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음향, 콘서트홀

효효 아키텍트-38

공연장 목적의 건축물은 '실내 공연장 자체가 제2의 악기'다. 건축가들은 음향 전문가나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지휘자들의 조언에 따른다.

매일경제

미국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 2003) 외관 /사진=wikimedia

LA가 기반인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 1929~ )가 설계한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은 16년이나 걸려 2003년에 준공되었다. 1987년, 월트 디즈니의 부인 릴리언 디즈니의 종잣돈 5000만달러의 기부로 콘서트홀 프로젝트가 가동되었고 게리를 건축가로 선정하였으나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출범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였다. 1997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완성이 콘서트홀 준공을 촉발시킨다. LA시 당국자들은 게리가 제안했던 디자인과 유사한 콘셉트의 건축물이 스페인의 쇠락한 도시에 성공적으로 구현된 것을 목격하였다. 월트 디즈니의 딸인 다이앤 디즈니 밀러가 게리의 디자인대로 건축이 진행되지 않으면 후원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고, 1999년 공사가 재개되었다.


건물의 외관을 스테인레스스틸로 덮어 장미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게리는 콘서트홀의 형태는 관객 사이의 위계적인 질서를 강조하는 말발굽이나 부채꼴 형태보다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관객이 보다 평등하게 둘러싸고 있는 빈야드(vineyard, 포도밭) 양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당시 LA 필하모닉의 젊은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도 그와 같은 의견이었다.


음향 설계는 나가타 음향의 나가타 미노루와 도요타 야스히사에게 맡겨졌다. 게리는 로타 크레머가 음향설계를 담당한 베를린 필하모니홀을 모델로 선정하였다. 무대를 홀의 중앙에 두어 원형 경기장과 같이 모든 청중이 무대를 향해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을 배치하였고, 천장은 물결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전체적으로 공연장은 막혀 있지 않다. 음이 오래 반사되면 공연장 음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에 공연장 밖으로 내 보내서 사라지게 한다.

매일경제

베를린의 필하모니홀(Berliner Philharmonisches, 1963) 콘서트홀 /사진=flickr

코로나19가 유럽을 덮치던 지난 3월 12일 독일 베를린의 필하모니홀(Berliner Philharmonisches, 1963)에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니의 무관중 연주가 진행되는 장면이 외신을 타고 들어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독일에서는 각종 공연이 취소되면서 무관중 공연이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것이다.


프랭크 게리가 모델로 삼았던 베를린 필하모니홀은 건축가 한스 샤룬(Hans Scharoun, 1893~1972)이 설계했다. 한스 샤룬은 현재 통용되는 개념에 훨씬 앞서 있는 대중음악 공연 이론을 대입하였다. 샤룬의 설계 첫 단계는 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 공간은 청각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원형 극장과 같은 좌석 배치는 청중과 연주자들의 합일성을 크게 고양하였으며, 전체가 개방된 공간이지만 적은 부분들로 분할되어서 청중들이 개별적인 정체성을 간직하면서 대청중의 한 부분이 됨을 느끼게 하였다.


샤룬은 내부에 맞춰서 외부를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직사각형 형태로 풍부한 반사음을 구현하는 슈박스(shoebox) 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샤룬의 빈야드 스타일 설계안을 반대했다. 보편적인 홀에서 가능한 음향 문제를 처음 보는 빈야드 스타일의 홀에서도 과연 가능하냐는 의문이 많았다. 이때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 설계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이후 전 세계 빈야드 스타일 홀의 모델이 되었다. 카라얀은 "음이 넓고 깊게 퍼져 나가도록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라며 극찬하였다.


외관은 진한 노란색의 오각형 비대칭 형태이다. 1978년에서 1982년까지 4년여에 걸쳐 외관에 알루미늄 장식을 덧붙였다. 콘서트 홀은 2440석 규모이다. 1987년 10월 실내악 연주를 위한 1192석 규모의 콘서트 홀을 준공했다.

매일경제

빈 `무지크페라인`(Wiener Musikverein) 콘서트홀 /사진=wikimedia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Wiener Musikverein)' 내 콘서트홀(1870)은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주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명으로 건설된 이 콘서트홀은 덴마크 건축가 테오필 한센(Theophil Hansen, 1813~1891)이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설계하였다.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인 원주 기둥, 조각상들을 건물 전면에 배치했다. '황금 홀(Großer Musikvereinssaal)'이라는 별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완벽한 음향을 제공하는 공연장으로 평가받는다. 적당한 수의 좌석(1744석), 적절한 내부 공간의 비율, 음향 반사판 역할을 해주는 발코니 석과 조각상 등의 완벽한 배치 등이 최상의 울림을 만들어내면서 신비로운 음향 효과를 구현해낸다. 너비 19.1m, 길이 48.8m, 높이 17.75m의 전형적인 슈박스 형태의 홀로, 전자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향인 어쿠스틱 사운드(acoustic sound)가 세계 최고로 꼽힌다. 공연뿐만 아니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반 녹음에도 자주 사용된다.


이 홀의 구조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보스턴 심포니홀 등 세계 여러 유명 콘서트홀의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2004년 개관된 높이 8m, 좌석 수 380석의 황금 유리홀인 글래저너홀(Glaserner Saal)은 네 면의 벽과 천장, 발코니 막이 등이 황금 유리와 수정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는 음향 반응을 극도로 섬세하게 해주어 독주, 독창, 실내악 연주에 최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매일경제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외관 /사진=wikimedia

2017년 1월 개관 이후 독일 함부르크의 랜드마크로 부상한 콘서트홀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는 스위스 건축사무소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다. 번쩍이는 외관 덕분에 '뮤직 크리스털'이라 불린다. 커피를 보관하던 하적장 창고의 외벽은 살려두고 그 위에 새로 건물을 올린 콘서트홀이다. 지으면서 찬반 양론에 휩싸였고 함부르크시·설계사·시공사의 소송 3파전까지 펼쳐지는 가운데 공식 비용 7억8900만유로를 들여 10년 만에 완공되었다.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외관은 왕관 같기도 하고 범선의 돛대 같기도 하다. 홀 내부는 '하얀 피부'라고 불린다. 하얀색의 석고판 1만개를 밀착시켜 완벽한 음향 반사판 효과를 낸다. 음향 설계자는 도요타 야스히사다. 가파른 현대 축구장처럼 지어 2100석 어느 좌석이나 지휘자로부터 30m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해 어디에 앉아도 만족스러운 음향을 즐기게 만들었다.


[프리랜서 효효]

2020.05.29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계 수준의 고급 경제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널명
매일경제
소개글
세계 수준의 고급 경제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