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호수에 흩날리는 벚꽃 향을 따라

[여행]by 걷기여행길

동해에서 힘차게 솟는 해와 파란 바다를 벗 삼아 걷는다는 뜻의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킬로미터의 걷기 길이다.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바다는 다 옮겨놓은 듯 신비로운 푸른 빛깔들을 볼 수 있는 동해안을 따라 모두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경포호는 솔바람다리에서 사천진해변까지 15.9킬로미터 길이의 해파랑길 39코스 중간에 있다.

거울호수에 흩날리는 벚꽃 향을 따라

경포호변에 만발한 벚꽃. 맑은 경포호수와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사진제공: 강릉시청)

동해에서 힘차게 솟는 해와 파란 바다를 벗 삼아 걷는다는 뜻의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70킬로미터의 걷기 길이다.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바다는 다 옮겨놓은 듯 신비로운 푸른 빛깔들을 볼 수 있는 동해안을 따라 모두 10개 구간, 5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경포호는 솔바람다리에서 사천진해변까지 15.9킬로미터 길이의 해파랑길 39코스 중간에 있다.

거울호수에 흩날리는 벚꽃 향을 따라

벚꽃 만발한 경포대 야경. 무릉도원을 보는 듯하다.(사진제공: 강릉시청)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경포대

경포호를 한 바퀴 돌기 위해 출발지를 어디로 잡을까 고민이라면 아무래도 경포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경포대가 좋겠다.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도 있어서 접근도 편하다.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는 경포대. 호수 면이 거울처럼 맑다는 경포호와 주변의 너른 들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이곳은 그 자체로 근사한 볼거리다. 내부엔 율곡 이이 선생이 열 살 때 지었다는 ‘경포대부’를 비롯해 숙종의 어제시(御製詩)와 유명한 문장가였던 강릉부사 조하망의 상량문 등 여러 명사의 글이 걸려 있다. 이곳 난간에 걸터앉아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호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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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거울처럼 맑은 경포호를 조망하기에 최고의 명당이다.

경포대 옆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박물관인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에디슨박물관, 손성목 영화․라디오․TV박물관이 한곳에 모여 있다. 겉보기와 달리 모든 전시실엔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놀라운 수집품들로 가득하다. 미국 본토에서조차 ‘에디슨의 발명품을 보려면 대한민국 강릉의 참소리에디슨박물관으로 가라’고 할 정도로 에디슨이 직접 제작한, 세계에서 하나 뿐인 발명품들이 가득하다. 이는 축음기와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분야도 마찬가지. 설립자 손성목 관장이 60년간 60여개 나라를 200여회 찾아다니며 수집한 결과물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전시품들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 주기적으로 내용을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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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소리축음기박물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놀라게 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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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호수에 흩날리는 벚꽃 향을 따라

박물관을 벗어나며 본격적으로 경포호 둘레를 걷게 된다. 갈대 대궁 너머 은빛으로 부서지는 물비늘이 눈부시다. 경포해변이 가까워질 즈음 호수 쪽으로 설치된 전망데크와 함께 굵은 벚나무 아래로 바위가 나타난다. 고려 말 강원도 안찰사 박신과 강릉 기생 홍장의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홍장암이다. 이들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열 개의 조형물로 만들어 설치해두었는데, 만듦새가 좋고 이야기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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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해변쪽 호숫가에 있는 ‘보고 또 보고 소나무’. 1998년에 방영된 MBC 인기드라마 '보고 또 보고'의 한 장면(주인공 커플의 신혼여행)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그 때 등장했던 소나무여서 이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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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 월파정. 바위와 정자 하나가 경포호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 호수 가운데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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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해변쪽에서 본 경포호. 거울처럼 맑고 잔잔하다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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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설치된 벤치. 여기에 앉아 둘러보는 풍광은 값이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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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자맥질에 바쁜 오리가족.

