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을여행 :: 제주도 여행, 가을이 좋은 이유

[여행]by KKday

어느덧 2021년의 끝이 보이는 10월이다. 올해도 여전히 해외여행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제주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주의 사계절을 다 겪어봤지만, 제주의 가을은 유난히도 특별하다. 녹색에 가을색을 탄 듯한 풍경과 여행하기 알맞은 날씨가 펼쳐진달까. 여러모로 편안한 분위기를 안겨준다.

이번에는 10월부터 11월까지 방문하면 좋은 가을 여행지로 준비했다. 새로운 계절의 초입에서 만난 제주 가볼만한곳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나와 함께 떠나보자.

1. 돈내코 원앙폭포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쉼을 안겨주는 이곳. 서귀포에 위치한 돈내코 원앙폭포이다. 현무암이 많은 화산섬 제주도에 비가 내리면 물이 쉽게 땅속으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가는데, 물이 귀한 멧돼지들이 물을 먹던 내천의 입구라 하여 돈내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원앙폭포는 돈내코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솔길에 들어서 울창한 숲을 15~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데크길이 계곡을 따라 700m가량 이어지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폭포의 연주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맑고 푸른 에메랄드빛이 신비로울 만큼 아름답다. 병풍처럼 두른 기암괴석과 이끼로 덮인 바위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나타낸다.

원앙폭포 주변은 계절에 상관없이 푸르며 폭포의 물은 한라산에서 시작되어 늘 차고 맑다고 한다. 금슬 좋은 원앙 한 쌍이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처럼, 두 갈래로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이 한 쌍의 사이좋은 원앙 같다.

여름철에는 물놀이와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는 계절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니 여러모로 고맙다. 바위에 걸터앉아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힐링이다. 숨겨진 제주의 명소에서 보물 같은 모습을 담으며 이 가을을 만끽해 보자.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돈내코로 137

2. 마노르블랑

은은한 연분홍빛으로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핑크뮬리. 제주 카페 마노르블랑에도 예쁘게 피어있다. 하얀 건물의 카페와 형형색색의 꽃들, 그리고 파란 하늘까지. 첫인상부터 심상치가 않아 제대로 찾아왔다 싶다.

마노르블랑에는 4천 원의 입장료가 있다. 하지만 카페와 더불어 제주에서 손꼽히는 풍경을 담을 수 있어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제주 인기 포토존답게 오픈 전부터 많은 이가 찾아오지만, 2천여 평의 규모를 자랑하기에 주차 걱정, 사진 걱정은 잠시 내려놔도 좋다.

사계절 꽃이 피는 정원에는 1만 5천여 본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 계절의 메인은 단연 핑크뮬리. 핑크뮬리 정원은 3군데로 나눠져 있다. 꽃밭 사이사이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으며 햇빛 받아 반짝이는 핑크뮬리, 바람 따라 살랑이는 핑크뮬리 등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아본다.

가장 우측에서는 요즘 핫한 팜파스그라스도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알록달록한 댑싸리와 제주하면 떠오르는 야자수, 이름 모를 꽃들까지. 다채로운 자연의 색들이 한 프레임에 담기니 색다르면서도 상상으로 그린 그림 같다.

너머로는 산방산과 서귀포 바다가 펼쳐지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라산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제주 인생샷 명소임에 손색없다.

어떻게 찍어도 멋진 배경이 되어주지만, 곳곳에 있는 포토존을 곁들여 찍는다면 더욱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여름에는 수국 축제가 겨울에는 동백꽃 축제가 열린다. 9월 10일부터 11월 30일까지는 핑크뮬리 축제 기간이라고 하니 잊지 말고 찾아보자.

문득 카페 내부도 궁금해졌다. 들어가자마자 벽면을 가득 메운 엔틱한 찻잔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제주 관련 기념품들을 볼 수 있다. 실내는 2층까지, 야외 테라스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휴식을 가져보길 바란다.

