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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트로트 칠갑산 노래 따라 걷기 좋은 길, 청양 '칠갑산 솔바람길 01코스 산장로'

by걷기여행길

콩​밭 매는 아낙네야, 배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느냐,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소리만 여린 가슴속을 태웠고.

MBN 보이스퀸이 선보인 명곡 중 하나인 칠갑산. 출연자 전영랑 씨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난도 3단 꺾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곡이 가진 절절함의 극치를 선사해 큰 울림을 준 바 있다. 그가 부른 노래에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애환과 그리움이 이 한 곡에 모두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 제목 칠갑산은 충청도 청양에 있는 산이다.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보다는 수수하고 안온한 산세가 매력인 장소다. 그렇다 보니 청양에서는 일찍이 걷기 좋은 길로 입소문이 자자했다. 걷기 좋은 길로 선정된 ‘칠갑산 솔바람길 1코스 산장로’를 걸어 봤다.

정겨운 풍경이 가득한 청양

청양 터미널은 솔바람길의 관문 같은 곳으로 시골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고속버스를 타고 청양 터미널에 내리면 일순간 빛바랜 낮은 건물들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청양 시내의 모습은 도심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고즈넉한 시내를 걸어 시내버스터미널로 자리를 옮겼다. 터미널 안은 청양 땅에 사는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돼 준다. 할머니 몇 분이 연탄난로 앞에서 온기를 쬐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청양 시내버스 터미널을 구경하는 건 길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작은 터미널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들은 하나같이 몸집이 작다. 시동을 끄고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작은 버스들 중 칠갑산 방향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몇 명 되지 않는 승객들을 태운 버스는 청양 외곽으로 향한다. 얼마 못가 칠갑산 저수지를 만난다. 큰 원앙 조형물이 따스한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는 얼마 못가 부드럽게 휘어 돌아 나가는 산길을 달려 산골마을 앞 정류장에 정차한다.

600년 된 느티나무 서 있는 들머리

트레킹 시작점에 서 있는 600년 된 느티나무

대치면 대치리 한티 마을 정류장은 칠갑산 솔바람길 1코스 산장로의 시작이다. 마을 입구에는 범상치 않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약 600년 된 나무인데 안내문에 쓰여있는 전설이 걷기 전 잠시 숨을 돌리게 한다. 전설 내용은 이렇다.


조선시대 어느 장수가 자신과 같은 장수가 나올 산세가 충청도에 있다 해 기대에 부풀어 칠갑산까지 오게 됐는데, 꿈속에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이 산신령이 돼 나타나 “이곳은 문맥으로 장수가 아닌 선비가 나올 지형이네”라고 말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꿈에서 깬 장수는 큰 모기가 자신의 다리에서 피를 빨고 있는 걸 보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던져 모기를 잡았는데 그 지팡이가 현재의 한티 마을 느티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느티나무를 잠시 감상하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걸으면 솔바람길 1코스 산장로가 시작된다. 완만한 길은 담소를 나누며 걷기 그만이다. 게다가 코끝을 간질이는 상쾌한 솔향은 금세 머리까지 맑게 해준다.

트레킹을 시작하고 얼마 못가 노래 칠갑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담긴 설명문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작은 쉼터를 만나는데 노래 칠갑산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돼 있다.

콩밭 매는 아낙네를 주인공으로 한 조운파 작곡, 주병선 노래의 칠갑산은 작곡가 조운파가 1978년 대전으로 가는 길에 칠갑산 마치고개 근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아낙네들이 콩밭을 매는 모습을 보고 시골에 계신 홀어머니를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먹고 입을 것 변변치 않았던 그 시절 시골 살이 시름 달래며 산비탈 밭 일구어 살아가는 아낙네의 한을 우리민족의 한으로 품어 절절히 풀어낸 노래 칠갑산,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청양군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의병장 최익현을 만나다

오르막 끝에는 칠갑산장이 자리 잡고 있다. 칠갑산관리사무소와 식당 등 편의 시설이 있는데 작은 언덕에 면암 최익현 선생님(1833~1906) 동상이 서 있다. 그는 조선 말기 문인, 학자, 의병장으로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자 도끼를 들고 광화문 앞에 나가 조약의 부당함과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는 상소를 올린 바 있다.

최익현은 선비이자, 의병장이자, 독립운동가로 구한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로 유명하다.

