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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by걷기여행길

최고봉은 1,915m의 천왕봉.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의 3개도에 걸쳐 있고 산역의 둘레가 800여리에 달하는 넓고 큰 산. 나라 땅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시작이자 끝.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호. 다른 이름으로 두류산, 방장산으로도 부르는 산. 이 모두 우리 민족의 영원한 어머니 산인 지리산을 수식하는 말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하고 싶어 하는 등산이 지리산 종주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를 꿈꾸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영원한 버킷리스트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준 길이 지리산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가꾸고 운영하는 분들은 지리산둘레길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전북 남원시 인월면과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을 잇는 구간이다. 지리산을 가슴에 품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달을 끌어 올린 곳

임진왜란 중 어느 그믐날이었다. 왜군과의 대치 중에 날이 저물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수 없게 되자 왜군과의 싸움을 이끌던 고려의 이성계 장군은 하늘을 향해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하늘이시여. 이 나라 백성을 굽어 살피시어 달을 뜨게 해 주소서' 간절한 이성계 장군의 기도에 감복한 하늘은 대낮처럼 밝은 보름달을 두둥실 떠올려 주었고, 이때를 놓치지 않은 이성계 장군은 신궁 소리를 듣던 활솜씨로 왜장 아지발도를 죽인다. 이후로 이곳은 달을 끌어올린 곳이라 하여 인월引月이라고 부르는데 지리산을 만나러 가는 걸음을 시작하는 곳이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늘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상세하고 친절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에 들러 친절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길을 연다. 운봉들판을 흘러온 람천 제방을 따라 2km 정도 걸으면 중군마을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중군'이라는 전투부대가 주둔한 곳이라서 마음이름도 중군마을인 곳인데 이곳부터 숲길로 들어서게 되고 기분 좋고 싱그러운 십리 숲길은 장항마을까지 이어진다. 급할 것 없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걷는다. 모름지기 지리산둘레길은 그렇게 걸어야 한다. 주변의의 작은 것들에도 눈을 주며 예쁜 꽃을 만나면 사진도 찍는다. 요즈음 대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카메라가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장항마을을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 - 건너편 산으로 오르는 길이 지리산둘레길이다

장항마을. 마을로 흘러내린 산줄기가 노루의 목을 닮았대서 노루목이라고 하는 곳인데, 노루 장獐 목 항項을 써서 장항마을로 부른다. 산속 숲길을 벗어나 마을로 내려가는 길가에 잘 생긴 소나무가 한그루 있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족보 있는 소나무일 뿐 아니라 마을에서 지성으로 모시는 당산나무다. 람천 건너편 산자락으로 한줄기 길이 하얗게 부서지며 올라간다. 매동마을로 이어지는 길이고 앞으로 걸어 올라야 할 길이다. 

아름다운 자락논 마을

장항마을에서 람천을 건너 서룡산 자락으로 오른다. 마을 형국이 매화꽃을 닮았다는 매동梅洞마을을 에둘러 숲으로 들어간다. 햇빛 한줌이 간신히 들어오는 깊숙한 느낌의 숲길을 즐긴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울창한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은 길의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바꿔놓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숲길이 끝나면서 앞이 훤해진다. 마치 성벽을 쌓아올린 것 같은 다락논둑을 돌아 몇 단의 계단을 오른다. 갑자기 눈앞으로 펼쳐지는 광경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는다. 마을 앞으로는 비탈진 골짜기를 따라 층층이 다락논이 펼쳐져 있고 람천 건너편으로는 지리산 자락의 첩첩한 산줄기들이 꿈결인 듯 아득하게 흘러간다. 지리산 기슭에서는 절대로 못 볼 장관이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니 저 다락논의 주인은 무척 부지런한 사람이겠다

사실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이곳 매동마을, 중황마을, 상황마을 등이 들어앉은 곳은 지리산자락이 아니다. 지리산과는 람천이 갈라놓고 있는 서룡산과 삼봉산 골짜기에 들어앉은 마을이다. 만일 이 구간을 지리산 자락이 아니라는 이유로 빼 놓았다면 지리산둘레길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조성했기에 이처럼 아름답고 숨막히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즐기며 걷는다는 표현을 하지만 중황마을에서 상황마을을 거쳐 등구재로 넘어가는 구간이야 말로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길가에 있는 몇 곳 간이식당에서의 간식은 보는 즐거움에 더하여 먹는 즐거움까지 준다. 

