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넘는 가장 오래된 길, 충주 풍경길 하늘재길

[여행]by 걷기여행길

충주와 영남의 관문인 문경을 잇는 하늘재길

백두대간을 넘는 가장 오래된 길, 충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다. 오후에는 눈이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두툼한 한겨울 복장으로 새벽에 집을 나섰다. 경기도에서 충주까지 부지런히 달렸다. 2시간 넘게 달려 하늘재길 출발지에 가까워지자 S라인의 산길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렇게 20km 정도를 더 달리니 월악산국립공원 권역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곳은 해발 378m 고지에 있는 미륵대원지다. 한국관광공사가 옛길을 테마로 선정한 4월 추천 여행길 중 한 곳인 충주 풍경길 하늘재길의 출발지이다. 하늘재는 충주와 영남의 관문인 문경을 잇는 옛길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지금의 하늘재는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이 "신라가 소백산맥 이북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기록된 문헌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죽령보다 2년이 빠르고 조령(문경새재)보다 1000년이 빠르다.

 

180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그 길이 잘 보존되어 지금은 우리에게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는 힐링 산책로가 되었다. 길은 미륵대원지에서 출발해 하늘재 정상석까지 왕복 4.2km의 순환형 코스로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나지막하고 난이도가 쉬운 길이다.

충주 미륵대원지 (사적 제 3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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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지정된 석불입상을 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벌써 4년째 저렇게 공사를 하고 있다는데 최소 1년,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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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곳에서 바라본 팔각석등 그 뒤로 오층석탑(보물 95)과 사각석등이 보인다.

동쪽 하늘재와 서쪽 지릅재 사이의 분지에 아늑하게 자리 잡았다. 이 절터는 발굴 조사로 글자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되고 지금도 이 일대가 미륵리로 불리고 있어 석굴사원의 이름을 미륵대원사로 추정하고 있다. 절터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불과 오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등 많은 고려 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석조 유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미륵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를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벌써 4년째이고 앞으로 짧아야 1년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공사라는데 무슨 연유인지 공사는 중단돼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2015년 여름에 다녀왔는데 그 해 가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바가 아니니 전할 수 없으나 소중한 문화재 관리의 소홀함이 느껴져 은근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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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리 절터의 주존불인 미륵리 석불입상(보물 제96호)이 독특하게 북쪽을 향하고 있다. 2015년 8월의 모습이며 지금은 공사 중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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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시대에 유행한 팔각석등(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9호) 사이로 보이는 석불의 온화한 미소 또한 지금은 볼 수 없는 2015년의 모습이다.

미륵리 석불입상은 특이하게 북쪽을 향하고 있다.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 여러 이야기가 전한다. 그중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자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가 망한 것을 슬퍼하며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누이인 덕주 공주가 월악산에 덕주사를 지어 남쪽을 바라보는 마애불을 만들자 태자는 북향의 석굴을 지어 덕주사를 바라보게 하였다는 전설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공사가 벌써 4년째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헛걸음을 했을까. 주차장 입구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들어보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부디 원상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져 석불의 온화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하늘재 길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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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대원지 옆에 미륵대원사를 창건할 때부터 운영한 것으로 추정하는 마방 시설과 여행자 숙소 등을 갖춘 역원이 있던 미륵리 원터가 남아 있다.

하늘재 길이 시작되는 곳은 가을에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른 봄에 찾아오니 자연은 여전히 겨울 색으로 맞이해준다. 길이 시작되는 곳 바로 옆으로 마방 시설 여행자 숙소 등을 갖춘 역원이 있던 미륵리 원 터가 남아있다.

하늘재 표석에서 숲길로 들어서기 전 고려 시대 삼층석탑과 미완성 불두도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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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석탑의 양식을 따른 고려 시대 초기의 일반형 석탑으로 안정감을 갖춘 삼층석탑(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3호) 조금 떨어진 위쪽으로 미완성 불두가 보인다.

미륵대원지를 나와 약 200m를 걷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곳에 하늘재 표석이 세워져 있다. 하늘재 길은 왼쪽으로 이어지지만 잠시 오른쪽 길 위로 보이는 고려 시대 삼층석탑과 미완성 불두를 만나고 돌아온다.

