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볼만한곳 :: 오래됨 속 새로운 발견,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

소중한 시간 하나로는 부족한 현대인을 위해 준비했다. 한곳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새롭고 신기한 물건을 좋아하는 에디터 Z다. 주말이나 시간이 나면 새롭고 멋진 것들을 찾아다닌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가득한 곳 말이다. 세상엔 왜 이렇게 예쁜 게 많은 건지, 바쁜 현대 사회인이 많은 걸 즐기기엔 주말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늘 준비한 곳은 멋지고 예쁜 것들을 하나로 모아둔 공간이다. 짧은 주말, 예쁜 걸 하나라도 더 누리길 바라며 준비했다. 물건을 사기에도, 훌륭한 식사를 하기에도, 차나 맥주를 한잔하기에도 제격인 서울 핫플 세 곳을 소개한다.

1. 플라츠

과거 성수동 연무장길은 대형 공장과 공업소가 즐비했던 다소 투박하고 삭막한 거리였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크고 작은 공장과 공업소는 문을 닫게 됐고, 하나 둘 방치된 공간이 됐다.

버려진 곳은 편집샵이나 카페, 맛집 등 트렌디한 상점들이 채워지기 시작했고, 현재 연무장길은 더없이 힙한 서울 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연무장길 한복판 나염공장과 방직공장으로 사용됐던 오래된 한 벽돌 건물은 트렌드로 갈아입었다. 성수 복합문화공간 플라츠를 소개한다.

플라츠에서 첫 번째 둘러볼 곳은 그로서리마켓 먼치스앤구디스. 나염공장이 위치했던 공간을 훌륭한 편집샵이자 마켓으로 만들었다. 세월이 묻은 공장의 모습을 유지한 체 업사이클 한 공간은, 오히려 유럽 골목의 오래된 식료품점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투박한 시간의 자연스러움을 꽤나 잘 사용해 이국적인 무드를 만들어 냈다.

먼치스앤구디스를 단순히 마켓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델리샵이자 그로서리, 베이커리 그리고 편집샵인 먼치스앤구디스. 각종 치즈와, 살라미, 라구 등 매력적인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함께 페어링 하기 좋은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한쪽 벽엔 팔콘, 아마브로 등 감각적인 브랜드의 그릇과 식기류도 판매하고 있어 소비욕구를 자극하니 구매 욕구를 잘 이겨내길 바란다.

이곳이 더 좋았던 이유는 은은한 빵 냄새가 내부를 가득 채운다는 점. 이곳에선 매일 아래층에서 구워낸 빵을 선보인다. 서울 3대 소금빵 맛집 중 하나라고 하니 코와 입으로도 유럽을 여행하길 바란다.

반바지에 긴팔 스웻셔츠 입는 걸 좋아한다. 자주 입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주 적당한 날씨에만 입을 수 있는 시즌 한정 룩이다. 요즘 날씨가 그렇다. '요즘만 같아라'가 절로 나오는 날씨. 해가 강할 땐 제법 더위도 느껴지지만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그런 날씨 말이다.

플라츠 중앙 통로를 지나면 뒤뜰이 나온다. 요즘 같은 날씨를 온전히 향유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오래된 나염공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벽돌과 콘크리트 사이 초록의 식물로 채웠고,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마치 작은 광장을 연상케한다. 낮과 밤 어느 때여도 편안함과 쉼이 잘 어울리는 테라스에서 이 날씨를 맘껏 즐기기 바란다.

좋은 공간이 있다면 그와 어울리는 좋은 마실 거리는 시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테라스와 붙어있는 스탠서울은 그 행복을 더해주는 곳이다. 수제 맥주를 선보이는 펍인 동시에 버거를 맛볼 수 있는 수제버거 집이기도 하다.

버거는 점심 한정 메뉴로 오후 2시까지만 판매하니 버거를 맛보고 싶다면 점심시간 낮맥으로 즐겨보자. 각 시즌마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함께 곁들일만한 안주들을 선보이고 있으니 시원한 야외에서 더 시원한 맥주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 이용시간

먼치스앤구디스 : 월~일 11:00-21:00

스탠서울 : 월~금 11:00 - 00:00 / 토~일 13:00 - 00:00 (브레이크타임 14:00 - 16:00)

- 주소 :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33

- 문의 : 0507-1424-5032

2.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큰 기대를 하고 방문했다가 실망한 곳이 있는가 하면, 큰 기대 없이 방문했지만 만족스러운 곳이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시간을 내서 갈 만큼 매력 있는 곳은 아니라 생각했다. 언젠간 가봐야지 하고 미뤄뒀던 곳이었는데, 압구정을 방문할 일이 생겨 겸사겸사 들르게 됐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 많은 날 한 번 더 오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던 곳. 머무는 내내 감탄이 나왔던 곳이다. 여러모로 의외였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뭐가 의외였는지는 글을 끝까지 본다면 알게 될 테니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시몬스, 흔히 알고 있는 침대 브랜드가 맞다. 침대 브랜드와 그로서리 마켓, 어울린다 말할 수 있는 조화는 아니다. '시몬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를 시작으로 성수, 부산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시몬스는 이런 파격적인 브랜딩을 시도해 꽤나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다. 시몬스 그로서리 역시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트렌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청담에 과감히 오픈했다. 침대 브랜드의 브랜딩이지만 침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냄이 이곳을 찾게 만드는 이유겠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1층 시몬스 그로서리 간판, 이곳의 시그니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의 포토존이 될 만큼 이국적이며 명확한 컨셉으로 꾸몄다. 유럽의 샤퀴테리샵을 모티브로 전개한 공간은 안에서도 밖에서도 잠시나마 유럽을 여행하게 한다. 관광지가 아닌 일상을 여행하는듯한 구성이 오히려 직관적인 해외여행 기분을 들게 한다.

