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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역사와 봄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걷기 여행, 덕수궁 산책길

by걷기여행길

​봄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내 플레이리스트 1번 곡은 '10cm - 봄이 좋냐?'라는 노래이다. 봄이 좋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예스다. 봄에은 허허벌판 삭막했던 겨울을 지나 드디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집 앞 메마른 나뭇가지엔 매화꽃이 드넓은 공원 앞에는 샛노란 개나리가 활짝 얼굴을 내밀었다. '그래. 이런 날은 어디로든 떠나야 해.' 그렇게 주섬주섬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 걸어볼 길은 서울에 자리한 덕수궁 산책길. 서울역사박물관을 기점으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원점으로 회귀하는 약 7km 길이의 순환형 코스다. 경희궁, 러시아 공사관, 덕수궁 등 서울의 옛 흔적을 살펴보며 걸어볼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안타까웠던 건 코로나 19의 여파로 폐쇄된 지점이 많았다는 것. 덕분에 이번 걸음은 코스를 중심으로 걷되 주변 한적한 길을 찾은 걸어보기로 했다.

도심 속 낯선 전차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에 훤히 보이는 서대문이라는 글자에 서울을 오가던 전차임을 짐작한다. 바닥에는 서울의 고지도인 수선전도가 눈에 띄고 사방에는 드라마 세트장에서나 볼법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서울 역사박물관이다. 역시, 코로나 19의 여파로 내부 출입은 불가능했지만, 서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 그나마 시작의 위안이 되었다.

박물관 뒤편은 올망졸망한 산책길로 이어진다. 유난히 따스한 볕 덕분일까. 올해는 서울에 봄이 빨리 찾아왔더랬다. 길 사이사이에는 병아리를 닮은 산수유꽃이 활짝 피었고 통통 튀는 팝콘처럼 매화꽃이 봄을 알렸다. 비록 박물관은 둘러보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목적은 봄을 느껴보는 것이었으니.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곳곳을 거닐었다. 봄의 향기가 좋아서.

경희궁마저 임시 휴관을 내걸었다. 아쉬운 대로 근처에 자리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기존의 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재생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듯했다. 마찬가지로 내부는 둘러볼 수 없었지만, 마을 구석구석 누벼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쥐약 놓는 날, 불온삐라. 지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단어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누비는 것 마냥 말이다.

길은 단숨에 정동공원으로 이어진다. 명성황후시해사건 이후 신변의 위험을 느낀 고종이 피신했던 구 러시아 공사관과 함께 자리한 곳이다. 공사 중으로 내부까지는 둘러보지 못했지만, 그날의 역사를 되새기기에는 더없이 충분했다.

정동공원을 벗어나면 드디어 돌담길이 등장한다. 덕수궁을 중심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돌담길은 서울에서도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힌다. 곳곳에는 봄이 완연하다. 돌담과 어우러지는 홍매화가 수줍게 걸음을 재촉한다. 바람을 타고 드는 봄 냄새에 취해 또각또각 돌담길을 걷는다. 산책길의 하이라이트인 덕수궁을 향해!

다행히도 덕수궁까지는 폐쇄되지 않았다. 파수군이 지키는 대한문을 지나 덕수궁에 한 발짝 다가섰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사람들은 많아 보이지 않는듯했다. 덕분에 한껏 여유 있게 덕수궁 곳곳을 거닐었다. 덕수궁의 중심인 중화전부터 시작해 석어당과 덕홍전, 함녕전까지. 한쪽에는 야외 프로젝트가 전시된 풍경도 볼 수 있었다. 현대와 과거의 묘한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석조전으로 향했다.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고종은 궁궐 안에 서양 건축물을 세웠단다. 그중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석조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즈넉한 궐 안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건 바로 석조전이란다. 마찬가지로 석조전 내부도 임시휴관 상태로 볼 수 없었던 점은 괜스레 또 아쉬움으로 남았다.

발걸음은 마지막 종착지인 경운궁 양이재로 향했다. 양이재는 당시 황족과 귀족들의 근대식 교육을 담당했던 황실 교육기관으로 서울주교좌성당과 함께 자리한 곳이다. 어찌 성당과 함께 붙어있을 법하지만 1920년 조선총독부가 무단으로 대지와 건물을 팔던 시절 대한성공회에서 구매하게 되었고 결국 성당과 전각이 함께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양이재를 끝으로 덕수궁 산책길은 끝이 난다. 봄을 맞아 가볍게 걷고 싶다면 한적한 덕수궁 산책길로 떠나보자. 분명, 기분 좋은 하루를 선사해줄 것이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시간 : 2시간
  2. 거리 : 7.6km(순환형)
  3. 걷기 순서 : 서울 역사 박물관 - 경희궁 - 정동공원 - 덕수궁 돌담길 - 대한문 - 경운궁 양이재 - 서울역사 박물관
  4. 코스 난이도 : 쉬움

걷기 여행 TIP

  1. 걷기 TIP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울역사박물관, 경희궁, 러시아 공사관 등 주요 지점 임시 휴관 (2020년 3월21일 기준) 덕수궁 입장은 가능하나 내부 시설인 석조전, 국립현대미술관 등 임시 휴관.
  2. 화장실 및 매점 : 코스 곳곳에서 공중화장실과 매점을 쉽게 찾을 수 잇다.
  3. 교통편 : 시청역 3번 출구로부터 걷기 여행 시작
  4. 길 상세 보기 : 걷기여행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전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