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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정읍 가볼 만한 곳

풋가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산책길, 정읍사 오솔길

by걷기여행길

정읍사 오솔길 02코스 내장호

바야흐로 산책의 계절

정읍사 오솔길과 내장호

기분 탓일까, 올해는 유난히 덥고 습한 계절이 빠르게 지나간 듯하다. 어느새 세상 곳곳에 조금씩 빠알간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함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금세 날아가 버렸고, 나는 이 풋가을의 쾌청함에 반가움을 표하기로 했다.


산책(散策). 일 년 중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나는 발갛고 노란빛으로 유명한 몇몇 여행지를 떠올리다,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내장산 자락의 정읍사 오솔길로 산책을 떠나기로 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만나기엔 아직 조금 이르지만, 풋가을 향기는 만끽할 수 있으리라.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 <정읍사>를 테마로 한 정읍사 오솔길은 숲길, 호수길, 자전거길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내장 저수지를 끼고 한 바퀴 도는 2코스(내장호 수변테크)를 택했다.

오솔길의 시작

정읍 사역/버스 정류장 도착

결국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 15분을 달려 정읍역에 도착했다. 길의 시작점인 월영마을(내장산 문화광장)로 가기 위해서는 정읍역 버스 정류장에서 171번 혹은 172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 아쉬운 건 배차 간격이 꽤 길다는 점이다. (2020년 9월 기준 172번 버스 운암 방면 6:42, 8:30, 12:35, 15:18, 16:58 / 171번 버스는 상시 운행이나 배차 간격이 긴 편)


시간 여유가 없는 분들은 버스를 놓칠 경우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택시를 탈 경우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 나 역시 새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노래를 듣는 등 한껏 늑장을 부리다가 버스를 놓쳤고,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 날씨도 좋은데 버스가 올 때까지 시내 산책이나 더 해보지 뭐-'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다가오는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주 편히 정읍사 문화 광장에 도착했다.

정읍사 문화 광장 내 캠핑장, 카라반 등

정읍사 문화 광장에는 캠핑장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텐트 설치가 가능한 데크부터 다양한 형태의 카라반, 글램핑까지… 코로나 때문인지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었는데, 만약 운영 중이었다면 이곳에 발이 묶여 당일치기 계획이 틀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참고로 비수기 평일 기준 캠핑 데크 이용권은 15,000원, 카라반 이용은 100,000원이다. (2020년 9월 기준)

정읍사 오솔길 2코스의 시작

2코스는 내장 호수변을 따라 걷는 데크길이다

조금 더 걸어가자 주차장 근처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었고, 그 뒤편으로 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참, 초입은 자전거길이므로 주의하자. 이 길의 총거리는 4.5km로 성인 보통 걸음으로 1시간 30분이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나 역시 평소와 달리 운동화, 운동복 차림이 아닌 샌들에 일상복 차림으로 왔지만, 아무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작은 다리를 건너 데크 길을 따라 걷자 좌측으로 댐이 보이고, 그 너머 가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내장 저수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채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

백양사 부근에만 핀다는 백양 상사화(백양꽃)

액자 속 한 폭의 그림 같은 내장호 반영

이내 단풍나무 길이 펼쳐졌다. 9월의 이른 단풍 나들이에 반겨주는 건 아직 채 물들지 않았거나, 혹은 은은한 붉은빛을 띠는 단풍잎이었지만, 올해의 첫 만남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 또한 이른 때에 찾아온 덕에 백양사 부근에만 핀다는 꽃 백양 상사화(백양꽃)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백양 상사화는 8-9월에 만개한다고 한다. 걸으며 나뭇잎 사이사이로 보이는 내장호에 반영된 하늘과 내장산 자락이 꼭 자연 프레임의 액자에 담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의 순간

내가 사랑하는 풀볕

작고 소중한.. 동행

내가 여행 중 가장 사랑하는 순간은 바로 풀볕을 만났을 때다. 사실 풀볕이란 건 내가 지은 이름인데, 무성한 나무 아래를 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가려지기를 반복하는 모양새를 뜻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걷는 내내 단풍 사이로 들어오는 풀볕을 만날 수 있었고, 이 행복을 더 만끽하기 위해 이문세의 <길을 걷다 보면>이라는 노래를 틀었다. 대게 걷다가 기분이 좋으면 듣는 나만의 발걸음 동행 같은 곡. 여기에 다람쥐나 작은 새들까지 가세해 걸음의 동행이 되어 주었다.

정읍사 오솔길 2코스의 베스트 포토존

그냥 걷기 지루할 땐 지압길로!

