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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서울 성동구 서울숲 남산길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by걷기여행길

주말을 맞아 모처럼 가족 나들이 계획을 세워 놨는데... 이런. 아침부터 비가 온다. 하늘을 보니 한 두 시간으로는 그칠 것 같지 않고... 해서 밀린 잠을 실컷 자고 깼더니 어느새 비는 그쳤고 파란 하늘도 보인다.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근데 어딜 가지?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럴 때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걷거나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도심의 숲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숲부터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공원들을 이어서 남산 자락까지 걸을 수 있는 길. 서울숲·남산길이다. 

낙엽은 정답고 쓸쓸하다.

건물로 가득 찼던 도심에 언제부터인가 공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쌈지공원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리는 작은 공원부터 서울숲, 북서울꿈의숲 같은 커다란 공원까지. 이 모두 삭막했던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 놓은 곳들이다.


서울숲은 이제는 잊혀가는 이름인 뚝섬에 있다. 뚝섬. 이름은 섬이지만 실제로는 섬이 아니다. 동쪽에서 흘러오는 한강과 북쪽에서 내려온 중랑천이 만나는 곳에 만들어진 일종의 퇴적평야였는데 지대가 낮아 홍수가 나면 마치 섬처럼 물길로 고립 되던 곳이다. 오래 전 이 뚝섬에는 유원지가 있었고 후에 서울경마장이 생겨 운영되다가 서울시 채육공원을 거쳐서 2005년 6월 영국의 하이드파크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꿈꾸는 서울숲을 열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의 월드컵공원과 송파구의 올림픽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공원이라고 한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서울숲의 출입구는 여러 곳에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서울숲 중간쯤에 있는 호수다.

개장한지 10년이 넘는 서울숲은 이제 자리를 잡았다. 나무들의 둥치가 굵어지고 수형도 풍부해져서 여름이면 너른 숲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고운 단풍을 선물로 준다. 서울숲 9번 출입구 부근의 은행나무 숲은 인기 있는 장소다. 은행잎이 곱게 물들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젊은 한 때의 아름다움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예비 신혼부부의 발길도 잦다. 떫어진 낙엽을 밟으며 거니는 사람도, 낙엽을 한 움큼 모아서 허공에 뿌리는 사람도 모두 가을을 즐기고 있다.


낙엽을 밟으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다른 연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라는 구절은 생각이 난다. 시의 제목은 ‘낙엽’이고 시인은 프랑스 사람인 ‘레미 드 구르몽’이다. 시인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라고 했고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된다’라고도 했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가을의 서울숲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은행나무 숲이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서울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다.

물가에 낚시하는 어옹은 없어도

서울숲을 나와서 잠깐 인도를 따라 걸으면 용비교를 건너게 된다. 용비교 아래로 흐르는 냇물이 중랑천이다. 중랑천을 다른 이름으로 전관천(箭串川)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이야기 하나가 전한다. 용비교에서 중랑천 상류로 1.6km 정도 올라가면 조선시대에 만든 돌다리가 하나 있다. 원래 이름은 제반교 라고 했지만 이곳의 지명에서 유래한 살곶이다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왼쪽의 언덕이 응봉산이고 가운데의 물길이 중랑천 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는 아들 태종과의 갈등으로 임금 자리에서 물러난 후 함흥에서 머물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차일을 치고 자신을 기다리던 태종을 본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들을 향해서 활을 쐈는데 다행히 그 화살은 빗나가 차일 기둥에 박혔고 그 뒤로 이곳을 화살이 꽂힌 곳 즉 살곶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전관(箭串)은 살곶이를 한자말로 옮긴 것이다.


용비교를 건너면서 바로 앞으로 보이는 바위 언덕이 봄이면 산 전체가 노란 개나리로 뒤덮이는 응봉산이다. 이름은 산이지만 해발 100m에도 못 미친다. 그래도 바로 앞이 한강이라서 상대적으로 우뚝한 모습이고 응봉산 정상에서 보는 야경은 한강 수계에서 제일로 손꼽는 곳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민 야경 포인트’로 불리며 이곳에서 맞는 일출 또한 소문이 나 있다.


응봉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한남대교와 동호대교가 왼쪽으로는 청담대교와 영동대교가 한눈에 들어오고 앞으로는 성수대교와 서울숲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1월 1일에는 해맞이 축제를 하고 개나리가 온 산을 뒤 덮는 계절에는 개나리 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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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정상에서 만나게 되는 야경이다.