솔숲과 벚나무터널의 하모니

대형 오륜 조형물이 설치된 중앙광장을 지나며 길은 오른쪽으로 꺾인다. 길 건너 경포해수욕장 쪽엔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크레인과 레미콘이 바쁘고 시끄럽게 움직이는 그곳과 달리 오른쪽 경포호는 고즈넉함 그 자체. 흰뺨검둥오리와 민물가마우지, 쇠기러기, 쇠물닭 등 경포호를 찾은 철새들이 무리지어 떠다니거나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하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호수의 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 놓인 경호교를 지나며 길의 분위기는 또 바뀐다. 왼쪽으로 넓은 잔디밭을 이룬 경포호수광장이 나타나고, 곧 잘 가꿔진 화단을 지나 울창한 솔숲도 만난다. 경포호 둘레를 걷다보면 유독 빽빽한 솔숲을 자주 만나는데, 이곳이 ‘솔향 강릉’임을 새삼 일깨워주는 듯하다.

 

솔숲을 지나자 벚나무가 심겨진 호숫가를 따라 ‘홍길동전 캐릭터 로드’가 이어진다. 허균의 '홍길동전' 주요장면들을 동상으로 만들어 전시해 두었다. 스무 개나 되는 각 장면들이 너무 재미있어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는 구간이다. 맨 마지막엔 칼을 든 ‘청년 홍길동’이 늠름하게 서 있다. 그 즈음에 왼쪽으로 ‘허균․허난설헌 공원’ 이정표가 나타난다. 기가 막힌 배치다.

 

캐릭터 로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비 조각산책로’가 시작되며 경포호 스토리를 이어간다. 자전거 타는 이와 조깅을 즐기는 이를 친절히 배려한 듯 길의 반은 아스콘이 깔렸고 반은 콘크리트다.

 

‘시비 조각산책로’ 일대의 벚나무가 가장 울창하다. 벚나무 중엔 수양벚나무도 자주 보인다. 호수에 잘 어울리는 수종 같다. 특히 이곳은 벚꽃이 만개한 야경이 아름답다. 호수 위로 분분히 떨어져 내리는 벚꽃 이파리가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해 수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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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솔향 강릉’이다. 풀밭에 떨어져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솔방울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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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을 지나면 나타나는 솔숲. 울창한 솔숲이면서도 충분히 햇살이 들어와 걷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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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 일대의 이정표. 하도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곳이어서 여러 길이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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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홍길동전'의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한 조각상. 이 장면은 가난한 백성들에게 재물을 나눠주는 의적 활빈당원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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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에서 본 선자령 일대.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저 산줄기가 우리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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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플라워가든에 설치된 조각품. 조각가 왕광현의 '경포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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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경포호 둘레길. 많은 시민들이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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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서 만나는 화장실. 관리가 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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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곳마다 나타나는 호숫가 쉼터. 걷다가 쉬어가기에 좋다.

부록처럼 딸린 경포가시연습지

시비가 끝나는 즈음 왼쪽으로 온통 연(蓮)으로 가득한 너른 습지가 모습을 보인다. 습지 위로 나무다리가 놓여있어 둘러보기 좋다. 이 부근은 멸종위기종인 가시연꽃 자생지며, 갈대와 부들, 왕골, 마름, 질경이택사 등 다양한 습지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습지가 끝나며 나타나는 강릉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앞엔 2015년, 광복 70주년과 강릉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해 강릉시민의 이름으로 세운 평화비, 일명 소녀상이 서 있다. 작은 의자에 앉아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앉은 가녀린 어깨의 어린 소녀, 우리의 할머니…. 그 분들의 찢겨진 마음에도 따듯한 봄이 찾아오길….

 

기념탑을 지나 도로를 만나며 길이 꺾이는 곳에 작은 나루터가 보인다. 나루터 끝엔 호수를 건너기에 딱 어울려 보이는 나룻배 한 척도 묶여있다. 그 곳에 새겨진 시 한 편. 익숙한 우리 가곡 '사공의 노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둘러보는 경포호.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아…, 노랫말이 지금 이곳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곳은 함호영의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사공의 노래'에 대한 헌정의 공간 같다.

