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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서울 실내 놀거리 :: 빵과 커피, 책 한 권으로 물들이는 하루

byKKday

다섯 시만 돼도 해가 하품을 하는 계절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는 재채기를 하고 아이스 음료를 끼고 살았던 사람도 엉금엉금 포트에 물을 올리는 계절. 정말 겨울이 코앞이다. 그래도 집이 아닌 어딘가에서 콧바람이라도 쐬고 싶다면 모자 하나만 눌러쓰고 문밖을 나서보자. 찬 바람에 몸을 떨지 않아도 하루의 시작과 끝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서울의 공간들을 소개할 테니.

1. 원즈오운

아침에 살아보기로 했다. 미라클 모닝이니, 부자들의 성공습관이니 하는 단어들과 친해질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기상과 동시에 퇴근 준비를 하는 해 앞에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껴버리고야 말았다.

일고여덟시즈음 일어나 하는 일은 별거 없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면서 하루 동안 먹을 메뉴를 고민한다. 어쩌면 오후 두시에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침 시간이 주는 여유를 매일 기대하며 잠드는 일이 생각보다 즐거워졌다. 그러나 하루의 시작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맛있는 빵 한 조각으로 시작해 보자.

원즈오운은 베이커리 카페이다. 기본적으로 빵과 커피, 수프를 판매하고 저녁엔 술을 함께 파는 베이커리 바로 운영한다. 단단하고 거친 바게트, 깜빠뉴 등 다양한 종류의 유럽식 빵을 만나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에 의자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브런치를 즐기러 왔던 나는 바게트 빵에 얇게 저민 햄과 버터를 넣어 만든 잠봉뵈르양송이 수프, 그리고 방울토마토 시소 에이드를 주문했다. 속을 데우기 위해 주문한 양송이 수프. 떠먹기 적당한 농도와 은은하게 퍼지는 트러플 향이 기분 좋았다. 풍부한 양의 햄과 고소한 버터의 조합으로 이뤄진 잠봉뵈르는 말할 것도 없고 에이드 역시 흔하게 맛볼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 특별했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하겠어.' 앨리스의 당돌한 대사는 인상적이었지만 일상에선 그게 꼭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기분 좋게 아침을 열었던 날에는 보통 그 하루가 통째로 행복하게 기억되곤 한다. 질 좋은 빵과 따끈한 수프로 행복할 수 있는 아침, 원즈오운에서 열어보는 건 어떨까?

- 이용시간 : 10:00 - 21:00 (일요일 휴무)

-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20 1층

- 문의 : 02-313-3190

2. 맨홀커피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는 명령에 정말 생각을 멈추는 게 가능한 걸까? 적어도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그 문장을 듣자마자 줄줄이 사탕처럼 이런저런 단어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래서였을까? 동네 공원의 들판을 보고도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그런 시선을 낭만이라 여기는 INFP는 킹스맨의 테일러 숍을 닮은 카페가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동행했던 친구보다 일찍 카페에 도착한 나는 5분 후에 그가 보내올 문자 내용을 예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나 도착했다는데 여기가 맞아?' 평범한 동네 상가 앞에서 지도만 멍청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면 맞게 찾아온 것이다. 맨홀 커피는 학원과 빨래방으로 호실을 채운 상가의 지하에 위치해있다.

지하의 공간은 월넛 컬러의 가구,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금속 촛대와 화려한 조명으로 채웠다. 실제로 방문해 보니 킹스맨도 킹스맨이었지만 넓은 공간이었음에도 특유의 포근하고 붉은 분위기 덕에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커먼 룸이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 방문한 곳에서는 시그니처를 주문하는 나만의 규칙이 있다. 친절하고 꼼꼼한 사장님의 메뉴 설명을 듣고 망설임 없이 주문한 음료는 맨홀 크림 라떼. 술 첨가의 유무에 따라 Light 와 Night 버전을 선택할 수 있다.

크림은 말할 것도 없이 묵직하면서도 깔끔했고 원두가 기대보다 이상이었다. 탄맛 없이 상쾌한 산미은은한 꽃향기 덕에 마시는 동안 즐거웠다. 크림라떼를 비롯한 모든 메뉴에 자체 블렌딩한 원두를 사용한다고. 함께 제공하는 작은 초콜릿 서비스도 귀여웠다. 단 크림라떼는 아이스로만 제공하니 따뜻한 음료를 원한다면 참고하자.

카페를 벗어날 즈음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지만 북적거리진 않았다. 다양한 형태로 적당히 거리가 확보된 좌석 역시 이곳의 메리트. 혼자라면 이것대로, 함께라면 그것대로 좋을 것이다.

생각이 멈추지 않는 요즘이라면 맨홀커피에 가자.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면 묵혀둔 상상박스를 열어보는 일에 쓰는 건 어떨까?

- 이용시간 : 11:00 - 21:00 (화요일 휴무)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신로 247

- 문의 : 02-6398-9427

3. 문학살롱 초고

오래 문장을 써 내려가야 하는 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이 된다. 조용하지만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음은 있어야 하고, 손이 닿는 곳엔 마실 음료가 있어야 하며 주변은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해야 한다. 이렇게 뱉고 보니 제법 대단한 집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일기 한 줄을 쓰더라도 온갖 유난을 떨어야 하는 사람일 뿐. 하지만 어쩐지 이 모든 유난스러움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면 함께 문학살롱 초고에 가자.

문학살롱 초고는 책과 술을 함께 파는 '북바(book bar)'이다. 칵테일을 팔지만 대화를 하기보단 읽거나 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홀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 전체적으로 노랗고 어두운 분위기지만 테이블마다 스탠드가 있어 글을 읽어내리는 데에 무리는 없다.

이곳의 주력 메뉴는 문학 칵테일이다. 칵테일의 이름은 모두 시집의 제목에서 따왔다. 귀여운 네이밍 센스 덕에 칵테일을 모르는 사람도 마음 따라 주문해 볼 수 있는 곳. 술을 주문하면 이름과 같은 시집이 함께 나온다. 플라시보 효과 같은 건지는 몰라도 책의 내용과 술이 제법 잘 어울렸다. 하지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을 위한 논 알코올 음료도 준비돼있으니 취향에 따라 곁들여보자.

입구에선 소규모로 이달의 신간을 판매 중이다. 초고의 취향으로 추천하는 에세이, 소설, 시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마음이 좋았던 곳에서 지갑이 쉽게 열리는 나는 빈손으로 지나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뭐가 됐던 문장의 시작부터 어렵다면 문학 칵테일과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그냥 좀 핑계가 많은 사람이더라도 분위기가 주는 에너지는 실로 큰 힘이 된다.

- 이용시간 :

평일 17:00 - 22:00 (화요일 휴무)

주말 13:00 - 22:00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길 30

- 문의 : 02-332-7579

가을색이 한창인 풍경 앞에서 찬 바람에 몸을 웅크리게 될 때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이런 날씨에 외출을 결심하다니. 그래도 어떤 날엔 촘촘히 옷을 껴입고 밖을 나서보자.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하루앞에선 궂은 날씨라도 자연히 힘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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