내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컨셉을 어필한다. 고기가 들어있을 법 한 냉장 쇼케이스에는 고기 모양 젤리나 크고 작은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누가 봐도 고기나 가공육을 팔 법한 샤퀴테리 샵이지만, 가까이 보면 한쪽 입술이 올라가 피식할 만큼 귀엽다. 컨셉에 충실한 인테리어와 재밌게 풀어낸 물건들이 조화를 이룬다.

더 흥미로웠던 건 한쪽 편엔 keds와 콜라보 한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는 점. 콜라보가 대세라지만, 참 매칭 안되는 두 브랜드다. 이런 과감한 시도들이 시몬스 그로서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귀여운 것들을 구경했다면 한층 더 올라가 보자. 유럽여행 뒤 미국 다운타운으로 여행하게 될 거니 말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 널찍한 버거샵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했다. 2층은 오랜 시간이 지난듯 클래식한 무드의 미국 버거샵을 옮겨놨다.

디렉터가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시몬스 그로서리는 올해 초 오픈했지만 버거샵은 오픈한지 20년쯤은 돼 보이는 자연스러운 에이징에 박수를 보낸다. 인테리어만으로 이미 맛있을 거 같은 느낌마저 든다.

외부 테라스와 3층은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쇼핑하고 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크지 않은 공간에 모든 코스가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잘 짜였다. 눈과 귀 그리고 입이 즐거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이번 주말 짧은 해외여행으로 다녀오길 바란다.

- 이용시간 : 월~일 11:30 - 20:30

- 주소 : 서울 강남구 선릉로158길 14-1

- 문의 : 02-541-6574

3. 듀펠센터

최근엔 오래된 공장이나 건물을 업사이클해 새로운 곳으로 만드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을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업사이클이 유행했었다면,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 것처럼 서울도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장한평 주택가 사이 30연년 된 한 목욕탕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오래된 건물 속 새로운 발견, 듀펠센터를 소개한다.

듀펠센터는 오랜 목욕탕의 건물을 특히나 더 유지하면서 업사이클 했다. 내외부를 보면 많은 부분이 이전에 사용되었던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다. 오래된 벽돌과 마감이 되지 않은 콘크리트 위에 감각적인 빈티지 가구와 조명들, 포인트가 될만한 작은 공사들로 옛것을 유지하며 오래됨 속에서 세련됨을 녹여냈다.

1층은 '아우프글렛' 카페로, 맛 좋은 콘파냐와 아포가토를 맛볼 수 있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일본식 돈가스 전문점 '콘반'이 위치해 있어 배를 채우고 디저트까지 해결하기 좋은 동선이다.

배를 채웠다면 2층으로 올라가 보자. 보통 복합문화공간의 편집샵은 크게 기대를 하진 않는데 이곳은 개성 넘치는 브랜드의 제품들로 채웠다. 프라이탁, 호텔세리토스, 뉴발란스, 캐치볼 등 의류나 액세서리를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만한 물건들이 이곳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장안동 토박이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듀펠센터. 실제로 지인은 듀펠센터가 되기 한참 전 목욕탕일 때부터 이곳을 들렀다고. 곳곳엔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토박이 지인이 해주는 큐레이팅이 공간의 재미를 더한다.

과거 화장실로 쓰였던 곳은 피팅룸으로 사용된다거나, 탈의실 공간은 쇼룸으로 사용하는 등 향수를 느끼게 하는 오래된 것의 무드를 잘 조화시켰다. 1층 카페 공간은 여탕이었던 관계로 아쉽지만 과거의 모습은 알 수 없었다..

과거 목욕탕은 동네 주민들의 커뮤니티 센터였겠다. 듀펠센터는 그런 아이덴티티를 이어받고자 했다. 1/2층을 샵인샵 형태로 카페, 서점, 식당,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 여러 샵들이 모여 하나로 탄생했다.

주택가 사이 크고 작게 다양한 매장을 운영하며 누구나 편하게 오가며 교류할 수 있는 듀펠센터. 과거의 목욕탕도 그랬지만 현재의 듀펠센터 또한 개성 있는 커뮤니티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 이용시간 : 화~일 12:00 - 20:00 (월요일 정기휴무)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한천로26길 48-12

- 문의 : 02-797-4262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현대인들은 얼마나 각박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건지, 별게 다 밈이 돼서 쓰이고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마냥 슬퍼하긴 아까운 봄 날씨다. 바쁘디 바쁜 시간 속에서 틈틈이 여유로운 시간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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