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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연천 차탄천 에움길 / 차탄교~은대리성

국보급 주상절리,
여기 다 모였네!

by걷기여행길

국보급 주상절리, 여기 다 모였네!

‘에움’이란 말은 ‘사방을 빙 둘러싸다’는 뜻의 ‘에우다’에서 왔다. 그러니까 ‘차탄천 에움길’은 차탄천을 둘러싼 길이란 의미인데, 실상은 차탄천 안으로 내려가서 한가운데를 따라 걷는다. 전체 길이는 9.9킬로미터다. 그런데 이 길이 좀 요상하다. 강물이 지표면보다 낮은 곳을 따라 흐르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곳 차탄천은 상식 수준을 크게 벗어난다. 주변의 지표면보다 무려 30미터나 아래로 강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 주변은 깎아지른 벼랑이어서 차탄천은 자체로 거대한 협곡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수천 마리 용의 군무를 보는 듯한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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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탑에서 본 차탄천과 경원선 철도. 경원선은 남한측 철도종단점인 신탄리까지 이어져 있다.

강 양쪽 30미터 높이로 깎아지른 주상절리 덕분에 차탄천 에움길을 걷는 동안 보이는 하늘은 좁다. 그러나 풍광은 볼수록 깊고 깊어 굽이를 틀 때마다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눈길이 머무는 곳 대부분은 ‘벽’. 그런데 이 벽을 자세히 보니 하나의 돌이 아니라 수천·수만의 돌기둥이 틈도 없이 붙어 이뤄졌다. 흡사 수천 마리의 용이 뒤섞이며 용틀임하는 듯하다. 또 하늘을 떠받친 거대한 기둥 같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검은 다이아몬드 조각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도 같다. 또 빗발치는 포탄을 보는 듯도 하고, 산산조각 난 거대한 돌덩이를 정교하게 다시 붙여놓은 것도 같다. 다시 보니 아귀다툼하는 생생한 지옥도를 보는 듯 조각조각의 바위들이 역동적이다. 어찌 이런 바위가 생겨났을까? 인간의 재주로는 흉내도 못 낼 자연의 솜씨여서 그럴까?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비경이다. 이러한 벽을 전문용어로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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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탄교 옆에 있는 ‘연천 차탄천 에움길’ 간판. 이곳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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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탄교를 출발해 900m 지점에서 만나는 에움길 안내도. 현재 차집관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차탄천을 넘나드는 지점은 안내도와 다르다.

차탄천을 따라 걷는 동안 ‘주상절리’가 주된 풍광을 이룬다. 이는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특이한 지형으로, 철원과 연천의 한탄강과 차탄천 일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용암은 지표면을 흐르면서 차츰 식는다. 이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기며 형성된 것이 ‘주상절리’다. 이때 용암이 식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주상절리의 모양과 크기가 결정된다. ‘절리’란 암석의 물리적 연속성을 단절하는 수직‧수평 또는 경사진 분할선이나 균열을 말하는 것으로, 쪼개지는 방향에 따라서 판상(板狀)절리와 주상절리가 있다. 주상절리는 단면의 모양이 육각형, 오각형 등 다각형의 긴 기둥 모양을 이루는 절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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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얼어붙지 않은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차탄천 철새들.

말을 잃게 만드는 풍광들

차탄천은 가장 오래된 암석인 편암부터 신생대 제4기의 현무암 주상절리까지 여러 암석과 지질을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지붕 없는 암석박물관이다. 길을 걷는 내내 한탄·임진강 지질공원의 명소인 다양한 현무암 주상절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커먼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차탄천 물길을 따라 가득해 걷는 내내 신비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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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 건너편에 신축한 전망대. 옆에 화장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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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를 품은 차탄천 주상절리. 출발 후 3km 지점에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비경은 ‘용소’를 품은 ‘차탄천 주상절리’다. 출발지점으로부터 3킬로미터 간 곳에 있다. 그런데 용소 일대에 수평과 수직절리가 함께 섞여 있어 눈길을 끈다. 용소의 지붕에서는 수직의 주상절리를, 그 옆에서는 수평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용소를 마주한 건너편 언덕에 최근 신축한 전망대가 있어서 살펴보기 좋다. 전망대 한켠엔 화장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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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양수장에 인접한 주상절리. 아랫부분에 선명한 선이 보인다. 여름철 물이 흐르는 높이다.

