색 소파와 큰 사각형의 테이블을 택했다. 원목 가구와 서로 등지게 배치한 소파 위치까지 음악다방스러운 요소들을 아주 잘 구현했다.
조명과 깔끔한 구성은 레트로에 세련됨을 더했다. 그 시절을 살지 않았기에 그 느낌을 온전히 알 순 없지만 분명, 촌스러움을 레트로라 불릴 수 있도록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세련됨, 레트로를 적절히 조화시켜 전 세대에게 사랑받을만한 오우야로 만들어냈다.
벽은 LP 앨범으로 채워져 있다. 김광석, 김현식, 장필순, 신해철, 015B 등 7080세대의 '그 시절' 핫했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음악이 주는 힘은 놀라울 정도로 크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그 시절'을 느끼게 해주니 말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쌍화차를 이용한 '종로앙쌍블', '종로 앙쌍떼'는 종각 오우야만의 매력을 더해준다.
MZ세대인 필자도 이렇게 좋은데 그 시절을 아는, 그렇지만 잊고 살았던 부모님 세대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집에선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밖에 나와야만 효자가 되니 아이러니하다. 익숙할수록 미뤄두게 되지만, 이번 주말엔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그때 그 시절'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지.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8길 5
- 문의 : 02-732-9998
3. 인더매스 마장
독자분들은 마장동 하면 뭐가 생각나는지. 축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곳? 근처 성수동이나 왕십리에 밀려 다소 특별해 보이진 않는 그런 곳이지만, 정말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교회가 근처에 있어 필자에겐 너무도 익숙한 곳이다.
오랜 시간 마장동 이곳저곳을 누볐지만 핫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런 동네였다. 하지만 상상하지도 못했던 곳에 핫플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런 마장동 핫플의 중심 인더매스를 소개한다.
성수 카페거리의 중심이 된 [대림창고]와 같이, 오래된 창고나 공장을 업사이클 해 만든 새로운 공간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여줬다. 마장동의 아주 오래된 한 창고는 새롭게 업사이클 되어 역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삭막했던 창고 건물은 인더매스라는 브랜드를 담았고, 감각적인 핫플레이스로 든든히 자리 잡았다.
인더매스에 들어서면 시야에 걸리는 게 하나 없다. 높은 층고와 중간 기둥이 없는 창고의 특성을 잘 살렸고, 로스팅 룸마저 유리벽으로 되어있어 입구부터 건물 끝까지 모든 시야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 겨울이지만 시원한 느낌이 꽤나 기분 좋을 정도. 물론 내부가 따뜻했기에 가능했던 기분 좋음이겠다. 여하튼 겨울의 청량감쯤으로 표현해도 되겠다.
인더매스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다. 자부심은 실력이 없다면 허세밖에 안되겠지만, 분명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모든 공정을 소비자가 볼 수 있게 오픈되어 있다. 키친은 흡사 원두 쇼룸 같기도. 원하는 원두를 고를 수 있으며 바리스타의 블렌딩하는 과정,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과정, 음료의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감은 음료의 맛에서도 잘 나타난다. 부드러운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담아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다. 물론 스페셜 티나 과일음료도 훌륭한 맛을 선보니 다양한 맛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로스터리이기도 한 인더매스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하며 판매도 하고 있다. 열풍식 로스팅 방식으로 로스팅 된 원두는 인더매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완성도 높은 커피와 서비스를 위해 여전히 연구하고 개발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커피에 진심이라는 건 일상 속 커피 한 잔이 주는 순간의 가치를 안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일상의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다양한 맛이 가득한 인더매스로 가보는 건 어떨지.
- 주소 : 서울 성동구 마장로 270
- 문의 : 0507-1489-9031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한 해의 아쉬움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년을 계획하곤 한다. 웃프지만 늘 그렇듯 보기 좋게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을 거 속는 셈 치고 새로울 내년을 거하게 기대해 보는 건 어떨지. 큰 꿈은 깨진 조각도 크기 마련이다. 행복할 내년을 마음껏 상상해 보길 바란다. 아, 참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더욱 소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