- 운영시간 : 매일 09:00 - 18:30

- 입장료 : 초등학생 이상 4,000원 / 미취학(36개월 이상) 2,000원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2100번길 46

- 문의 : 064-794-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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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큰노꼬메오름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던 중 오름이 떠올랐다.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는데, 그중 내가 선택한 오름은 바로 북서쪽에 위치한 큰노꼬메오름이다. 해발 833m의 높이로, 제주의 오름 중에서도 비교적 해발이 높은 편이며 제주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높이라고 한다. 오름인지 산인지 헷갈릴 정도다.

높고 뾰족한 큰노꼬메오름 옆으로 나란히 서있는 낮은 오름은 형제오름이라 불리는 족은노꼬메오름(작은노꼬메오름)이다.

두 개의 코스를 통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큰노꼬메오름 주차장부터 시작하거나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궷물오름이나 작은노꼬메오름을 거쳐 큰노꼬메오름으로 갈 수 있다. 어느 길로 올라도 경사가 가파르며 왕복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정상에 이르는 시간이 짧지만, 조금 더 난이도가 있다.

사슴이 노니는 산이라는 하여 이름 붙여졌다는데, 실제로는 사슴이 아닌 말이 노닐고 있다. 숲길을 따라 끝없이 걸어 올라가다 보면 두 개의 쉼터를 만날 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숨을 골라보자.

정상에 오르면 크고 작은 오름들과 한라산, 한림 앞바다가 선물처럼 펼쳐진다. 여기에 금빛의 억새가 더해지니 올라온 수고가 헛되이지 않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에 내 마음도 동화되는 순간. 해 질 무렵, 데크에 앉아 석양을 머금은 억새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다음번에 제주를 방문한다면, 궷물오름과 큰노꼬메오름, 작은노꼬메오름까지 3개의 오름을 모두 걸어보고 싶다. 궷물오름을 지나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하는 숲길이 무척 아름답다고 한다. 총 서너 시간 정도 소요된다는데, 그때는 어느 계절이 되려나.

- 주소 : 제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

4. 노형수퍼마켙

약 1,200여 평의 면적과 6층 건물 높이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 제주 핫플레이스, 노형수퍼마켙이다. 지난 6월 22일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공연장으로, 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퍼마켙이란 오자 표기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슈퍼마켓을 가듯 사소한 일상이 노형수퍼마켙에 들어서는 순간 비일상적인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는 스토리 라인으로 짜여졌다.

내부는 총 5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엡손 프로젝터 80대와 스피커를 투입해 화려한 시각적 효과와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했다고 한다. 먼저, 노형수퍼마켙 프리쇼에서는 모든 것이 흑백인 공간이 펼쳐진다. 옛날 잡화점이나 동네 수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레트로한 모습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하다.

미지의 공간이 시작됨을 알리는 베롱베롱은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다. 시시각각 여러 가지 색깔로 변하며 화려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보니 빛의 향연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뭉테구름에서는 자욱한 안개와 함께 직사광선의 빛이 사방으로 뻗어진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마치 SF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노형수퍼마켙의 메인 공간인 와랑와랑은 들어서자마자 압도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스타디움 구조로 되어있으며 폭포와 주상절리 등 화려한 색채의 영상들이 음악과 어우러진다. 이곳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 없어 아쉬울 정도였다.

마지막 코스인 곱을락에서는 사진을 찍으며 이전의 강렬함을 진정시켜보자. 공중에서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는 듯한 중앙 공간과 대나무 숲, 갈대 숲 등의 다양한 포토존을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넉넉히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흑백 컨셉에 맞춘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노형다방과 기념품샵인 노형잡화점도 빠져선 안 된다.

컬러를 주제로 상반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신선했던 시간.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 좋은 곳이지만, 제주 비오는날이나 이색 데이트 코스로 특히 추천하고 싶다.

- 운영시간 : 매일 09:30 - 19:00 (입장마감 18:00)

- 입장료 : 성인 15,000원 / 청소년 13,000원 / 어린이 10,000원

- 주소 : 제주 제주시 노형로 89

- 문의 : 064-713-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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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을은 다른 곳보다 조금 느리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헷갈리는 모습이지만, 머리 위에 앉은 볕을 만져보니 확실히 가을이다 싶다. 깊어지는 계절 따라 익어가는 곡식처럼, 풍족한 시간을 꿈꾸고 있다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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