 

동해를 향해 열린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포호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찰랑이는 물결 위에 두둥실 떠 있는 저 배를 타면 물 맑은 봄 바다로 꿈같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루터를 벗어나자 경포호 주변에 있는 누정에 대한 안내판이 나온다. 경포대를 시작으로 상영정, 금란정 등 그 수가 아홉이나 된다. 전국 최고라고 하니 따로 누각과 정자만 찾아다녀도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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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습지에 마련된 벤치. 제철이 되면 가시연꽃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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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습지의 잔디광장. 한 그루의 소나무가 경포호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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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앞에 세워진 소녀상.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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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노래' 노랫말이 새겨진 나루터. 넓은 경포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만난 경포대. 대에 올라 경포호를 바라본다. 출발할 때와는 다른 경포호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곳곳에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품은 매력적인 호수. 이 길엔 벚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애절한 러브스토리에 솔향 그윽한 오랜 숲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던 의적 홍길동의 용맹이 아직도 살아있다. 또 호수에 뜬 달과 술잔에 비친 달, 님의 눈동자에 맺힌 달빛까지 사랑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절절한 순정이 남아 거울처럼 맑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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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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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허난설헌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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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

tip. 석호(潟湖)를 아시나요?

소양호, 대청호, 팔당호, 춘천호, 안동호 등 우리나라엔 크고 작은 수많은 호수가 있다. 대부분은 댐을 만들며 생겨난 인공호다. 이들은 모두 우리 땅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에서 완만한 지형을 보이는 서쪽과 남쪽의 강을 따라 분포한다. 그에 비해 오십천, 남대천 등 동쪽으로 뻗어간 물줄기는 모두 길이가 짧아 댐이나 인공호가 거의 없다. 대신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석호(潟湖)가 발달했다. 특히 강원도 지역엔 화진포호와 영랑호, 쌍호, 풍호, 청초호 등 열여덟 개나 되는 석호가 있다.

 

석호는 지각변동과 모래톱 등에 의해 바다와 격리되며 만들어진 자연호수다. 8천 년 전쯤에 만들어졌다니 어마어마한 세월을 건너 온 고대의 작품인 셈. 석호는 특성상 민물과 바닷물이 적절히 섞인 기수호로, 주변으로 습지가 발달되어 있어 생물 다양성이 높은 환경자산이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4km
  2. 걷는 시간 : 2시간 남짓
  3. 걷는 순서 : 경포대~참소리박물관~중앙광장~호수광장~솔밭~경포가시연습지~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경포대(거꾸로 걸어도 됨)

교통편

  1.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강릉까지 간 후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수시로 다니는 경포대행 202번, 312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교통문의 동진버스 033)653-8011, 동해상사 033)653-0320

걷기여행 TIP

거울호수에 흩날리는 벚꽃 향을 따라
  1. 자세한 코스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http://haeparang.org
  2. 화장실 : 호수변 산책로를 따라 깔끔한 시설의 화장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나타난다.
  3. 식사 : 운정삼거리에서 경포해변까지 식당이 즐비하다.
  4. 길안내 : 경포호를 한 바퀴 두르는 이 길은 원점회귀코스라서 어디를 출발지로 잡아도 좋다. 경포대를 출발지로 잡을 경우 참소리박물관, 경호정과 상영정을 거쳐 경포해변까지 갔다가 호수광장, 솔밭, 경포플라워가든, 경포가시연습지를 지나 다시 경포대까지 돌아오게 된다. 호수변의 길이는 7킬로미터 남짓으로 넉넉잡아도 두 시간 반이면 된다. 그러나 주변에 참소리박물관과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경포석호생태관과 가시연습지, 선교장 등 지나칠 수 없는 관광지가 많이 함께 둘러본다면 하루가 모자랄 판이다.
  5. 코스문의 : 경포호 벚꽃길 033-640-5420

이승태 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2017.04.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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