거북이 등을 닮은 고개 

상황마을을 지나면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경남 함양군 마천면을 가르는 고개, 등구재를 넘게 된다. 거북이의 등을 닮았다고 등구재라고 한다는데 등구재를 넘으면서 확인할 길이 없다. 예전에는 함양에서 제안재와 오도재를 넘고 등구재를 지나 남원의 산내와 운봉으로 다녔다고 하지만 지금이야 람천과 엄천강을 따라 찻길이 나서 등구재를 넘는 사람은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길손들뿐이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좌) 상황마을에서 등구재로 오르는 길 - 돌을 쌓아서 만든 논둑을 보며 고단했을 농부의 삶을 짐작해 본다 (우) 고개를 넘어가는 나그네의 모습이 왠지 외로워 보인다

등구재를 넘어서 만나는 마을은 창원마을이다. 조선시대 마천면에서 거둔 세곡이나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던 마을이라서 창고마을 즉 창말이었는데 이웃하고 있는 원정마을과 합치면서 창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창원마을 가장 위쪽의 임도를 따라 마을로 내려간다. 산골마을치고 마을길도 개끗하고 집집이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라의 곳간이 있던 넉넉한 마을이었다는 유래처럼 지금도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마을이라고 한다.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좌) 창원마을의 느티나무 - 수형이 풍부해서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길손의 벗이다 (우) 창원마을 - 마을도 깨끗하고 살림살이도 여유로워 보이는 마을이다

마을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잘생긴 느티나무 두어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어 넉넉한 그늘 품으로 들어간다.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도 벗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는다.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창원마을을 지나면 제법 경사가 급한 산길을 내려가야 한다. 산길을 벗어나니 다시 눈앞으로 지리산이 들어온다. 지리산이 저 건너에 있다. 지리산을 보면서도 지리산이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금계마을에서 보는 지리산 풍경 - 가장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줄기가 천왕봉에서 흐르는 산줄기다

아! 지리산.

코스요약

걷는 거리 : 20km

걷는 시간 : 8시간 (순 걷는 시간 /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 구인월교 ~ 중군마을(2.3km) ~ 황매암갈림길(0.8km) ~ 수성대입구(1.1km) ~ 수성대(0.3km) ~ 배너미재(0.8km) ~ 장항마을(1.1km) ~ 서진암(2.5km) ~ 상황마을(3.5km) ~ 등구재(1km) ~ 창원마을(3.1km) ~ 경남 함양군 마천면 금계마을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3.5km)

 

교통편

찾아가기 : 남원시내에서 운봉읍을 거쳐 인월로 오는 버스가 약 20분 간격으로 있다. 차를 가져가는 경우는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앞에 주차장이 있다. 

돌아오기 : 함양에서 인월을 거쳐 금계마을까지 왕복하는 버스가 약 30분 간격으로 있다.

 

함께 즐길거리

체험프로그램 : 걷는 길에 특별한 체험프로그램은 없다.

주변 관광지 :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구간 인근에 백장암, 실상사, 벽송사 같은 고찰들이 있다. 인월은 덕두봉, 바래봉, 뱀사골 등의 산행기점이다. 인월에 흥부골 자연휴양림이 있다.


걷기여행 TIP 

지리산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254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중군마을, 매동마을 입구,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
 

식당 및 매점 : 시작지점인 인월면소재지는 식당과 매점 밀집지역이고 마치는 곳인 금계마을에 식당과 매점이 두어 곳 있다. 걷는 길에서는 장항 버스정류장 부근 매동마을 입구에 식당과 매점이 있고 중황마을부터 등구재 구간에 간이식당이 몇 곳 있다.
 

숙박업소 : 인월면소재지에 모텔이 있다. 걷는 길에서 만나는 마을마다 민박이 가능하다. 월평마을, 중군마을, 장항마을, 매동마을, 중황마을, 상황마을, 창원마을, 금계마을 등. 민박에서는 대부분 식사를 할 수 있다.
 

코스문의 : (사)숲길 : 055-884-0850

지리산둘레길 남원 인월센터 : 063-635-0850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 : 055-964-8200

지리산둘레길 : http://jirisantrail.kr/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