 

표석 아래에는 신라 아달라왕 3년(서기156년)에 개통되어 처음에는 계림령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부터 하늘재(해발 525m)로 불리는 곳으로 삼국시대에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신라 경순왕의 마의태자와 덕주 공주가 패망의 한을 품고 이 고개를 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백두대간을 넘는 가장 오래된 길,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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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 왼쪽으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계곡물소리가 봄이 왔음을 알린다. 길은 유순하고 걷기 좋은 길로 이어지지만 돌길 흙길 아직 겨울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잔설이 남아 얼어있는 구간도 있으니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가기를 추천한다. 봄은 봄인가 보다 얼었던 대지가 녹아 질퍽이는 곳도 있다. 요즘 어딜 가나 온통 시멘트로 발라놓은 길이 수두룩하다.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 숨 쉬는 건강한 흙길 옛길을 느낄 수 있어 절퍽 걸려도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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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자연 관찰로로 빠지는 구름다리 위에서 돌 틈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소리로 봄을 담아 간다.

앞만 보고 걷다가 옆으로도 눈길 한 번 주고 가라는 듯 역사 자연관찰로로 안내한다. 구름다리 위에서 잠시 가던 걸음 멈추고 계곡물소리로 마음에 봄을 담아 간다. 역사 자연관찰로로 빠져 걸어도 나중에 다시 합류하지만 그냥 가던 길을 따라간다. 중간중간 이정표도 있고 특별히 다른 길로 빠질 곳도 없어 방향을 잃을까 걱정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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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길이니 오롯이 자연과 호흡하며 홀로 사색에 잠겨 걸어도 좋고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도 그만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면 사계절 변함없이 푸르름을 안겨주는 쭉쭉 뻗은 소나무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멀리서 아직도 가을 옷을 입은 나무가 있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무슨 미련이 남았을까 여전히 바짝 마른 잎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도 사람처럼 미련한 애착을 갖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연아 닮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상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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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가까워질 때쯤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고 그 오르막이 끝나면 연아 닮은 소나무가 있는 곳에 이른다. 각도를 잘 맞추고 바라보니 흡사 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 할 때 스파이럴 포지션 자세와 닮았다. 주변 소나무 중 가장 높이 솟아 있어 한 프레임 안에 담기조차 힘들다. 걷기 편한 길인 데다 거리가 짧아서인지 중간에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그 흔한 벤치 하나가 없다. 이곳의 동그란 통나무 의자가 전부이니 소나무 아래 앉아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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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인 하늘재 정상석과 주변 식당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지에 이른다. 도착지에서 왼쪽으로는 포암산(962m) 등산로로 이어지고 오른쪽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하늘재 정상석이 있다. 또한 고개 아래로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로 나누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과 미래에 중생을 구제하러 올 미륵불이다. 그러니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길이 하늘재다. 하늘재 정상석이 우뚝 서 있는 해발 525m에 오르면 바로 옆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인 포함산을 비롯해 굽이굽이 이어지는 우리 국토의 능선들이 발아래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다시 미륵대원지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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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25m에 세워진 백두대간 하늘재 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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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한가할 때는 미륵대원지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

평일 한가할 때나 이른 아침에 다녀온다면 미륵대원지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 10여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 혼잡할 때에는 475m 떨어져 있는 넓은 공용 주차장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주차는 두 곳 모두 무료다.

백두대간을 넘는 가장 오래된 길,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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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길 출발지인 미륵대원지 가는 입구 공영주차장 앞 식당에서 먹은 산채비빔밥

미륵대원지에서 475m 떨어진 공영 주차장 앞에 슈퍼도 있고 토산품 판매하는 곳 그리고 식당 두 곳이 있다. 걷기 길을 마무리하고 혼자라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맛있게 비웠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4월 30일까지 산불 예방 기간으로 포암산 입산 금지다. 산객들마저 발길이 끊겨 주변이 고요하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코스 : 충주 미륵대원지~미륵리 원터~미륵대원지 삼층석탑과 미완성 불두~연아닮은 소나무~하늘재 정상석
  2. 거리 : 4.2km(왕복)
  3. 소요시간 : 2시간
  4. 난이도 : 쉬움

걷기 여행 TIP

  1. 주차 : 무료(미륵대원지 입구에서 475m 떨어진 공영주차장, 미륵대원지 바로 앞 주차장)
  2. 화장실 : 공영주차장 앞, 미륵대원지 앞, 도착지.
  3. 매점 및 식당 : 공영 주차장 앞 슈퍼와 식당 두 곳이 있음
  4. 찾아오는 길
    1. 대중교통: 충주 공용버스터미널 하이마트 앞 정류장에서 245. 246번 버스 탑승 - 미륵리 정류장 하차(약 1시간 소요)- 도보 약 475m
    2. 자가용 네이게이션: 충주 미륵대원지
  5. 문의 : ☎043-850-6724(관광과)
  6.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배인숙 여행작가

2019.04.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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