주상절리를 포함해 차탄천 바닥에 솟은 모든 바위에는 수평의 선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 얼음은 그 선보다 1미터 이상 아래로 형성되어 있다. 위쪽 선은 하절기의 수위다. 그러니까 여름과 겨울은 1미터 이상의 수위차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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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 주상절리. 수천 마리의 용이 뒤엉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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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게 만드는 풍광이다.

3킬로미터를 더 간 곳에서 만난 은대리 주상절리. 벽을 가득 채운 현무암이 이룬 선과 면이 고흐(Gogh) 특유의 신들린 붓질을 보는 것 같다. 실로 장엄한 것. 말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절경이다. 그러고 보니 차탄천의 주상절리들은 자꾸만 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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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빙폭. 실제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겨우내 만든 작품이다.

주상절리 곳곳엔 거대한 빙폭이 나타나며 시선을 끈다. 원래는 졸졸졸 흐르는 가는 물줄기였지만 겨우내 얼고 그 위로 또 얼어붙으며 한껏 몸을 부풀린 덕분에 거대한 폭포처럼 보이는 것이다. 과장된 몸짓이 보통 수준이 아닌 게 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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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은대리 주상절리. 가히 국보급이다.

알수록 놀라운 암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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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차집관로 공사용인 대형 굴삭기와 주상절리.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가늠이 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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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림교쪽에서 차탄천으로 내려서는 계단. 에움길 탈출로 중 한 곳이다(왼쪽). 차탄천에 놓인 돌다리 중 하나. 이런 다리를 오가며 에움길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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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림교 아래서 만나는 은대리 습곡구조. 종이뭉치를 잘라놓은 것 같다.

은대리 주상절리를 지나자 절벽 위 까마득한 곳을 가로지른 교각이 보인다. 은대리와 왕림리를 잇는 왕림교다. 왕림교 아래엔 아주 특별한 바위가 있다. 바위 옆에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암석이 양 옆에서 미는 강한 힘을 받아 물결처럼 휘어진 것을 ‘습곡’이라고 하는데, 습곡구조 바위가 길옆에 있는 것이다. 종이 다발을 이리저리 접어서 잘라놓은 것처럼 바윗결이 신비롭다. 습곡구조 근처엔 일반적인 현무암과 달리 가로방향으로 발달해 물고기 비늘모양을 한 절리가 있다. 이런 것을 ‘판상절리’라고 한단다. 움직임이나 소리도 없는 암석의 세계가 이토록 다양하고, 저마다 독특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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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 판상절리. 바위가 이리도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는 걸 새삼 확인한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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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집, 은대2리. 천혜의 요새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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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기러기 떼. 저녁이 가까운가 보다.

선바위 부근, 하늘에 닿을 듯 솟은 절벽 꼭대기로 몇 채의 집이 보인다. 은대2리다. 모양새가 천혜의 요새 같다. 마을 위로 A자 형태를 유지하며 날아가는 큰기러기 떼. 한탄강가 차탄천 일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 도래지다.

 

선바위에서 도착지점인 은대리성이 멀지 않다. 풍광은 여전히 주상절리가 주도권을 잡고 펼쳐진다. 한탄강과 차탄천이 만나는 군사적 요충지에 세워진 삼국시대의 유적 은대리성은 고구려가 쌓은 것이다. 성 앞 합수지점엔 한 과부의 세 아들에 대한 슬픈 전설이 얽힌 삼형제바위가 에움길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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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리성 앞 합수점에 있는 삼형제바위. 슬픈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왼쪽). 은대리성. 고구려가 쌓은 옛성으로, 차탄천 에움길의 도착지점이다.