중간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졌다. 탁 트인 내장호에 완벽한 반영. 동행이 있었더라면 이야말로 한국의 우유니 아니냐며 너스레를 한껏 떨었을 터였다. 곧이어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지압용 길을 만났다. 신발을 벗어 들고 그 위를 걸어 본다. 발바닥에 와닿는 둥근 나무의 촉감에 가만히 집중하며, 마치 명상을 하듯 걸어보았다. 최근 명상의 매력에 빠지며 누군가가 건네준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사실 명상은 대단할 게 없어. 그냥 네가 어디서 무슨 행위를 하든 현재 이 순간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그게 바로 명상이야"

지루할 틈이 없는 다채로운 길

내장산 조각 공원

코스의 3분의 1 지점쯤 오면 도로 우측으로 내장산 조각 공원(재생 식물원)이 있다. 여기에 공중 화장실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나는 잠시 길에서 이탈해 조각 공원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은 국내 4대 미술전 대상 수상 작가 16명의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한 곳으로, 동학 농민혁명 100주년 기념탑부터 농민군 대표 동상, 조금 뜬금없지만 내장산의 단풍을 들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들까지, 다양하게 둘러보며 부담 없이 쉬어가기 좋게 조성되어 있다.

내장산 단풍 생태공원

조각 공원에서 나와 조금 직진 후 나무로 된 다리 하나를 건너니 그때부터는 내장산 단풍 생태공원이 펼쳐진다. 다채로운 볼거리에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길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저수지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다채로운 테마 공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멸종 위기 식물원, 동화의 숲, 수생식물원, 내장호 네이처 센터, 단풍 터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만 해도 꽤 넓고 개별 주차장도 있으니, 만일 단풍 생태공원만을 관람하기를 원할 경우 차를 타고 바로 와도 좋겠다.

산책이란, 천천히 만끽하며 걷는 일

반가운 표지판! 심지어 편의점도 있다.

산 풍경 맛집 <비스타 카페>

내장산 단풍 생태 공원에서 나가는 길에 반가운 표지판 하나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카페! 마침 목이 조금 말랐던 터다. <그 해, 가을>이라는 곳인데, 찾아보니 전망 좋은 카페로 유명한 곳이란다. 다만 아쉽게도 이곳은 오늘(화요일)이 휴무라, 나는 근처에 <비스타 카페>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곳은 저수지 뷰는 아니었지만 산의 정취를 만끽하기엔 충분했다. 자몽 티 한 잔과 레몬 머핀 하나, 거기에 내장산 풍경 한입. 나는 그것을 음미하며 가져온 책과 함께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부렸다. 이 주변으로 편의점, 펜션 등 편의시설이 있으므로 참고하자.

노오란 가을의 풍경

후반부 길과 야생화 공원

밖으로 나서니 푸르던 하늘이 먹구름에 조금 어두워졌고, 그와 더불어 풀 내음은 한층 짙어졌다. 그 내음을 느끼며 조금 걷다 보니 노랗게 잘 여문 벼 이삭이 한가득 펼쳐졌다. 알알이 가득한 이삭이 마치 얼마 전 지나간 태풍을 잘 견뎌내었다는 훈장처럼 보였다. 길의 막바지쯤엔 야생화 공원을 만났다. 시기가 맞지 않은 탓인지 아쉽게도 제대로 핀 꽃은 몇 보이지 않았지만, 운 좋게 시기가 맞는다면 이곳에서 또 한 번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읍사 오솔길, 한 바퀴가 거의 끝났다.

한 바퀴가 거의 다 끝나간다. 어쩐지 비 내음이 풍기는 것 같아, 비가 내리기 전 되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그러다 우연히 뒤를 돌아봤는데 걸어온 길의 모양새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길 뒤로 보이는 내장산 봉우리가 구름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느리게 걸었다. 뒤도 돌아보고, 옆도 살피며 천천히 음미하듯 걸었다. 그렇게 한 걸음에 걸었다면 한 시간 반이면 왔을 거리를, 세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문화 광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애초에 산책의 의미는 '휴식을 취하거나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산책 한 바퀴가 아닐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풋가을의 완벽한 산책이었다.

걷기 여행 TIP

  1. TIP
    1. 정읍역, 정읍 공용버스터미널에서 정읍사 공원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배차 간격이 긴 편이니 참고할 것.
    2. 저수지 둑 밑으로 작은 놀이동산이 있어 즐길 수 있다.
  2. 코스 경로 : 월영마을(문화광장)-내장산 조각 공원-내장산 단풍 테마랜드-월영마을(문화광장)
  3. 거리 : 4.5km
  4. 소요 시간 : 약 1시간 30분 (저자의 경우 긴 휴식으로 인해 3시간 소요)
  5. 코스 타입 : 순환형
  6. 난이도 : 하
  7. 편의시설
    1. 화장실 : 문화광장, 내장산 조각 공원, 내장산 단풍 테마랜드
    2. 식수 : 단풍 테마랜드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
    3. 식당 : 오솔길 편의점, 공원 편의점

"해당 길은 2020년 10월 이달의 추천길로 선정되었습니다."


글, 사진: 여행자메이(김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