그 후 칠갑산이 있는 청양에 내려와 나라를 걱정하며 지내다 을사늑약(1905년)이 체결되자 74세(1906년) 나이에 전라도 태인현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이 일로 최익현 선생님은 일본 대마도에 유배됐는데 이곳에서 ‘왜놈 땅에서 난 곡식은 먹지 않겠다’며 단식하다 순국하고 만다. 칠갑산을 찾기 전까지는 면암 최익현 선생님이 청양과 관련 있는 인물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길은 이렇듯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자연스레 일깨워 주기도 한다.

어머니 품 같은 길의 시작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칠갑산은 여의도 면적에 4배 가까이 되는 산이다. 정상은 561m인데 높이보단 굽이굽이 능선이 길게 뻗어 있는 모양새다. 본격 걷기가 시작되는 칠갑산 산장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칠갑산 솔바람길 1코스 산장로’는 소풍을 나오듯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에 그만인 장소다.

콩밭 매는 아낙네 상

걷기를 시작하고 얼마 못가 작은 동상 하나를 만났다. 노래 칠갑산에 등장했던 바로 콩밭 매는 아낙네 상이다. 가만히 동상을 보고 있으면 “칠갑산 산마루에~” 하고 노랫말을 절로 흥얼 거리게 될지 모른다. 이 코스만큼 특정한 노랫말을 읊조리게 하는 경우도 없는 듯하다. 아낙네 상에서 칠갑산 천문대가 지척이다. 지난 2011년 4월 KBS 인기 프로그램 1박 2일이 촬영된 곳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연구목적 용이 아닌 누구나 천체 관측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칠갑산 천문대 전경

산에 땅거미가 깔리고 별이 반짝이는 저녁이 되면 대구경 굴절망원경을 통해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성운, 성단, 은하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산허리를 돌아 나가는 양탄자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자비정에 닿는다. 칠갑산장에서 자비정까지는 2.2km 거리다. 정자는 대게 육각정 혹은 팔각정인데 비해 이 정자는 칠각정으로 지어진 게 특징이다. 자비정 인근에는 백제시대 때 세워진 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비단길 끝에서 즐기는 장쾌함

자비정 전경

자비정을 지나면 이제야 산길을 걷는 재미가 생긴다. 서서히 숲이 깊어지고 청량감이 더해진다. 그렇다고 길이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부드러운 흙길은 서서히 경사를 높이며 걷기의 강도를 높여 준다. 자비정부터 정상까지는 1km가 채 안 된다. 부드러운 어깨 위를 걷는 느낌으로 길을 따라나서면 된다.

어느새 주변 봉우리들도 눈높이를 맞춰 높이를 올린다. 그러다 까마득해 보이는 가파른 계단을 만난다. 계단 소실점이 바로 정상이다. 우회로도 있지만 허벅지에 긴장을 좀 불어 넣어 보기로 한다. 한발 한발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솔바람길에서 계단을 만났다면 이제 정상이 코앞이란 이야기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단의 마지막을 오르면 넓고 탁 트인 칠갑산 정상이다. 아스라이 능선을 따라 이어진 솔바람길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장쾌한 풍광에 그만 낮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날씨가 화창한 날 남서쪽으로는 휘돌아 굽이치는 금강이, 동남쪽으로는 계룡산이, 서쪽으로는 보령 오서산과 서해바다가 조망된다. 한동안 따스한 햇살 아래 칠갑산이 숨겨 놓은 장대한 풍경을 만끽해 본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는 길, 잔잔한 울림이 있는 글귀에 잠시 하산을 멈춰 본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 파타 경전 중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2시간 30분
  2. 거리 : 9km
  3. 걷기 순서 : 칠갑산 터널 주차장→칠갑광장→최익현선생 동상→칠갑산 천문대→자비정→칠갑산 정상→하산→칠갑광장→옛길→먹거리촌→칠갑산 터널 주차장
  4. 코스 난이도 : 쉬움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칠갑산 터널 주차장, 칠갑광장
  2. 음식점 및 매점
    1. 칠갑산 터널 주차장, 칠갑광장
    2. 식수보급처가 없으니 매점에서 구입하거나 사전준비
  3. 교통편 : 청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청양-정산 방면 버스를 타고 칠갑산 입구 하차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김동우 여행작가


"해당 길은 2020년 3월 이달의 추천 걷기 여행길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