조선 초 월산대군, 강희맹, 서거정 등이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 열 곳을 가려 시로서 노래했는데 이를 한도십영(漢都十詠)이라고 한다. 그 중의 하나 입석조어(立石釣魚)는 응봉산 아래 냇가에서 낚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쉼 없이 돌아가는 입체교차로며 강변북로와 다리위의 차량들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니 입석조어는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남산 줄기가 만든 작은 봉우리를 따라서

서울의 중심부를 안쪽에서 감싸고 있는 산이 내사산인데 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이 그것이다. 그 중 남산은 궁궐의 남쪽에 있대서 붙은 이름인데 달리는 목멱산으로도 불렸다. 남산의 동쪽 줄기 하나가 동남쪽으로 가지를 벋어내어 이리저리 우줄대며 구불거리다가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만들면서 한강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예전에는 이 언덕 같은 산줄기 전부를 응봉이라고 했다.


응봉산의 이름은 산의 모습이 매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하기도 하고 조선시대에 역대 임금들이 이곳에서 매사냥을 즐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아도 멀리 떨어져서 보아도 도무지 매와 닮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산의 턱 밑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주택에 가려서 일지도 모르나 정설은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유치원 꼬맹이들에게 인기 있는 숲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은 저마다 이름을 갖게 되는데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 같은 이름들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한줄기로 연결이 되었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아파트와 살림집들이 봉우리 꼭대기까지 빼곡하게 들어차서 사전 지식 없이는 이들이 모두 같은 산줄기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아파트 숲으로 둘러 싸여 고립된 섬처럼 보이지만 속살을 파고들면 서로 연결하여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성동구 응봉동, 금호동, 옥수동, 용산구 한남동, 중구 신당동에 걸쳐있는 이 외딴 봉우리를 모두 합쳐 부르는 지금의 이름은 응봉근린공원이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공원 바로 아래가 주택이라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도심의 아파트 숲 사이에 이런 깊숙한 숲길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성벽을 보다

매봉산에서 산 아래로 내려오면 응봉근린공원 걷기는 끝이 나지만 길은 아직 남았다. 버티고개에 걸린 생태통로를 건너면 이내 갈림길이다. 서울숲·남산길은 왼쪽 길로 내려가서 장충단로의 인도를 따라가는 것이지만 그래서는 서울한양도성을 놓친다. 생태통로 갈림길에서 오른쪽 팔각정(성곽마루)방향으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서울한양도성의 수난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성벽의 모습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서울한양도성은 조선의 도읍지였던 한양을 에워싸고 있는 성곽으로 내사산(內四山)이라고 부르는 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석성인데 무려 18.6km에 이른다. 서울한양도성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처음 쌓았고 그 뒤 세종과 숙종 시절에 대규모로 고쳐 쌓았다. 각 시기마다 축조방법에 차이가 있어 성곽을 따라 걸으면 확인해 볼 수 있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버티고개에 놓여있는 생태통로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버티고개 생태통로를 지나 서울숲·남산길 노선을 살짝 벗어나면 이런 풍경을 만난다.

태조 때는 자연석을 거칠게 가공하여 쌓았는데 아래쪽에는 크고 넓은 돌을 사용하였고 위로 갈수록 작을 돌로 쌓았다. 이 초기의 성벽은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남산 지역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세종 때는 돌을 가공해서 쌓았는데 아래쪽에는 직사각형으로 된 돌을 썼고 사이사이에 잔돌을 섞어 쌓았다. 숙종 때는 한 변이 45cm 정도의 직사각형으로 돌을 규격화하여 쌓았다. 성곽을 따라 걸으면서 이렇게 세 시기의 성벽을 비교해 보는 것도 서울한양도성 걷기의 또 다른 재미다.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태조 시절에 쌓은 성벽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세종 시절에 쌓은 성벽

도심의 숲에서 가을을 줍다

숙종 시절에 쌓은 성벽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약 9km
  2. 걷는 시간 : 약 3시간(순 걷는 시간이며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3. 걷는 순서 :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 서울숲 - 용비교 - 응봉산 - 대현산 - 금호산 - 매봉산 - 버티고개 생태육교 - 다산팔각정 - 서울한양도성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4. 난이도 : 보통

교통편

  1. 찾아가기 :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서울숲 버스정류장
  2. 돌아오기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장충체육관 버스정류장

걷기 여행 TIP

  1. 자세한 코스정보는 현재 준비중입니다.
  2. 화장실 : 서울숲, 응봉산, 대현산공원관리소, 대현산배수지공원 입구, 금호산공원 입구, 매봉산공원
  3. 음식점 및 매점 :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 부근, 논골사거리 부근,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 부근,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부근
  4. 숙박업소 : 노선의 시·종점과 노선 상에는 숙박시설이 불편하다..
  5. 코스문의 : 서울특별시 자연생태과 02-2133-2165, 안내센터 02-779-7902~4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