‘차탄천(車灘川)’의 유래

차탄천의 이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당시 충신이며 태조의 아들 이방원과 함께 수학했던 고려의 진사 이양소(李陽昭)는 조선 건국을 역모로 생각하고, 고려에 대한 충정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연천읍 현가리 도당골에 숨어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일 태종(太宗)이 된 이방원이 이양소를 설득하려고 도당골로 오다가 이 여울에 도착했을 때, 그만 가마가 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 후 수레가 빠졌던 여울이라고 해서 ‘수레여울’ 또는 ‘수레울’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차탄(車灘)’이다.

코스 요약

  1. 차탄교→이방원 정자터→왕림리 가마소→차탄천 주상절리(용소)→해동양수장→은대리 주상절리→왕림교→은대리 습곡구조→은대리 수평절리→선바위→장진교 주상절리→장진교→삼형제바위→은대리성 (9.9km, 4시간 30분)

교통편

  1. 대중교통 : 서울지하철 1호선 종점인 소요산까지 간 후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39-2, 39-5, 39-1, 39-8, 56번 버스를 이용해 연천읍 충현탑 정류장에서 내린다. 정류장 이름은 충현탑인데, 정확한 이름은 현충탑이다. 35분쯤 걸린다. 정류장 옆 차탄교를 건너 하류로 에움길이 이어진다. 도착지점인 은대리성(연천군보건의료원)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으나 지나는 버스는 보기 힘들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전곡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소요산역이나 동두천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출발한다.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차탄천 에움길 관련문의 : 한탄·임진강지질공원(www.hantangeopark.kr 031-839-2041)
  2. 화장실 : 출발지점인 차탄교 배수문 옆, 차탄천 주상절리(용소) 앞, 도착지점인 은대리성 앞의 연천군보건의료원
  3. 식사 : 출발지점인 차탄교 부근엔 아무런 식당이 없다. 도착지점인 은대리성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전곡시가지에 여러 식당이 있다.
  4. 길 안내 : 차탄교를 출발해 차탄천 둑길을 따라 900m 간 곳에서 에움길은 차탄천 둔치로 내려선다. 이후 은대리성을 만나기까지 협곡을 따라 9킬로미터 이어진다. 길은 평탄하며 단순하다. 그러나 주변 풍광은 수시로 감탄스럽다. 길은 풍광이 바뀔 때마다 차탄천을 넘나든다. 그런 곳마다 어김없이 정겨운 돌다리가 나타나며 걷는 재미를 더한다. 이 길이 특별한 것은 수십만 년 전의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계곡 바닥은 주변의 평균 지표면보다 20~30m 낮아, 걷는 내내 협곡을 이룬다. 또 협곡 양쪽 벽으로는 다양한 모양의 주상절리가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장관을 펼쳐놓았다. 주상절리를 감상하느라 걷기는 속도를 잊고, 대자연의 위대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풍광이 계속된다. 용소를 품은 ‘차탄천 주상절리’를 시작으로 ‘은대리 주상절리’와 ‘은대리 습곡구조’, ‘은대리 수평절리’, ‘선바위’, ‘장진교 주상절리’에 ‘삼형제바위’까지 이 길이 품은 명소는 하나같이 국보급이다. 수십 미터 높이의 기둥모양 바위들이 수백 미터씩 이어진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용소 앞 언덕에 화장실을 갖춘 전망대겸 쉼터가 있고, 6.3킬로미터 지점의 왕림교와 9킬로미터를 조금 넘긴 곳에서 만나는 장진교 부근에서 탈출할 수 있다. 출발지점에서 도착지점까지 식당이나 매점이 없기에 간식이나 도시락,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5. 코스문의 : 연천군청 전략사업실 통일기반지원팀 031-839-2045
  6. 2018년 현재 차탄천에서는 연천군의 오수용 차집관로 개선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공사로 인해 ‘차탄천 에움길’ 탐방로가 공사용 차량의 통행로와 겹쳐지며 다소 어수선합니다. 걷거나 풍광을 즐기는 데 큰 지장은 없으나 가끔 차량이 지날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이 공사는 2019년 6월에 종료될 예정입니다. 탐방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사진: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